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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 Nov 20. 2023

네 발자국으로 집을 다 갈 수 있다

-7평에서 시작한 신혼집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진짜 현실을 맞이하였습니다. 

7평의 집은 네 발자국이면 집 전체를 다 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집이었습니다.

한 발을 옮기면 안방, 한 발을 옮기면 작은방, 한 발을 옮기면, 거실겸주방, 한 발을 옮기면 화장실 

작은 것도 좋지만 필터를 끼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녹물이 심하게 나오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필터를 끼자마자 흰색의 필터는 갈색으로 순식간으로 변하였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와 함께 하는 이 집이 정말 소중했습니다. 


결혼을 했으니 주위 친구들이 집들이는 언제 할 거야? 

물어봤습니다. 장난반 진담반 우리 집이 작아서 집들이할 자리가 없어라고 

이야기하면 친구들은 에이 그래도 앉을자리는 있겠지라고 하면서 언제 할 거야? 

또 물어보았지만 진심으로 앉을자리가 없어서 집들이는 하지 못했습니다. 

자꾸 물어볼 때마다 마음은 점점 안 좋았습니다. 

식탁 놓을 자리가 없어서 전자레인지 놓는 서랍장인데 

그 테이블을 위로 올리면 식탁이 되고 내리면 서랍장을 덮는 형태의 가구였습니다. 

그것도 2인용 식탁입니다. 

언젠가는 큰 집으로 이사 간다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집들이를 오래도록 할 예정입니다. 


작은 신혼집이지만 둘이서 오순도순 밥도 해 먹으며 신혼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잠을 자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물이 계속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물소리를 찾아서 가보니 아주 작은 베란다이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 비가 집안으로 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세탁기에 설치해 놓은 필터가 깨지면서 베란다는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계속 물을 치우고 저는 수건을 짜고 반복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물 바다를 치우고 나니 해가 떴습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저희 부부는 출근을 하였습니다. 

어제의 일이 정말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데 마음 한구석이 아파 왔습니다. 


나야 내가 돈을 모아놓은 것이 없으니 고생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나를 믿고 나에게 시집와준 아내는 무슨 잘 못을 했기에 

이런 고생을 하는지 부부는 하나이기에 같이 고생한다고 하지만 

그걸 직접 경험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지만 이렇게 비가 내릴 때마다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은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사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엄마는 비가 오면 물이 새는지 괜찮은지 

눈이 오면 그 언덕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매일 전화를 주셔서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걱정을 하시는 엄마가 눈물을 흘리실 때면 

저 역시도 눈물을 흘리며 내가 더 열심히 살아서 이곳을 빨리 벗어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빌라 밑에 주차장은 있었지만 그곳에 주차 자리는 몇 자리 없었기에 

매 번 차를 써야 하는 저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길가에 주차를 하고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차를 옮기지 않으면 불법주정차 단속차량이 

법칙 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월차라 쉬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그 어떤 날도 7시 전에 일어나서 차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 동네가 차가 많아서 길가에 주차를 허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녁 8시부터 ~ 다음날 7시까지입니다. 

7시가 넘어서 아직 차를 옮기지 못하는 차들은 여지없이 

단속차량이 와서 딱지를 차에 붙였습니다. 

어떤 날은 저도 모르게 늦잠을 자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전화를 받았는데 정말 좋으신 분이 지금 차 단속 시작했으니 

빨리 차 옮기라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가서 차를 옮긴 적도 있었습니다. 


결혼 전 이런 적이 없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적응해 나갔습니다. 

가끔 월차를 내게 되면 차 빼주세요. 차를 이동하고 차 빼주세요. 

또 이동하고 차 빼주세요. 이동하고 이렇게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도저히 이렇게 더 이상 어려움이 있어서 구청에 전화를 해서 

주차비를 낼 테니 주차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봐도 

주차자리는 한정되어 있었기에 신청을 할 때마다 되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동네 슈퍼마켓을 가게 되었습니다. 

혹시 여기는 어떻게 주차를 해요? 

물어보니 우리 집에 주차 자리 하나 있는데 쓰실래요? 

물어보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월에 10만 원씩 내면서 주차자리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7시가 넘어서도 차 빼달라고 하는 곳은 없었기에 

하나의 불편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차하는 곳이 두 대를 주차하는 곳이 여서 서로 주차할 때마다 

내일 몇 시에 나가시는지? 물어보고 주차를 하였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게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결혼 전 장을 보러 마트에 간 적이 정말 손에 꼽았습니다. 

그래도 결혼했으니 맛있는 것 해 먹자고 이야기를 해서 근처 큰 마트를 찾아갔습니다. 

이것도 해 먹으면 맛있겠다. 날씨도 추우니 부침개 해 먹을까? 

계속 대화를 하면서 사야 할 것을 적은 메모지를 들고 장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처음 장 보는 시간이었기에 행복 가득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장을 보면서 데이트도 하고 짐을 싣고 집으로 

출발하려고 마트를 나왔는데 비가 쏟아지는 것입니다. 

출발은 했고 처음으로 장을 봤으니 얼마나 많은 것을 샀는지 

이건 몇 번을 집으로 이동해도 부족한데 비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내렸습니다. 

동네에 오면 멈추겠지? 아니 제발 멈춰주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 간절함이 약했는지 비가 멈출 것 같지 않아 결국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5번 정도 짐을 옮겼습니다. 


주차장도 집 앞이 아니라 슈퍼 앞에 주차장이었기에 한 2분 정도 걸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5번을 다 옮겼더니 물에 빠진 생쥐처럼 다 젖었습니다. 

그때 하나의 꿈이 생겼습니다. 

비 안 맞고 차에 타서 장보고 집에 오는 것입니다. 

첫 마트에 가는 날 이런 일이 생겼으니 마트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까요? 

그 집을 떠 날 때까지 마트에 간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우리 둘은 비에 젖은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눈물바다가 되는 거고 반대편으로 가게 되면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비도 오고 쫄딱 젖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에서는 깊이 울고 있었지만 

그러면 아내도 순식간에 울 것 같아서 말도 안 되는 흘러내린 

머리를 핑계 대고 깔깔대며 웃었더니 아내도 신나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마트데이트는 끝이 났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비교하고 생각하면 

지금의 모습이 더 초라해질 뿐입니다. 

우리 둘은 계속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여기를 떠 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했습니다. 

아내는 회사와 집안일을 담당하고 저는 회사와 독서, 강의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강사 분들이 알려주시는 것들을 

하나씩 실행해 보려고 애썼습니다. 

강의를 듣고 오면 아내 앞에서 들은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적용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 많은 대화를 하였습니다. 

우리도 해보지 않은 결혼이고 처음이기에 

그리고 함께 이기에 함께 헤쳐 나갔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삶이 영원하지 않고 우리가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 열심히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사를 하고 하나씩 일궈서 지금의 모습까지 왔는지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끝이 없기에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오직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고 서로에게 약속하였습니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서 잘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훗날 태어날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모습을 가진 부모가 되자고 

그때까지 서로 열심히 노력하자고 이야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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