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관계'를 돌보기 위한 30가지 QnA
본 칼럼은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를 기반으로 합니다.
Q.
바로 답하기 전에,
잠시 숨을 두 번 고르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A.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이 드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거예요.
마음속에서 두 가지가 충돌하거나, 갈등하는 느낌이요.
불편하고, 안절부절못하기도 한
불쾌하고 밀어내고 싶고, 다신 느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합리적으로 생각해! 무엇이 도움이 될지 생각해! 제발 좀 철들자"라며
평가하거나 혹독하게 밀어붙이고 있진 않나요?
잠시 그 생각, 그 평가를 옆에 내려둘게요.
당신의 감정은 그저,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것뿐인걸요.
당신을 괴롭히거나 불행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
유지하고 싶은 마음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과
적응한 상태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
새로운 도전을 택하고 싶은 마음과
잃게 될까 봐 염려되는 마음
우리 모두는 두 가지, 그 이상의 것들을 동시에 경험하곤 해요
그건 모순도 아니며, 결점은 더더욱 아니에요
“살아야 해서”와 “더는 못 견디겠다”가 동시에, 모두 맞는 감정이에요.
먼저 확인해야 할 건
이 두 마음 뒤에 있는 감정들,
예를 들면 지칠 대로 지친 분노와 허무함, 인정받지 못한 서운함,
‘여기서 나가면 나는 망한다’는 두려움과 공포
절대 후회해서는 안 돼!라는 평가에 따라오는 망설임
...
이 감정은 모두 옳아요. 그럴만하기에 느껴지는 것들이죠.
아마도 당신은 이런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부정하거나 거리를 뒀을지 몰라요.
그럴수록 더욱 희미해지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감정이란, 정서란 그렇거든요.
멀리하고 부정할수록,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엔 더 크게 올라오고, 더 자주 경험하게 돼요.
당신의 감정이 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들어야 해요.
바로 결정하고 행동에 옮겨야 된다는 말이 아니에요.
빨리 결정해!
잘 선택해!
이런 생각들은 오히려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
정말 간절하게 바라는 것들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어요.
선택은 우선 나의 감정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한 뒤에 따라와도 절대 늦지 않아요.
오히려 후회를 줄여주고, 두려움을 토닥이며 덜 불안해지죠.
그리고 궁극적으론 '나를 위한 맞는 선택'을 하면서 자아존중감을 경험해요.
당신이 이 갈등까지 도달한 과정에는
그간 지쳐왔던 경험 & 그리고 버티면서 에너지가 쓰인 경험
이 두 가지가 일단 가장 생생할 테니,
거기에서 시작해 볼게요.
어떤 감정이 가장 생생하게 올라오나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그 감정을 대해주었나요?
버틴다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일 텐데, 어떤 마음으로 버텨온 건가요?
*아래 답변은 여러분이 스스로 답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각색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둘 중 하나, 양자택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내 살았어.
선택지가 두 개면 아주 단순한데도 이를 결정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비난했어.
이 결정을 미루면서도, 동시에 힘들어하는 것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여겨져서 속상했어.
뭔가를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잖아.
퇴사를 하든, 남아있든 그것 역시 내가 감당할 삶인데 말이야.
그게 얼마나 쉽지 않고, 고난의 연속이었는지 가장 몰라준 것도 나였어.
퇴사라는 것이 정말 큰 결정인데도, 그 결정을 '빨리, 잘' 내리지 않는다고 다그쳤어.
그래서 더 미루고 싶어지고, 부정하면서 점점 더 지쳐갔던 거 같아.
하나씩 떠올려볼게.
퇴사하고 싶은 마음. 일단 너무 힘이 빠져버렸어.
지금 하는 업무나 조직에 대한 동기가 예전처럼 느껴지지 않아.
처음 들어왔을 때는 열의가 높고,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많았어.
근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게 아쉽고 속상해.
근데 또 그게 나의 마음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
조직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많고, 부당한 상황도 많이 겪었고
그때마다 나의 입장이나 마음을 이해받진 못했어.
그래, 회사에서 그런 걸 바라면 안 된다고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래도 바랄 수는 있는 건데, 어느 순간부턴 나 역시 '바라는 것도 안돼'라고 강요하게 되더라.
그래서 더 억누르고 치열하게 버텼어. 그게 돌아보면 가장 나를 지치게 만들었던 거 같아.
또 하나의 마음인, 버텨내고 싶은 마음.
아직은 정확히 이 마음을 들여다 본적이 없어. 그래서 정확히 표현하긴 어려워.
그런데 뭔가 지키고 싶은 그런 것이 분명히 있는 느낌이야.
그동안에 내가 노력해온 것들을 인정받고 싶어. 그 인정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 같아.
인정받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도 항상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어.
하지만 정확해. 말하고 나니 더 명확해졌어.
나는 내가 해온 노력과 그 성과, 그 외 과정을 잘 알아주고 싶어.
고난과 역경이 있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지나왔고, 그때마다 잃지 않고 간직했던 나만의 가치가 있어.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 성취, 충족감, 기쁨 같은 감정이 분명하게 있어.
그리고 아직 도달해 보지 못했지만,
이 부분, 이 시기만 넘어갔을 때 혹시 내가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충족감을 주고, 동기를 높여줄 무언가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어. 그걸 잃고 싶진 않은데 하는 두려움도 있어.
내가 걸어온 이 과정을 충분히 돌보고 나서 마무리한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있어."
#정서중심치료
로지 상담심리사, 심리학 박사 ㅣ Semicolon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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