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와 관계'를 돌보기 위한 30가지 QnA
본 칼럼은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를 기반으로 합니다.
바로 답하기 전에,
잠시 숨을 두 번 고르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A.
최근에 “그때 사실 조금 서운했는데 말 못 했던 순간” 하나만 떠올려보세요.
많은 사람이 서운함을 말하기보다는, 조용히 삼키는 쪽을 선택해요.
갈등이 싫어서, 분위기 망칠까 봐, 상대가 힘들어할까 봐.
그래서 “말 안 하는 나 = 배려 깊은 나”라고 여겨온 시간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하지 못한 서운함이 쌓여,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딱딱해지고, 거리를 두고, 마음이 닫혀버리는 경험을 하기도 하죠.
‘경계를 세운다’는 건
상대를 밀어내고 차갑게 거리를 두자는 뜻이 아니라,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이 지점을 넘으면 나는 힘들다”는 선을 말과 행동으로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는 걸 말해요.
말투의 변화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될 수 있어요.
“넌 왜 맨날 그렇게 말해?”가 아니라,
“방금 그 말이, 나한텐 조금 서운하게 느껴졌어.”
“괜찮아, 아무렇지 않아” 대신,
“괜찮긴 한데, 사실 마음에 조금 남긴 했어.”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대신,
“이번에는 넘어갈 수 있지만,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되면 좋겠어.”
행동의 변화도 거창하지 않아도 돼요.
너무 지친 날엔 약속을 줄이거나 시간을 짧게 잡는 것.
듣기 힘든 농담이 반복되면, 자리를 살짝 피하거나, 그 주제에서는 대화를 짧게 끊는 것.
늘 상대 일정에만 맞추던 습관에서, 내 컨디션과 일정을 한 번 더 고려해 보는 것.
이런 선택들이 바로 “몸으로 표현하는 경계”에 가까워요.
혹시
“그 정도는 내가 참아야지”
“이 얘기 꺼내면 내가 예민한 사람이 되겠지”
“말 안 하면 그냥 조용히 넘어가니까, 이게 더 나을 거야”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당신 쪽의 서운함과 피로를 한 번도 제대로 앉혀놓고 보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한 번, 이렇게 물어봐도 좋아요.
나는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내 안의 어떤 감정들을 계속해서 제일 나중으로 미루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 대가로, 내 마음에서 무엇이 조금씩 닳아가고 있었을까?
경계를 세운다는 건,
상대를 공격하거나 재단하는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이런 기준이 있고, 이 선을 넘으면 나는 힘들어진다”는 것을
조용하지만 분명한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에요.
서툴러도 괜찮아요.
한 번에 완벽하게 말하려 하기보다,
단 한 문장, 단 한 번의 시도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아래 답변은 여러분이 스스로 답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각색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
상대가 던진 농담이 조금 아파도,
그냥 웃고 넘기는 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생각했어.
서운한 일이 있어도
‘이 정도로 뭘… 내가 오버하지 말자’라며 늘 내 쪽 마음을 마지막에 두곤 했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딱 닫히는 느낌이 들었어.
같이 있는데도 말수가 줄고,
메시지를 봐도 바로 답하기 싫고,
속으론 ‘나만 이렇게 신경쓰나?’ 하는
속상함, 허무함이 커졌어.
그 감정을,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줌으로써
요즘은 아주 작은 것부터 해보려고 해.
정말 불편한 말이 나왔을 때,
‘방금 그 말이, 나한텐 조금 아프게 느껴졌어’라고 한 번 말해보기.
약속이 너무 벅찬 날엔
‘오늘은 내가 좀 피곤해서, 다음에 보자’라고 솔직하게 말해보기.
괜찮은 척 넘겼던 일에 대해,
다음 날이라도 ‘어제 그 얘기가 조금 마음에 남았어’라고 꺼내보기.
이 말을 꺼내는 순간에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상대가 싫어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올라와.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 용기 내서 말하고 나면
적어도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진짜 바라는 건
서운한 일이 절대 없는 관계가 아니라,
서운함이 생겨도, 내 마음을 지울 필요 없이
말해볼 수 있는 관계야.
그게 아마,
이 관계 안에서 ‘나’를 유지한다는 것의
아주 작은 시작일것 같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해.”
#정서중심치료
로지 상담심리사, 심리학 박사 ㅣ Semicolon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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