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죄책감 때문에

'정서와 관계'를 돌보기 위한 30가지 QnA

by 로지

본 칼럼은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를 기반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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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족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죄책감 때문에 발을 빼지 못하는...

양가감정을 다룰 때, “끊기”와 “희생하기” 사이에 어떤 선택지가 더 있을까?








바로 답하기 전에,

잠시 숨을 두 번 고르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한 손 또는 두 손을 가슴 쪽으로 올려두고

토닥토닥 네 번,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볼게요.






A.


가족을 떠올릴 때 마음속에 동시에 올라오는 두 문장을 잡아보세요.

“그래도 가족인데…”와 “더는 못 견디겠어…” 같은 것들요.




가족 관계는 참 이상해요. 모순적인 거 같아요.

멀어지고 싶은데, 마음이 걸리고

상처받았는데도, 또 미안해지고

떠나고 싶은데도,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끊어야 하나, 그냥 내가 참아야 하나”

이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만 맴돌곤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에 아주 많은 선택지가 있어요.

완전히 끊지도 않고, 완전히 희생하지도 않는 방식들.




관계를 “없애는” 게 아니라, 관계의 “방식”을 조정하는 방식들이요.

가장 먼저, 이런 질문부터 해볼 수 있어요.




나는 지금 가족과의 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힘든가?


돈인가요, 시간인가요, 말투인가요, 간섭인가요, 책임의 무게인가요?


혹은 늘 평가당하는 느낌, 죄책감을 주는 말, 내 선택이 존중받지 않는 감각인가요?




이 질문에 '나만의 답'이 분명해질수록

“완전히 끊기”가 아니라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멈출지”가 보이기 시작해요.




예를 들면 이런 선택지들이 있어요.

연락 빈도를 줄이기.

매일 연락하던 것을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바꾸는 것.

만남의 시간을 제한하기.

종일 함께 있던 것을 두세 시간으로 줄이고, 끝나는 시간을 미리 정해두는 것.




대화 주제를 제한하기.

내 연애, 내 일, 내 돈, 내 몸(외모) 같은 민감한 영역을

가족의 의견 대상에서 빼두는 것.




도움의 범위를 정하기.

도울 수 있는 것과 도울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여기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라고 말하는 것.




이 선택들을 시도하면, 죄책감이 올라올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죄책감은 종종


“나는 좋은 자녀여야 한다”


“가족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


라는 오래된, 당위성을 가진 규칙과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중요한 건, 죄책감을 없애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죄책감을 안고도 내 삶의 선을 지키는 연습이에요.



또 하나 중요한 질문이 있어요.

내가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는


가족을 미워해서일까,


아니면 나를 살리기 위해서일까.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많은 사람은 가족을 끊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거리 두기를 원하거든요.



가족과의 관계에서

완전히 끊기와 완전히 희생하기 사이에는

‘거리 두고 연결하기’라는 선택지가 있어요.



필요할 때는 연결하지만,

나를 무너뜨리며 연결하지는 않는 방식.

나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나를 지우지 않고 말이죠.


이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중간지대일 수 있어요.





*아래 답변은 여러분이 스스로 답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각색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가족을 생각하면 항상 두 마음이 같이 올라와.



‘그래도 가족인데…’


그리고 동시에


‘근데 더는 못 견디겠어.’



내가 제일 힘든 건


가족이 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 삶의 경계가 없어진다는 느낌이었어.




연락이 오면 바로 답해야 할 것 같고,


원치 않는 부탁을 거절하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내 선택을 설명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생기고.




그래서 나는 늘 두 극단만 떠올렸어.



끊어버리거나,


그냥 내가 다 감당하거나.



그리고 그런 나의 노력이나, 괴로움에 대해서는 항상 잊혀지곤 했어.


아무도 충분히 알아주지 않았어.




근데 요즘은 그 사이가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어.


완전히 끊는 게 아니라, 방식을 조정하는 거.




예를 들면, 연락은 받되


바로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나에게 허락하기.


만나는 건 가능하지만


‘몇 시까지’라는 시간을 정해두기.


내 연애나 내 돈 얘기가 나오면


그 주제는 더 얘기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


도움을 줄 수 있어도


내가 무너질 정도로는 하지 않겠다고 정하기.




처음엔 죄책감이 정말 많이 올라왔어.


‘내가 너무 차가운가?’


‘내가 불효인가?’


그런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울렸지.



근데 또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건 가족을 벌주는 게 아니야.


그냥 나를 살리고 싶어.



나도 내 삶을 갖고 싶고,


나도 내 선택을 존중받고 싶고,


나도 내 속도로 쉬고 싶어.



그래서 요즘은 죄책감이 올라와도


바로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나를 지키는 쪽으로 한 번 더 선택해보려고 해.



가족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



완전히 끊지도, 완전히 희생하지도 않는 그 중간에서


내가 숨 쉴 수 있는 거리를 찾아가는 중이야.”




#정서중심치료 #EFT

#EmotionFocusedTherapy




로지 상담심리사, 심리학 박사 ㅣ Semicolon 심리상담센터

https://linktr.ee/semicoloncoun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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