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미저리'

어쩌면 괴물이 되는 집필 과정

by 감상자

도서 소개

이 소설의 주인공 폴 셸던은 지은이 스티븐 킹의 분신이다. <미저리> 시리즈를 써서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지만 평론가들의 악평에 괴로워하며 문학상의 권위에 집착하는 폴은, 한때 싸구려 호러소설 작가로 취급당한 스티븐 킹의 모습을 투영한다.


소설은 자동차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가 외딴 집에서 깨어난 폴이 자신을 구해준 전직 간호사 애니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칭 '폴 셸던의 넘버원 팬'이자 생명의 은인인 애니는 미저리 시리즈의 주인공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폴에게 미저리를 살려내라고 광분한다.


이후 폴은 집에 감금된 채 애니가 사다준 휠체어에 앉아 고물타자기로 미저리가 되살아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하루하루 이야기를 지어내는 신세가 된 것이다.


좁은 공간에 놓인 두 사람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여 오싹함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작가가 모르는 팬의 맹목적 사랑, 팬이 모르는 창작의 기쁨과 괴로움을 그린 소설. 로브 라이너 감독의 동명 영화로 널리 알려졌으며, 애니 역을 맡은 캐시 베이츠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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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왕이라고 불리는 스티븐 킹의 긴장감 넘치고 놀랍도록 생생하고 잔혹한 묘사들이 즐비한, 특정한 공간을 통해 공포감을 유발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통해 접해본, 나름 익숙한 내용임에도 충분히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묘사가 무척 매력적입니다.


감상

영화를 통해 이미 유명세를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접한다고 해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는 표지는 충분히 흥미를 돋울 수 있습니다. 표지만으로도 분명 어둡고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무겁거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딘가 사람을 끄는 무엇인가를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스티븐 킹이라는 인물의 명성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직접 판단을 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폴이라는 인물은 갑작스럽게 펼쳐진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어딘지 혼란스러워했으며, 그런 그의 상태와 심경을 고스란히 문체에 묻혀냈습니다. 그는 한 가지 생각을 지속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끼워 넣으며 끊기는 일 없이 다른 말을 꺼내고, 다른 생각을 표현했습니다.


혼란스럽기에 이것저것 내뱉지만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었고, 특정한 공간에 갇혀, 고문당하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등 어렵사리 삶을 유지하고 있는듯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정신이 없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살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신작은 다분히 애니라는 인물 때문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표현처럼 옳지 못했고, 또다시 살기 위해 옳은 길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가 잘못 선택한 옳지 못한 길은 자신을 스스로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충고 및 조언을 따르게 됐고, 최악의 관계에서 최고의 관계가 되고 있었습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말도 안 되는 집착과 행동으로 이끌어낸 이야기이며,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였음에도 그들은 어딘가 닮아있었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관계가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도서를 읽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으며, 그것이 끝날 때를 기다리는 길고 흥미로운 과정이 해당 도서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계가 끝을 내기까지의 힘겨운 여정은 그가 집필했던 새로운 소설을 마무리함으로써 함께 종료됐습니다. 그는 다분히 전략적으로 그것을 이용했고, 살아남았으며, 영광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런 영광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당했다는 것과 그것을 만들어준 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소 특이한 결론입니다.


단순하게 권선징악이라고 칭하기엔, 그녀를 괴물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그는 그녀처럼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의 인간성을 포기하면서 만들어진 그 괴물이 있었기에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이전의 그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사소한 계기가 그를 또다시 글 쓰게 만들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누군가가 탄생할 것입니다. 그 이야기가 그가 겪었던 끔찍한 일의 재연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신작의 이야기는 또 다른 미저리가 될 수도 있으며, 어쩌면 또다시 피해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그는 글쓰기를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고, 그런 괴물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괴물이라기보다는 그런 행위에 중독된, 노브릴을 찾지만 더는 필요 없을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독이 된 것은 그만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나도, 우리도 이미 그가 새로 쓴 스컹크로 시작된 이야기를 궁금해한다면, 그의 이야기가 얼마나 잔혹하건, 또 다른 끔찍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기다리는 모습으로 중독된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글을 쓰는 동안 고통도, 감정의 변화도 느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처럼 그 자체를 즐기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상적인 구절들

고통은 단지 오고 가는 것처럼 보일 뿐, 말뚝과 같았다. 때로는 덮여 있었고 때로는 모습을 드러냈지만 항상 제자리에 박혀 있었다.

