여덟 명의 전문가가 말아주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엄청난 분량 때문에 읽으려면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감히 잃을 엄두도 못 내던 차에 소설가, 전기 작가, 대학 교수로 이루어진 여덟 명의 전문가가 여덟 가지 테마로 이 소설에 대해 글을 썼다고 해서 집어 들었다. 책의 제목은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본 운동을 하기 전 준비운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책장을 넘기려는데 쉬이 안 넘어간다. 다행히 각 장마다 저자가 달라서 처음부터 꾸역꾸역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1장을 읽다가, 5장을 넘어가 보았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글이다. 대충 글을 훑어보다가 한 문장이 내 마음에 들어온다.
그는 인생의 의미가 외부에 있지 않고 주도적인 상상력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알 수 없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질질 끌려 다니는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은 용기와 위로를 북돋아 줄 것이다. 소설 속 화자는 마들렌에 의해 촉발된 감각의 기억을 통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삶의 비애를 넘어서게 된다. 크리스테바는 “단어들을 만들어내고 감각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자신의 고유한 방식 속에 인생의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부연한다. 나에게도 ’ 마들렌‘이 있다. 그렇지만 나의 마들렌은 소설 속 주인공이 느낀 기쁨이 아니라 고통과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나의 마들렌 역시 내 안에서 어떤 전율을 불러일으켰으며, 나를 잡아 휘두르던 것들로부터 끊어내었다. 그리고 내 인생은 결국 내가 만들어 간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 주었다. 이 진리를 실현시키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주도적인 상상력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내 시선을 잡아두고 내 마음속에 달라붙어 결국 지금 이렇게 감상문(?)을 쓰게 만들었다.
아직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저 한 문장에서 느낀 나의 감상이 크리스테바가 설명하고자 한 것과 다를 수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이 흥미로운 소설을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라는 거다. 크리스테바가 말한 대로 “진정한 정신적 여행”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