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생을 하며 얻은 밀수품처럼 그들을 애지중지했다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는 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 해녀 '진숙'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물길을 아는 자가 돈길의 주인이 된다!
출처 : 네이버
단순한 내용이라도 시원시원한 액션과 디테일한 부분들을 적극 보여주고 활용함으로써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던 류승완 감독의 신작입니다. 거기다가 흔히 말하는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기대감이 아주 높아진 이번 여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영화 포스터와 예고편으로도 알 수 있듯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어딘지 순박하지만 활기찬 모습들을 보여줌으로써 친근감을 표했고,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성향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초반부터 등장한 위기를 통해 전체적으로 흐르게 될 분위기와 각자가 처한 상황들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구성을 이용함으로써 나쁘지 않은 시작을 알렸습니다. 모두의 서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엮어 몰입도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확실히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며, 특유의 분위기를 잘 이끈 것 같습니다. 김혜수 배우는 카리스마 있게 연기하고 거친 말들을 보여주면서도 어떤 때는 푼수 같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염정아 배우는 너무나 차분하고, 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나쁘지 않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독해졌다 표현되지만 여전히 순하고 여린, 이타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변환점이 느껴지지 않았고, 둘의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보다는 한 명의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주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분명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각기 다른 분위기를 제대로 담거나 섞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반면에 악역으로 분한 인물들을 각자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좋은 시너지를 낸 것 같습니다. 특히나 박정민 배우가 보여준 재기 발랄함과 비열한 모습은 너무나 잘 어우러졌고, 마지막까지 유머를 잃지 않게 함으로써 최고의 캐릭터로 보였습니다.
물론 선, 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듯한 애매한 포지션의 인물들도 보여 아쉬움이 남긴 했습니다. 고민시 배우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보여주며, 조력자로써 활동하지만 정확히 어느 곳에 속한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 애매함이 느껴졌고, 이는 조인성 배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뚜렷하지 않은 행동으로 모호함을 보이다가 갑자기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고,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굳이 그 정도 분량으로 보였어야 했는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물론 그가 보여준 시원시원한 액션을 통해 쓸모를 다했다고 한다면 그냥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소 시대착오적인 시선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호쾌한 액션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듯 여성들은 물속에서는 강했지만 그 외의 모든 곳에서는 약자로 표현됐습니다. 이런 묘사가 시대적 배경 때문이라는 그럴싸한 핑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여성들을 주연으로 하면서, 극단적으로 분리하듯 선을 그으면서 해당 시대를 선택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를 갖춘 상태로 서사는 진행됐습니다. 사실 어떠한 시선이나 아쉬움이 있다고 해도 재미만 있으면 모두 가려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기까지 꽤나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습니다. 결국 재미라는 궤도에 오르지만 너무 후반부였던 것 같습니다.
과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로의 관계를 복잡하게 꼬아버렸고, 위기와 갈등 상황들을 너무 길고 광범위하게 담아내다 보니 늘어졌습니다. 덕분에 액션과 갈등 상황 해소는 무척 짧게 느껴졌고, 그만큼 속도감이 느껴졌지만 계속 천천히 평이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속도를 내니 오히려 몰입도가 떨어지게 됐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보여준 시대적 배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생긴 문제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뤄진 경험이 있어 나름 친숙한 시대입니다. 각 작품들이 서로 다른 분위기와 일부들만 보여주었기에 큰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그것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누락됐다는 생각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또한 서사를 이끌어 나감에 있어 과도하게 비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납득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추가했습니다. 이는 '배'라는 특수성을 모르는 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진 않겠지만, 대부분 모를 내용들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담아낸 것 같았습니다. 이는 관객들을 무시하는 태도일 수도 있으며, 그도 아니라면 너무 사전 지식 없이, 제대로 된 이해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도구로 활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진부한 캐릭터 설정을 너무 사용함으로써 영화 초반부터 누가 진짜 악인인지 예측 가능했고, 극적인 전화도 이끌어내지 못해 반전적 요소가 전혀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물론 감독의 특성상 특별한 서사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오락적 만족도를 충분히 보여줬고, 시원시원한 액션과 디테일한 부분들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서사에서 보이는 내용들을 충분히 납득시키는 능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부분들이 많이 누락된 듯 보였습니다. 시대 배경이 물씬 풍기는 소품들을 많이 보여주긴 했지만 그저 도구로서 소모만 됐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소모는 음악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의도한 것 같았고, 시대적 특성상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노래들을 적극 사용했지만, 어딘지 통통 튀는 느낌이 강해서 제대로 흥을 돋우기는 한 것 같습니다. 심각하거나 위기 상황에서도 같은 분위기를 유지했고, 영화 전반적으로 그런 가벼움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삽입함으로써 산만함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시종일관 같은 분위기만을 유도하고 반복된다면 피로도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멜로디를 이용하는 등 완급조절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래도 진부한 모습들의 단점들 사이로 그녀들이 보여준 수중에서 하는 액션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독특함이 느껴졌고, 흥미를 충분히 유발했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었지만, 지능적인 모습들과 함께 그녀들의 강력함과 인물들의 특색을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러한 특색 있는 액션을 적극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다소 어설픈 CG가 아쉽긴 했습니다. 그녀들이 활약하는 물속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배와 바다가 동시에 보일 때는 너무나 잘 보였습니다. 특히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더 두드러졌습니다. 그래도 영화 전체를 감상하는데 크게 방해요소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전 물속을 그대로 담아내던 다른 영화의 CG와 비교하자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같은 비교선상에 놓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여러 단점들 사이에서 전반적인 대중성을 챙길 수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충분히 가벼운 분위기를 유도했으며, 바다라는 특수성을 활용해 청량한 느낌을 충실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가벼워짐으로써 여러 위기와 갈등들이 크게 와닿지 않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보다 밝은 느낌을 선호한다면.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력 대결을 보고 싶다면.
시대적 배경이 주는 특수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여성들 위주로 전개되는 서사에 반감이 없다면.
흔하게 보던 액션이 아닌 독특한, 새로운 분위기의 액션을 기대했다면.
복잡한 서사가 아닌 단순한 형태를 선호한다면.
높은 몰입도의 작품을 기대했다면.
배우들 간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예상했다면.
과도하게 삽입되고, 의도적으로 노출되는 음악이 부담된다면.
시종일관 즐겁고, 오락적으로도 완벽한 영화를 기대했다면.
시원시원한 액션과 적절한 내용 전개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거라는 예상을 했다면.
아무리 시대적 특색이 있어도,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독특하고 새로운 서사를 기대하고 있다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 선호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들의 매력을 온전하고 조화롭게 버무리는 것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또한 다소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누군가의 전유물로 취급하는 듯한 표현들과 과도하게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갈등을 뒤섞고 길게 늘어뜨려,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독특함을 보여준 액션은 나름 괜찮은 수확이었지만, 과도하게 넣은 배경음이 집중력을 떨어뜨렸고, 결국 전체 서사와 연출을 위해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소품들 등 모든 것들을 도구처럼, 소모품 대하듯 허비해버렸습니다.
★ 5개 만점
★★☆(스토리 5 연출 6 연기 8 비주얼 6 오락성 6 재관람 5 음악 6 평균 5.85)
훌륭한 서핑 실력을 갖춘 서퍼가 다소 낡았지만 독특한 보드로 오랜 시간 파도를 기다렸지만 너무 짧게 끝나버린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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