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10주년 준비 -
현재의 와이프를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10년이 되었다. 10주년이 되기 몇일전부터 와이프는 은은하게 나에게 언질을 주었다. 아니, 그냥 대놓고 말했다.
흠... 10년이라.. 그래도 나름 10주년인데 무언갈 해야겠지.. 저번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직접보겠다고 강릉으로 올라갔다가 제대로 눈도 못보고 온김에 밥이라도 맛있게먹자고 유명한 탕수육집가서 탕수육을 먹으려했지만 그것마저 아주 맛을 다 조져놔서 이번에 폭설도 내렸다고했겠다 다시 한번 강릉에 재도전 해볼까하고 기차표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신해운대역에서 강릉으로 올라가는 ITX이음 열차는 사라지고 없었고 강릉행 KTX가 생겼는데 이 열차는 신해운대역에 정차하지않았다. 그리고 열차시간표도 달라졌고 가격도 비싸졌다. 무엇보다 평일에도 강원도로 올라가는 사람이 많은지 좌석은 죄다 매진이였다.
와이프랑 나란히 침대에누워 침대 헤드보드에 머리만 기댄채 핸드폰으로 눈을 보러 갈수있을만한 곳을 계속 검색했다. 의외로 중부내륙으로해서 올라가는 기차편은 많았고 단순히 눈이 목적이면 KTX타고 신해운대역에서 직통으로 제천역까지 올라갈수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중부내륙쪽으로는 영 내키지않았다. 와이프도 딱히 내키진않았던 모양이다. 우리둘다 부산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바다를 좋아해서 바다를 보면서 눈도 보고싶었나보다. 이런건 또 희안하게 취향이 맞다.
고민을 좀 하다가 대뜸 와이프에게 말했다.
"자기야, 우리 눈 볼꺼라고 충북제천까지 올라간다해도 편도 3만8천원이고 두명하면 얼추 8만원이거덩. 왕복하면 16만원인데 이거 교통비로 태우지말고 해운대에서 먹을거에다가 태우는게어때? "
와이프는 나를 무표정하게 휙 바라보았다. 부산을 벗어나서 어디로든 차를타고 드라이브하는걸 좋아하는 와이프에게 10주년을 집가까운데에서 보내자고 제안하는게 좀 그런가싶어서 재차말했다.
"올라가서 또 뭐먹고이거먹고 저거먹고하면 최소 교통비포함 30만원은 들어갈거같은데 그러지말고 이거 그냥 맛있는거 먹는거에다가 태우는게 어떨까해서..... "
와이프는 나를 보며 싱긋이 웃어보였다.
와이프와의 타결로 10주년은 어디 싸돌아다니지 않고 그돈을 이쁘게 접어 우리입에 투자하기로했다..
그리고 와이프는 나에게 직접 말해주었다.
"10주년이라고 쓸데없는거 사서 돈쓸생각하지말고 그냥 내가 기념일날 꼭 빼먹지말고 나한테 줘야하는거 그것만 선물해줘 그거면 충분해 "
그랬다.
그것은 꽃이다. 와이프는 꽃을 좋아한다. 센스가 없는 나에게 항상 명확하게 와이프는 피드백을 해준다.
그리고 항상 고마울 다름이다.
다음날, 조용히 식당을 잡아서 예약을했다. 그리고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해보았다. 여지껏 다 만들어져서 나오는 일반적인 케이크만 사서 축하를 했는데 이번에는 신경을 쓰려고했다. 세삼 처음해보는 레터링 케이크 주문은 은근히 재미있었다.고민끝에 주문을 적어서 가게에 전송했다.
와이프가 지금보다 가벼운시절 같이 광안리바다에서 목마태우고 놀고있던 사진을 하나 픽해서
'사진과함께 광안대교 배경으로 만들어 주세요' 라고 주문을했다.
그리고 자그만한 꽃과 함께
이 브런치의 존재유무를 와이프는 모른다. 그렇기떄문에 저렇게 적어도 뒤탈이없다.
기념일 당일 와이프는 나에게 점심 뭐 먹으러 가냐고 물어보길래 스무스하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스시오마카세를 먹으러갈것이라고 말했고 와이프도같이 덩달아 입꼬리를 올렸고 둘다 변태같이 음흉하게 한참을 웃었다.
역시 좋아할줄알았다.
와이프와함께 오마카세집에도착을했다.
해운대에 '허교수 스시' 라는 오마카세집을 점심타임으로 예약을 했는데 이게왠걸 당일 도착해보니 예약한 사람이 와이프랑 나 두명밖에없었다.
그리고 바테이블 안쪽으로 정말 교수님상으로 보이는 사장님이 굉장히 인자한미소로 우릴 반겨주었다. 점심에 두분 뿐이라고 두분을 위한 요리를 해주겠다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괜히 그말에 광대가 승천하다못해 천장을 뚫고나갈 지경이였다. 아~ 교수님 센스가 넘치시네.
그리고 재료를 칼로썰고 초밥을 양손으로 챱챱해서 하나씩 얹져 주는데 그때 처음알았다. 밥이 이렇게 맛있을수가있구나.
이집은 재료도 재료지만 밥이 정말 맛도리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초밥중에 금태초밥이라는걸 처음먹어봤는데 마치 솜사탕 마냥 후루룩 바스라져 사라졌는데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렇게 사장님이 슥슥 챱챱 만들어주는 초밥을 한알한알 와이프와함께 톡톡 털어넣다보니 금새 마지막음식이 나왔고 디저트와함께 모든게 끝이났다. 그리고 사장님과 다른 직원한분은 우릴 인자한미소와함께 배웅해주었고 가게를 나오면서 와이프에게 말했다.
"뭔가 꿈꾼거 같노.."
