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결과물.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출처 : 네이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바비인형을 소재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매력적이고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감독은 그들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민감한 주제일 수도 있어 외면받거나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판단은 영화를 보고 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소재와 배우들만 보고 선택했던 영화는 처음부터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옳은지 그른지는 시간이 명백하게 밝혀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편견이나 큰 부담을 갖고 있지 않았고, 다행스럽게 영화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 단어나 말하고자 하는 것만으로 영화를 폄하하기에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물론 바비 인형의 역사나 라인업 등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어 이해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재로써 활용하는 정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무방한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니 충분한 가치를 내비친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는 너무나 뛰어나서 강렬했고, 마고 로비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그 외의 다른 배우들도 자신들의 매력을 잘 녹여냄으로써 해당 작품과 어울리는 모습들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또한 음악이 너무나 즐거웠고 적재적소에 쓰였습니다. 결코 과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며 조화를 잘 이룬 것 같았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과도 너무 잘 어울려서, 배우들이 미모와 함께 싱크로율을 더욱 높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바비와 켄이 완벽한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이런 포인트들과 함께 많은 유머를 포함시켜 재미있다는 감정을 유발하는 유쾌한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코드를 많이 보여주었고, 소소한 웃음이 아닌 시종일관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조미료처럼 그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만들었으며,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B급 감성이 짙은 코미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흔히 병맛이라고 불리는 이 코드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절반의 성공만 거둔 것 같았습니다. 너무 과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주제 의식이 옅어졌습니다.
분명 초반부터 남성 위주의 세상에 대한 날선 비판이 느껴졌으며, 그와 반대인 여성 위주의 세계인 바비 랜드는 애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한편 그들이 보여주는 대립되는 세상은 소수가 지나치게 바보같이 나오며, 자신의 주관이나 의견은 묵살되는 것이 아닌 아예 없거나 생각조차 못 하는 듯 그려내기도 했습니다. 각 세상은 다수들이 자신들을 제외한 타인이나 집단에 배타적이고 무례하게 행동했습니다. 여성, 남성 중심 사회 모두 다른 집단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극단적 묘사가 영화나 매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어쩌면 그런 모습을 담아냈던 과거의 각 매체들의 모습들을 그저 성별만 뒤집어 표현하는 풍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결론적으로 성별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나 자신의 온전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변화가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남성들의 모습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풍자라고 해도 변화해야 할 것은 지배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 가졌던 남성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변화함으로써 많은 것이 변화할 수도 있음에도, 오로지 여성만 변화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성 위주의 시선일 수도 있겠지만 어딘지 그들을 틀에 가둬놓고 한정 짓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는 색을 사용하는 성별에도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바비들은 온통 핑크색 계열의 옷만 입었습니다. 끝까지 변화 없이 그 색상만을 고집했습니다. 하지만 켄들은 후반부에 더욱 다양한 색상의 의상을 입었습니다. 어쩌면 이 모습으로 여성들로 인해 남성이 변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색이 존재하며 하나의 색상으로 어느 누군가를 규정지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통해 그 색상을 갖는 것이 아닌 각자 다양한 색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은 의도와는 다소 벗어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때로는 분명하게 드러냈던 요소들이 어떤 때는 흐릿하기도 했으며, 과거의 우리가 행했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성도 남성처럼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대단한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남성 위주 사회에서, 지배계층이 행했던 잘못된 행동을, 그 반복을 이어간다면 결국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스스로 선택도 못하는 바보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차별이며, 결국 역차별이 될 것이며 그것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벗어난 또 다른 혐오일 뿐입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쪽만 변화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어느 누가 더 우월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각자의 능력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목소리를,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단순하게 폄하하고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눈을, 편견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입을 갖고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럼에도 계속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맹목적인 비난, 폄하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사회는, 세상은 더 병들고 모두가 살 수 없는, 서로 싸우기만 하는, 상대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는 비극적인 세상이 될 뿐입니다. 그것은 결국 남성 위주의 켄덤이며, 여성 위주의 바비랜드일 뿐입니다. 마지막에 모든 입장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결정을 하는 바비의 행동과 대립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인지하고 있어야 할 주제임은 확실합니다. 그것을 대하는 날선 시선과 옹호하는 시선이 대립하는 것과는 상관없습니다. 분명 다분히 지배적인 입장에서 살았던 과거가 있었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영화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페미니즘과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 더 시사적이고 충분히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초반부에서만 그 힘을 냈던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과는 별개로 너무나 이곳저곳에서 이야기를 꺼내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뿌려졌고, 산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그 목소리에 힘을 잃어간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정돈이 됐다면, 확실한 메시지 전달과 함께 돌려까는듯한 묘사와 유머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감독이 욕심을 많이 낸 결과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병맛 코드의 개그를 너무 많이 넣다 보니 뚜렷하게 정돈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어느 하나에 명확한 초점이 맞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다만 개그코드가 개인적인 취향에 부합해 짙게 남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유머를 내려놓고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또 다른 결과가 만들어졌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바비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이만큼의 이야기를 이끌어 냈다는 것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느 누가 단순한 인형으로 이만큼의 논쟁거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연출적 역량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B급 감성의 병맛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연기력이 보증된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매력 넘치는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거부감이 없고 선호한다면.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화려한 색감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즐거운 음악이 적절하게 사용된 영화를 좋아한다면.
페미니즘이라는 이슈 자체에 거부감이 있다면.
선호하는 주제이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기대했다면.
B급 유머에 전혀 반응이 없다면.
여성이 혹은 남성이 완전하게 바보 취급받는 것이 불편하다면.
세상의 변화와 이슈가 되는 사실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페미니즘이라는 다소 논쟁이 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한 용기와 그것을 바비를 매개로 전달하려는 시도는 훌륭합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넣은 B급 감성이 충만한 유머 코드들은 즐거운 조화였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와 유머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을 전부 다 집어넣으려다 보니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중구난방식으로 느껴졌고, 산만하게 되면서 집중할 수 없었고, 개인적 취향인 유머 코드들에 대한 잔상만 남아, 한편의 병맛 코미디 영화를 본 것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조금 더 정리된, 밸런스가 더욱 맞춰진 연출을 했다면, 메시지도 확실하고 유머도 더 빛을 내는 결과가 나왔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 5개 만점
★★★(스토리 6 연출 6 비주얼 7 오락성 8 재관람 7 음악 7 평균 6.8)
메시지, 풍자, 개그, 연기, 음악이 너무 많이 들어가 개그가 최종 승리함으로써, 병맛 코미디 영화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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