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원 예약금 or 50만 원 기부

-나와 결혼해 줄래?

by 해피

우리는 그렇게 연인이 되었습니다.

17개월 정도 연애를 하고 있던 크리스마스이브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 평소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는 언제 결혼할까?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우리 둘의 나이도 34살이니 결혼을 한다면

좀 서두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서로 결혼하고 싶은 장소가 신기하게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결혼을 하려면 전년도 11월에 추첨을 해서

당첨이 돼야 그곳에서 결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결혼 이야기를 한 것 은 12월이었으니

벌써 추첨은 끝났고 남은 자리가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보던 중 5월 1일 근로자의 날은 아직 예약이 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 예약금 50만 원을 걸었습니다.

우리 둘이는 만약 우리가 결혼을 못하면 저 예약금은 기부를 하자!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각자 부모님에게 인사도 안 했지만 우선 예약부터 진행을 한 것입니다.


결혼까지 5개월이 남았으니 괜찮습니다.

하나씩 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결혼날짜를 잡아 놓고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가서 어떻게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냥 무작정 저 결혼하겠습니다. 이야기를 해야 할까?

여자 친구를 집에 소개도 안 했는데 갑자기 결혼한다고 하면 당황하실 텐데...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 생각을 하던 중 올해가 끝나기 전에

편지를 적어서 부모님께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결혼 날짜를 잡은 지 5일 후 편지로 적어서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사회에 나와서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할 거냐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냥 지금의 여자 친구와 결혼만 한다면 원룸이든 작은 집이든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우선 결혼을 하겠습니다.

허락만 해주십시오. 하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결혼하고 싶은 장소는 부모님이 알고 계셨습니다.

거기에서 할 거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거기 예약도 끝났을 텐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셔서 지금 5월 1일 딱 한자리 남았다고 합니다.

그때로 예약을 해도 될까요? 하고 물어보니

우선 예약부터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벌써 예약을 했는데 말입니다^^)


우선 허락은 받았으니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날짜를 잡아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그 후에 상견례를 하고 스드메 예약하고

신혼여행 예약하고 예단, 예물 해야 하고 청첩장도 만들어야 하고

결혼 초대도 해야 하고 정말 결혼이란 게 이렇게 준비할게 많은 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그냥 원룸이든 결혼만 해서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면 되겠지

생각했지만 여자 친구네 집에 가서 인사를 드리는데 할 말이 없었습니다.


지금 저도 딸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지만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와서

그냥 결혼하겠다고만 하면 참 답답하고 내가 어떻게 키운 딸인데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어쩌셨을지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자친구가 부모님을 많이 설득했는지 제가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는

별말씀 없으시고 둘이 잘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다른 말씀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제가 정말 더 열심히 살고

노력해서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이 하나의 약속은 꼭 지켜드리겠다고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양쪽 집안에 결혼 허락을 받고 우리는 결혼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무엇보다 당장 5개월 후에 살아야 집을 마련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습니다.

3,000만 원을 가지고 집을 구한다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찾고 찾았습니다.

여자친구가 서운해할 만도 한데 정말 아무 말 없이 오히려

저를 더 힘을 주면서 집을 찾았습니다.

겨우 찾은 집은 산꼭대기 바로 밑에 있는 집이었습니다.

집이 산꼭대기 밑이면 어떠하리 함께 하는 여자친구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 하나로 그렇게 전셋집을 계약을 하고 결혼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5월 1일까지 D-DAY로 정하고 타임 테이블을 만들어

퇴근하고 만나서 하나씩 하나씩 미션을 수행하듯이 해 나갔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저희에게는 마냥 행복하고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살아온 환경도 다르니 나는 신혼여행에 더 신경을 쓰고 싶은데

여자친구는 신혼여행보다 결혼식장에 더 신경을 쓰고 싶어 하였습니다.

결국 해결은 우리 둘이서 해야 했습니다.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를 하고 오직 우리의 결혼에 초점을 맞추고 실행해 나갔습니다.

청첩장도 그냥 나와 있는 디자인에 인사말을 해서 만들 수도 있었지만

평생 한 번 만드는 청첩장이니 우리가 직접 디자인하고 문구까지 다 만들었습니다.


청첩장은 완성되었으니 나오는 날까지 신혼여행지 정하고

호텔 예약하고 정말 끝이 없었습니다.

우리 둘은 서로가 하고 싶었던 결혼식장도 같았고 신혼 여행지도 같았습니다.

그냥 패키지여행을 해도 참 편할 수도 있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우리가 계획하고 만들었습니다.

청첩장이 나오고 결혼식에 초대할 사람들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식사를 하면서 청첩장을 돌리고 꼭 와서 축하해 달라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결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청첩장 돌리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200명 넘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와서 축하해 주신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인생을 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가져가는 게 좋은 거라 항상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었습니다.


결혼을 할 때 한 번의 인맥이 정리된다는 선배들의 이야기에

난 그러지 않을 거라고 혼자 당당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선배들의 이야기는 정확하게 맞아 들었습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식사를 대접하면서

청첩장을 돌렸지만 어떠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결혼식장에는

오지 않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오고 안 오고는 그분들의 자유였기에 아무 말도 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결혼한다고 하니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정말 티가 날 정도로 겉치레로 축하의 말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너 같은 애도 결혼하는데 내가 너 보다 못 난개 뭔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내가 성장하는 기분이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이래서 옛 어른들이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씩 허들을 넘어서 2014년 5월 1일 12시 결혼식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