와이프역시 공감하며 그 잠깐사이에 꿈꾼거같다고 말해주었다.
해운대에 있는 허교수스시. 기념일날 한번 기분내러 간다면 고민없이 추천할거 같다.
가게를 나와서 와이프와함께 해운대바닷가를 걷고있는데 뭔가 채워지지않는 2프로가 계속 느껴져서 와이프에게 한마디 던졌다.
"떡볶이 고? "
그랬다. 분명 오마카세집은 너무 맛있었으나 찌개와 김치로 버무려진 오래된 입맛으로인해 우린 뱃속이 기름져서 느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가 차질 않았다. 질보단 양을 주로 선택하는 우리에게 양보다 질은 우리의 혀를 만족시켰지만 가장중요한 위장의 니즈를 채워주지 못했다.
해운대 바닷가 위쪽으로 53사단군부대가 있는쪽으로 걸어올라가다보면 짱떡볶이라는곳이있는데 그집 분식집이 우리에겐 완전 맛도리분식집이였고 우린 그곳에서 채워지지않는 2프로를 완벽하게 채우고 기분좋게 집으로다시 향했다.
주문했던 레터링 케잌이 알맞게 도착했다.
와이프는 레터링케잌을보고 그냥 꽃한송이만있으면 되는데 라고 하며 툴툴거렸지만 와이프광대에선 이미 5.0의 지진이 일어나서 입꼬리와함께 들썩거리는게 보였다. 후후후... 성공적이다.
하지만... 맛은 좀 처참했다.
케잌의 바탕이되어 밤하늘을 표현한 파란색 배경 크림을 퍼먹는순간 '아! 이것은 떡볶이를 상회하는 위험한 영양성분을 가지고있구나' 라고 생각하게됬다. 게다가 파란색으로 혀가 염색되어 잘 지워지지않았다. 마치 어릴때먹은 파란색페인트 사탕처럼 혀를포함해 모든 물건을 파랗게 물들였다.
감동의 레터링케잌에서 순식간에 위험물1호로 바뀌는 순간이였다.
이야기끝에 감성만가지고 조용히 음식물처리기로 들어갔다. 그리곤 와이프의 지시사항이 내려왔다.
'레터링의케잌의 감동은 여기까지. 다음 기념일은 그냥 아이스크림케잌 정도로 끝내도록. '
저녁엔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타고 광안리로 나가보았다.
와이프가 알아봐둔곳이있다며 그곳에가서 간단하게 밥을 먹자고 해서 걸어간그곳은
가게이름이 진짜 바압 이였다.
일반 주택을 식당으로 리모델링해서 팔고있는 백반집이였다. 나도 그렇고 와이프도 그렇고 동네 백반집을 좋아한다. 점심엔 초밥을 먹었고 이후 간단한 분식을 먹었으니 저녁엔 한국인의 밥상이 슬슬 필요하려던 찰나 타이밍좋게 백반집으로 왔다.
메뉴는 단일메뉴였고 그날그날 음식이 바뀌는 시스템의 식당이였다. 밥이 모자라면 밥그릇가지고 밥솥으로가서 직접 더 퍼먹을수있었다. 배가고팠던탓에 참지못하고 먼저나온 밑반찬을 좀 집어먹은상태에서 사진을 찍어버렸지만 딱 저렇게 나왔다. 그리고 사진엔 안나왔지만 삼치가 1토막씩 나왔다.
이집이 우리집근처에있었다면 나는 아마 틈만 나면 가서 먹었을것같다. 아주 만족스러운 1끼 식사였다. 그리고 콩나물무침이 맛있었다.
만족스런 저녁을 하고난뒤 마지막으로 와이프가 한군데만 더 가자고해서 간곳은
삿포로 긴빠진새
요즘 핫한 맥주집이라고한다. 정말 깔끔하게 한잔 딱 하고싶을때 가는곳이라곤하는데.. 흠.. 나도 늙었나보다.
좌석은 전부 스탠딩형으로 의자없이 서서 맥주를 마시는곳이다. 하지만 요즘사람들은 이런 감성이 좋은지 복작복작했고 겨울이라 다들 두꺼운 잠바들을 입고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부대꼈다. 그렇게 서로사로 낑겨서 맥주를 마시고있었다.
나도 아직은 요즘사람인데...크흠..
사람사이에 낑겨서 와이프에게 물어보았다.
"요즘은 이렇게 따닥따닥서서 마시는게 트렌드여?ㅋㅋ"
와이프는 그말에 조용히 나를 보며 눈을감고 왼손검지를 자신의 입에갔다데었다.
그랬다. 닥치고 마시라는 뜻이다.
나는 조용히 마셨다.
뭐 .. 마시다보니 감성좋네 후덥지근하이. 껄껄
광안리 삿포로를 마지막으로 우리 10주년은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끝을 맺었다. 와이프를 처음만났을때 우리가 사귈지 몰랐고 사귈떄는 우리가 결혼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인생의 10년을 서로 같이 보내게되었다.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될지 알수없다. 알수없기에 지금 주어지는 하루를 와이프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려고한다.
뭐, 최선이라는게 뭐 별거없다.
그냥 한번더 와이프와 가족의 입가에 웃음을 머금을수있게하고 한번더 부모님과 밥을먹고 한번더 연락을 할뿐이다.
운치있게 광안리바다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 나를 뒤로하고 와이프는 혼자 앞서 걸어가고있었다. 그런 와이프 등뒤로 외쳤다.
빨리오라고 재촉하는 와이프의 손짓에 호다닥 뛰어가서 패딩주머니안에 손을 넣고있는 와이프손을 나도같이 손을 집어넣어 잡아본다.
따뜻하구만 !
- FIN -
오늘 야식은 와이프랑 뭘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