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의 비밀

욕심 많은 고등학생 (2)

by 김끈기

어찌 되었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가 나의 담임선생님이든 아니든 나는 이곳에서 졸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는데, 어떻게 일 년을 버텼는데'라는 생각과 지금에서야 일반고로 전학을 가면 쪽팔림을 느낄 내 모습이 더 싫었다.


선생님과의 관계나 친구들과의 관계나 뭐 하나 안정적인 게 없으니 나는 작아져만 갔다.

질문이 있어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이 되기 일쑤였고, 어떤 선생님은 가르쳐줘도 이해하지 못해 여러 번 질문하는 나를 질책했다.

오히려 당당하게 학생은 모르는 걸 몇 번이라도 물어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냐며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화살은 나를 향했다. '나는 왜 이럴까. 왜 항상 위축될까'라며.


그래도 한 학기쯤 버텼나. 2학년의 절반을 보낸 나는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극복할 생각보다 하루하루 버티는 게 더 컸다. 지금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생각을 고쳐먹었을까?

아직도 담임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지 못한 나는 다른 반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다. 수업 시간에 다정하고 성실했던 모습과 그 반 학생들의 좋은 평판에 이 분이라면 뭔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끈기야, 괜찮니?"


선생님은 아마 다른 반 학생이 나에게까지 상담을 요청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오, 나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선생님, 저 자퇴하면 어떨까요?"


기숙사가 감옥 같다며 이 학교를 벗어나려면 자퇴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후드득 쏟아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학보다는 자퇴가 덜 쪽팔리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선생님의 답변은 나의 힘든 마음을 공감해 주시는 것이었다. 누구나 다 힘들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너만 힘든 게 아니다와 같은 말이 아닌 진심으로 공감해 주시는 말씀이었다. 결정적으로 선생님께서 나의 자퇴 고민을 끝내게 해 주셨던 말은 졸업식을 기대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끈기가 졸업하는 걸 꼭 보고 싶다. 그때는 진짜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거야."


아.. 상담을 끝내고 잠시 산책하고 들어가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잠시 기숙사 공터로 나온 나는 멈추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여기 있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더욱 성경책에 매달렸다. 진짜 살아남으려면 이것 밖에는 없는 것 같아서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말씀을 읽고 기도를 했다. 매일 아침 코피를 흘렸다. 정말 매일 아침마다.

똑같은 하루를 살면서 버티길 몇 주째 나는 자습 시간에 이상함을 느꼈다. 느닷없이 심장이 쿵쿵 뛰고 손발이 차가워지며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게 뭐지? 심장박동은 점점 더 빨라지고 숨이 찼다. 이게 뭐지 진짜? 죽는 건가 싶었다.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괜찮냐며 물었고 나는 아니라고 했다.

아, 너무 버티다 보니 뭔 사달이 났구나.


그날부터 증상은 시작되었다. 나아지는 것 없이 나는 매일매일 심장이 언제 또 요동치나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심장이 너무 뛰어 내가 쓰러지자 학생부장 선생님이 119를 불렀다. 119 구급대원이 오는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멀쩡히 회복했지만 말이다.

짧은 시간 동안 증상이 나타났다가 잠시 쉬면 회복되는 이 이상한 증상은 뭘까 걱정되면서도 매일 외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것이 무엇인지 고치긴 해야 했다. 나의 하루를 쓰러져 집에 감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

엄마와 함께 이곳저곳 병원을 돌았다. 심장 문제인가? 심장 초음파, 심전도 검사 등 필요한 검사는 다했다. 카테터 삽입술이라고 했나? 그런 것까지 했다. 카테터 시술의 결과는 절망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검사 후에도 나온 진단명은 심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의 문제는 무엇인가, 나는 왜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없는가 원망하며 정말 많이 울었다.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신경정신과 진료를 권유하셨다.


'아, 이제는 내가 정신병 환자라는 거네.'


나는 진료받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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