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정책은 개도국에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볼리비아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의 젠더 정책이 의외로 상당히 선진적이라는 점이다. 나는 북유럽과 영미권은 물론 남미와 아프리카의 젠더 정책까지 접해오면서, 각 나라의 제도적 수준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이 제도와 명문화 측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앞서 있다는 사실이다. 성인지 예산, 돌봄 정책, 여성 리더십 촉진, 이공계 인재 육성, 기업 정보 공시 제도 등 주요 장치들이 이미 체계적으로 도입되어 있다. (물론 언제나 가장 어려운 과제는 ‘문화’의 변화다.)

이런 비교적 시각 덕분인지, 타국에서 정책 제안을 하거나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기획할 때마다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최근에는 한 대학에서 기업의 돌봄 정책 도입 수준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체계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왔다. 그러나 우리 기관은 국제 인증을 부여하는 데 매우 신중하며 긴 절차를 요한다. 그래서 우리가 국제적으로 승인한 평가 제도를 공동 개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한국의 ‘가족친화인증제도’가 떠올랐다. 그래서 국제 인증은 어렵더라도, 관련 부처 국가 수준의 인증 제도를 만들도록 리애징 역할을 할 수는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관리하는 가족친화 인증제도—충분히 의미 있고 실현 가능해 보였다. 한국에선 수천개의 기업들이 이렇게 관리되고 있고, 이런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시중은행과 연계돼 대출 이자 혜택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원활히 시행되는 제도가 해외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여러 걸림돌들이 떠오르긴 한다. 이 나라는 법이 있어도 육아휴직 현황과 사내 어린이집 설치 현황을 수집, 관리하고 있지 않으니까... 아마 기업 상대 정보 수집과 데이터 관리에 부침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 이런 제도들이 도입될 수 있을지 직접 추진해보고 확인해보고 싶다.


다만 나는 그때까지 여기 있진 않을 것 같다. 이슈파이팅하고 담당자 설득하고 대통령령 제정하고... 아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경우 아이디어만 던지고 가는 느낌이다. 인내하고 머무는 사람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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