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직접 진행하는 '과정 연구'를 하는 이유

번외 편

by 로지

심리상담을 직접 진행하는, 과정 연구를 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연구노트에 남겨두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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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들기 전, 적고 싶은,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노트북을 열었다.


내일도 연구와 상담으로 일정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을 지금 남기지 않으면 날아가 버려서, 다음에는 '어떤 마음이었더라'하는 흐릿한 아쉬움을 느낄까 봐.


이전 [연구노트]에서 예고한 대로, 지금은 2024년 다이어리에 매일 연구와 상담에 대한 나의 소감이나 생각, 감정 등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원래 글로 나의 마음을 일기처럼 매일 남기지 않는 편인데, 블로그를 시작한 지 이제 4년이 훌쩍 넘어가면서 글 쓰는 게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다. 아..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갈 뻔했네.


내가 남기고 싶은 마음은 이제 진짜 하고 싶었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내가 왜 이런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 길로 들어섰는지를 나 자신은 물론, 이 블로그에 들어오거나, 혹은 연구에서 만나게 될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해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연구를 어떤 마음을 진심으로 고이 담아서 계획하고 실행까지 하게 되었는지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이해한 누구라면, 정말 의미 있는 도전이고 선택을 했다고 한 마디 인사가 아니더라도, 마음 한편에 고이 담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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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리상담/심리치료를 통한,

즉 심리상담을 연구의 핵심이자 수행하는 방법의 중심에 둔 이유.




하나는, 심리상담을 좋아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고 실천하고 싶어서다. 벌써 상담을 처음 시작해서 첫 내담자를 만난 지도 7년이 훌쩍 넘었다. 그때와 달라지지 않은 태도이자 마음이 있다면, 여전히 나는 더 제대로 상담을 공부하고, 익히고, 실천하고 싶다. 심리상담에 두는 나만의 가치와 의미(상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도 있지만, 더 나아가 여전히 난 상담이 좋다.


많은 고초와 좌절, 시행착오를 겪었고... 여전히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막막한 한 걸음 한 걸음이지만, 그럼에도 난 여전히 나의 발걸음에 즐거움과 힘이 실려있다. 그래서 안다. 내가 여전히 참... 상담에 진심이라는 것을.


내가 이해하는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는, 그리고 인간중심상담에서 중요하게 느낀 정수는 (충분한 설명, 연구 및 이론과 함께) 2000년대로 그대로 가져오면서 정서와 그 과정에 초점을 두는 이론이다. 이것이 내가 정서중심치료에 진심을 다 하는 이유다






또 다른 하나는, 인간중심상담을 기반으로 그 태도를 이어가는 여러 이론 중에서도, 특히 정서중심치료의 세밀한 과정을, 경험의 과정을,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빚어가는 변화를 살펴본 연구가 국내에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중심상담, 게슈탈트상담, 포커싱 체험치료, 정서중심치료 등 체험과 그 과정을 '치유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심리상담을 진행해서 이를 양적 또는 질적으로 분석한 연구) 요인 중심의 연구는 있다.(이 역시도 거의 희박하다).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고 석사과정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도서관 DB를 끼고 사는 나인데도, 매년 최소 10번 이상을 항상 수많은 검색어로 상세검색을 함에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정말 있다면 꼭 읽고 싶고 바라는 한 사람이다. 간절하게..


내가 국내에 없다고 의미하는 건, 심리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경험이, 함께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 변화의 순간들이 담겨있는 그 과정을 EFT 답게 연구한 사례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 1~2년 내, 한 명의 현직 상담 교수가 자신이 진행한 정서중심치료 커플 상담을 모두 진행해서 이를 양적과 질적으로 연구한 사례가 하나 있었다. 내가 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얼마나 반갑고 뭉클했는지 모른다.




국내에 존재하는 1급, 슈퍼바이저, 교수급의 수많은 상담자가 자신의 상담을 녹음하고 녹화해서 그 기록을 정밀하게 분석해서 살펴본 연구가 이렇게나 희박할 일인가... 나보다 상담 경험 면에서나, 역량에서도 월등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왜 그들은 자신의 상담을 궁금해하지 않을까? 자신이 기반으로 하는 이론이 어떤 과정과 모습일지, 분명 궁금하고 알고 싶고 더 채워가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고, 그들만이 경험한 의미 있는, 가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여기엔 상당한 시간은 물론 노력, 금전적 물질적 투자도 들어간다. 그리고 심리상담 자체, 그리고 해당 이론에 대한 엄청난 애착이 있어야 한다.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훨씬 넘게.. 위험부담을 안고 간다. 금전적 투자는 물론 심적 부담도 크다. 자신의 상담을 공개해야 하니까.