P19~20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고통뿐 아니라 전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아주 미세하고, 적절한 방식을 이용하는듯했습니다. 어쩌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기 전에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방식 그 자체에 매료될 것만 같았습니다.


애니의 얼굴이 이상야릇하리만치 무표정한 모습으로 변했다. 폴은 이런 식의 고집스러운 표정이 마음에 안 들었다. 거의 냉혹함을 과시하는 수준이었다. 보기만 해도 불안해졌다.

P139


사람의 표정은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사소한 감정부터 현재의 심리상태나 말하고자 하는 것 등을 유추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표정의 디테일한 묘사가 감정 전달에 아주 탁월했습니다. 그들의 상태를 더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이와 함께 표현되는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우러져 몰입도가 높아졌습니다.


폴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죄책감 대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 괴물 같은 여자는 폴에게 저지른 갖은 학대에 덧붙여 그가 죄책감마저 느끼도록 했던 것이다.

P177


고통에 몸부림치고, 피해를 받고 있지만 역으로 느낄 죄책감은 최악의 감정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마치 우리가 범죄를 당했을 때, 네가 그렇게 행동해서 그렇지라며 범죄자 때문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피해자에게 나무라는 어떤 모습들과도 유사했습니다. 이 모습은 역하지만 일상적이라 더 잔인했습니다.


시작부터 이야기 구성이 역동적이었고, 등장인물들이 생생하게 움직였다.

P279


완벽에 가까운 글을 시작했음에도 여러 아이러니가 느껴졌습니다. 그를 괴롭혔지만 최고의 영감을 주었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용이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무엇인가 무서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랐고, 그 자체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너무나 무서워졌다.

P279


그의 이 한마디가 도서를 읽는 감정 그 자체였습니다. 분명 어떠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았으며, 폭풍전야 같았습니다.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그대로 다가올 것이며, 예측이 됐고, 무서웠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의,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1969년 3월 당시의 간호사 명부를 들춰 본다면, 윌크스라는 이름이 튀어나오겠죠? 여러분, 어쩌면 곰 한 마리가 숲 속에서 미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걸까요?'

P320


자신과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끝없이 의문을 품고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일지 궁금해졌습니다. 혐오인지, 호기심인지 알 수 없는 의문 속에서 마치 우리가 어딘가에 갇혀 발버둥 치는 듯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됐습니다.


짧은. 오랜. 오랜. 짧은. 오랜. 오랜. 짧은.

P329


짧은 한 줄 속에 묻어나는 수없이 많은 죽음이 아주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궁금해졌습니다. 마치 폴이 그 책을 계속 붙잡고 놓지 않는 것처럼, 분명 공포스럽고 소름 끼칠 테지만 놓지 않았을 그의 심리가 너무나 이해됐습니다. 이 도서는 분명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있었습니다.


폴은 비명을 지르며 불에 타고 피로 물든 침대 속에서 몸부림쳤다.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하얗게 질렸다.
"이제 너는 절름발이가 됐어. 나를 욕하지 마. 네가 저지른 잘못 때문이니까."

P382


그의 잘못 때문이라는 그녀의 말은 한없이 역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역함은 그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기도하듯 읊조리던 그의 모습을, 손이 닿지 않지만 낑낑대며 팔을 뻗어 바큇자국을 닦아내는 그의 모습을, 자신이 실수로 쳐버린 도자기 인형이 원래 위치에 '거의' 있다고 말하는 그의 발버둥 치는 모습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짓을 한 건 내가 소설 줄거리를 말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또 애니가 그런 나를 무력하게 받아들여야만 했기 때문이야. 애니의 행동은 분노의 표시였어. 분노는 깨달음이 낳은 결과였고, 무엇을 깨달았는데?

