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다는 표현의 비주얼적 정의의 모든 것.
스파이더맨 VS 스파이더맨?! 여러 성장통을 겪으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 모랄레스’. 그 앞에 다른 평행세계의 스파이더우먼 ‘그웬’이 다시 나타난다. 모든 차원의 멀티버스 속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되지만, 질서에 대한 신념이 부딪히며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기는데… 상상 그 이상을 넘어서는 멀티버스의 세계가 열린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가장 서민적이고, 가장 익숙한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은 어쩌면 히어로 중 가장 친숙할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부터 계속해서 매체화되고 있고, 대부분 큰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뛰어난 전작으로 기대치를 한껏 올린 해당 작품은 진정으로 애니메이션의 예술적 가치를 끌어올린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개봉을 기다릴 때까지 온통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전 작품이었던 뉴 유니버스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강점들을 온전하게 쏟아내고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작을 뛰어넘지 못할까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최소한 비슷한 흐름과 형태를 유지하기만 해도 나름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전작에서 보여 준 뛰어난 연출, 비주얼, 스토리의 환상적인 콜라보는 당연히 엄청난 허들이었을 것입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속담처럼 후속작이 전작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고, 많은 작품들에 통용되는 사실이었습니다. 단지, 이 작품이 그것을 깨는 작품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런 걱정을 비웃듯, 혹은 아무런 걱정도 없다는 듯 시작부터 밝고 유쾌한 음악이 강렬한 비트로 등장했습니다. 단순하게 음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강렬한 비주얼 묘사와 어우러져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한 단계, 아니 몇 단계는 뛰어오른 느낌이었습니다.
'형'이 만화책 그 자체라고 느끼게 했던 반면, 이제는 모든 매체 그 자체 같았습니다. '아우' 혼자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TV 쇼, 게임 등을 모두 아우르는 존재로 보였습니다. 그것들 사이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표현들을 여러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충분히 조화로웠고, 그 사이에서 독특함을 뽐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었을까 감탄하게 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레고, 영화 등까지 뒤석었습니다. 또한 어딘지 익숙한 버전의 그들이 계속해서 나와 잘 모르거나 생소한 버전과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솔직하게 모든 내용에 설명이 충실한 것도 아니었으며, 대부분 어떤 버전인지 짧은 텍스트로 표현할 뿐이었습니다.
다분히 불친절했지만, 그마저도 잘 아우러졌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유행처럼 번지는 히어로 세계관의 멀티버스에도 적용이 되었습니다.
과연 한편으로(혹은 전작과 후속작까지 고작 세 편) 그 방대함과 복잡성을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으로 짧지만 충분한 이해가 따르도록 쉽게 풀어냈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익숙해진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가 주는 기시감일 수도 있고, 무분별하게 언급되고 생산되는 멀티버스라는 설정에 어느 정도 적응을 끝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는 약점일 수도,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인물들의 재등장이 전작과의 연결성을 높여주었고, 고유의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힙함이, 그런 것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습니다.
오히려 더욱 멋지게 각 연결부들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무리 완벽에 가깝더라도 이야기가 서로 엮이고, 이어지다 보면 이음새 혹은 연결점이 허술할 수도 빈틈이 생겨 취약점을 드러내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 약해졌다 싶을 때 음악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비주얼이 쇼크로 강타한 뒤 완벽한 목소리 연기가 그 부분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들의 조화가 그 부분이 연결되고 있었는지조차 잊게 하기엔 충분했습니다. 특히 목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인물은, 감정을 온전하게 전달했고,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불어난 캐릭터들과 함께 내용 자체가 방대해져 절대로 마무리할 수 없는 흐름으로 흘렀습니다. 오히려 갈등이나 위험이 해소되기보다는 또 다른 반전과 더 큰 위험을 드러냈습니다. 그렇다고 방대한 서사가 지루함을 느끼게 하거나 피로감이 쌓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다음 작품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으며, 역으로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어쩌면 모든 것을 무로 돌리며 복잡해진 세계관을 단순화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 확장된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아지 알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힙함을 계속 유지하고, 딱 이 정도의 비주얼 쇼크만 느껴져도 성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뻔하다고 할 수 있는 개연성은 가장 세련되게 보일 것이며, 서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강제적으로 뒤에 있는 것을 발견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멀티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다양한 버전의 캐릭터로 눈 호강 시켜주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각기 다른 그래픽들을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에 가장 적합하게 적용시켜 선사하는 환상적인 경험들이 3부작으로 완벽하게 다가오는 최고의 트릴로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감상이 어떤 측면에서는 다분히 오타쿠적인 입장일 수도 있고, 그쪽 세계관에 진심인 그들만의 리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오타쿠가 될 법하고, 되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손가락질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별로라며 폄하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시선과 손가락질은 어느새 전부 펴져 박수가 될 수 있는 가치를 충분히 지녔습니다.
이 작품을 봄으로써 파생되는 감정들이 결코 과장되지 않음을, 어쩌면 당연히 받아야 마땅한 평가를 품은, 히어로물 역사에 또 다른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미완성임에도, 끝이 나지 않았음에도 최고라고 말입니다.
지나치게 간소화하거나 너무나 과대하게 표현한 멀티버스에 실망했다면.
극강의 힙함을 느끼고 싶다면.
만화적 상상력을 넘어 그림, 매체 그 자체의 표현력이 극대화된 모습을 기대한다면.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에 친근감이 있다면.
한 편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영화를 원한다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특히나 익숙하다면.
스파이더맨이라는 IP로 출시된 게임을 알고 있거나 해 봤다면.
무엇이 완벽한 영화이자 애니메이션이자 작품인지 궁금하다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자체에 반감이 있고, 다소 오타쿠적인 집요함이 부족하다면.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에 피로감을 이미 느껴서 그 자체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난다면.
한편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하는 시리즈물에 반감이 있다면.
어쩌면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버린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가 주는 기시감일 수도 있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이 충분히 적응되어 고평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차치해도 완벽한 서사를 보여주며, 전작과의 유대를 탄탄하게 만들며 시리즈로써도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이보다 힙할수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음악과 비주얼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넘어 쇼크로 다가오기에 충분했고, 이 작품 하나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매체 그 자체를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헤어로 계에 기리기리 남을 3부작이 탄생하고 있는 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5개 만점
★★★★☆(스토리 9 연출 9 비주얼 10 오락성 9 재관람 9 음악 9 평균 9.16)
우리의 상상 그 자체,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 그 잡채. 진짜 잡채. 맛, 향, 모양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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