그래서 조금은 무모하고, 배짱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딱이지 않은가?



좋아하고 의미를 느끼는 것에 올인하는, 필요하다 여기는 의견은 망설이지 않고, 사회적 평판이나 물질적 조건에 덜 휘둘리는, 상담에 진심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하고자 한다. 무모한 도전이라면 빠를수록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이것이 내가 이 연구를 하게 된 이유다. 나는 이 연구가 처음 나의 의도와 어떻게 달라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내가 처음 상담을 하겠다고 들어왔을 때, 다짐했던 것처럼. 나는 한국의 인간중심상담, 정서중심치료에 기여하고 싶다. 뭔가 의미 있는 한 보탬이 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내가 만나는, 그리고 만나게 될 내담자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건네고 싶다. 상담을 찾아온 내담자가,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고, 자신을 또는 타인을 미워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서 자기 자신을 멀리하길 바라지 않는다. 어떤 누구라도, 자신만이 가진 특별함을 경험했으면 좋겠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 경험의 의미를 가치롭게 간직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 가지는 생각, 실제 행동... 그 외에 '나'를 이루는 그 모든 경험과 부분을 그대로 최대한 가능한 만큼 경험하길, 그리고 무엇이 붙고 조건이 있어서가 아닌, 그저 그대로 자기 자신이기에 갖는 평범함이 얼마나 특별한지 경험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담자인 내가, 내담자들과 나누는 그 경험의 과정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너무도... 어렵다.




난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상담자다. 그래서 더 그 부분을 제대로 알고 싶고, 찾아가고 싶고, 찾게 되면 진심을 다해 마주하고 채워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상담자 혼자서는 충분하지 않다. 상담은 상담자 혼자 만드는, 혼자 잘났다고 가능한 과정이 아니다. 내담자가 없이는 안된다. 내담자의 그 경험과 온전함이 없어선 안된다. 내가 지금까지 상담자로 경험한 수많은 의미 있고 가치로웠던 특별했던 모든 순간엔, 또 다른 한 사람.. 내담자가 항상 함께 했다.



내담자가 존재할 때 상담은 비로소 온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온전히 몰입하고 함께 빚어갈 때 비로소 온전한 상담이, 그리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내담자가 함께 하는 이 연구, 이 상담, 이 과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마지막 하나는, 이건 나의 동료인 상담자들이다. 나는 교육자가 아니다. 한 번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저 한 명의 상담자로, 의미 있게 여기는 심리상담을 각자의 방법, 각자의 위치에서 분투하고, 노력하고, 성장하는 다른 상담자들과 나는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많은 상담자들이 고민하는 지점, 즉 이 부분이 참 풀리지 않고 고민이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내담자와의 시간을 위해 마음을 쓰는, 진심을 다하는 상담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여전히, 충분히 하나의 이론으로도 배울 것도 공부할 것도 제대로 해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특히 인간중심상담, 정서중심치료에서 말이다.



모두가 궁금해한다. 모두가 어려워한다. 모두가 알고 싶고 제대로 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연구가, 상담의 과정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이를 설명하고 정리해서 알려줄 연구가... 필요하다. 상담자는 이론가만이 아니다. 실천가만도 아니다. 상담자는 이론과 실제를 함께 병행하고 연습하고 성장해야 하는 사람이다.



책을 통해서 만을 얻을 수 없다. 교육이나 워크숍으로 만도 얻을 수 없다. 슈퍼비전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국내의 교육은 부족하고, 국내만의 교육자료는 열악하다. 이 모든 것이 다 같이 균형을 가지고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이러한 이유로 내가 선택한 연구가 바로 이 연구이고, 한 치 앞이 예상이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를 위해 그간 간직하고 소중하게 여겨왔던, 나 자신을 위한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후회도 아쉬움은 없다, 그 점에선 오히려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나만의 의미를 추구해 가는 사람. 내가 인간중심접근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나의 진심이 잘 전해지길 바라며,

나에게도,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도.



#personcentered

#approach

#emotionfocusedthera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