P417


어쩌면 사건의 실마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약간의 지배가 그녀에게 대다수 지배되어 있는 그를 구하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노는 이성을 잃게 하고 분노 표출은 상대도 나도 그 사이의 무엇인가를 드러내게 하고 상처 입힙니다. 폴은 엄지손가락을 잃었고, 그녀는 그 틈새를 읽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진실은 단순했다. 그는 애니를 '직접' 처리하고 싶었다.

P491~492


니체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심연의 괴물이 그를 보면서, 그도 점차 괴물이 되고 있는 듯했습니다. 간단한 외침으로 일을 더 키우고 벗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죽음이 눈앞까지 오게 할 수도 있었고, 스스로 창문에 몸을 던져 모든 것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소설의 끝을 내고 싶었고, 그녀도 '직접' 끝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점차 괴물이 되고 있었습니다.


잠시 동안 성냥불이 맥없이 꺼질지도 모른다는 소름 끼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곧이어 '후룩!' 소리와 함께 표제 쪽 위로 연한 푸른 불꽃이 퍼져 나갔다. 불꽃은 종이 더미 바깥쪽 가장자리를 따라 흥건히 고인 찐득거리는 기름을 먹어치우고 옆면을 훑으며 순식간에 달려 내려왔고, 강렬한 노란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올랐다.

P525


그가 괴물이 되는 순간이자 모든 '끝'의 시작이었습니다. 그가 쓰기 시작한 끝은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지, 가장 미워하는 존재인지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두 가지를 모두 뒤섞은 자신에 대한 혐오와 그것을 해결했다는 희열의 통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애니 때문에 망설인 게 아니었다. 원고 때문이었다. 진짜 원고. 폴이 불태웠던 원고는 맨 위에 표제 쪽만 올려놓은 가짜였다. 쓰다가 망친 원고와 써 놓고 보니 맘에 안 들어 버리려던 원고들 사이사이에 빈 종이들을 끼워 넣은 가짜 원고일 뿐이었다.

P539


어쩌면 진짜 괴물이 된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현실로 이루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자신이 쓴 소설을 아꼈고, 그것을 찾으려 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이성도,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가치를 추구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자신의 결점이, 스스로 걸작이라 부르는 그것을 탐할 뿐입니다.


아쉬운 점

다소 잔인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끊임없이 펼쳐집니다.

해당 도서의 장르적 특성일 수 있으며, 서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단순한 장치일 수 있지만, 쉼 없이 그 잔혹성이 펼쳐져서 독서에 거부감이 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하나하나의 행동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펼쳐진 것이 아니라 모두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전개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시작부터 아무런 정보 없이 갑작스럽게 펼쳐진 이야기는 서사가 뒷받침되지 않은, 자극적인 사건을 연출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되면서 차분하게 서사를 충실히 채우며, 그의 과거를, 이전의 모습을 자세하게 담지 않음에도 자세하게 만들어 냅니다.


총 평

이야기를 엮어내는, 뿌려진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이 몹시 흥미롭습니다. 작은 승리와 실패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양 극단에 있는 듯한 감정을 순차적으로 끌어냅니다. 다소 잔인한 상황과 표현들이 연속적으로, 끊임없이 나타나지만 단순하게 소설의 소재로 소모된다기보다는 마치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서사들이 충실하게 담기지 않고, 어딘지 부족한 그들의 과거를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채워진듯하며, 그런 빈 공간들이 이유 있게 비어있는, 비어있지만 분명히 채워져 있는 듯한 모습을 담아냅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8 재미 8 재독성 9 표현력 8 가독성 8 평균 8.16)


어딘지 비어있는 모습까지도 의도한 것 같은, 잔혹하지만 잔혹하지 않은 집필 과정.


감상자(鑑賞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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