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다시 돌아온 볼리비아
한국만 오면 볼리비아의 소요 사태가 격화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 볼리비아의 새로운 우파 정부는 연료 보조금을 전면 폐지했다. 휘발유와 디젤 가격을 수십 년간 인위적으로 낮춰왔던 정책을 단번에 종료하는 조치였다. 이에 따라 연료 가격은 즉각적으로 급등했고, 교통비·물류비·생필품 가격 전반에 연쇄적인 상승 압력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 조치를 재정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볼리비아는 최근 몇 년간 구조적인 재정 적자와 외환 부족에 직면해 있었고, 연료 보조금은 하루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을 발생시키는 항목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보조금 정책은 외화 유출을 가속화하며 외환 보유고 감소를 심화시켰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또한 정부는 장기간 고정된 연료 가격이 소비 왜곡과 밀수를 촉진했고, 보조금 혜택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기보다는 중산층 이상과 특정 산업에 더 많이 귀속되는 구조적 문제도 누적돼 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기술적·재정적 판단을 넘어 명백한 정치적 결단이었다. 볼리비아에서 연료 보조금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가까운 제도였고, 과거에도 보조금 조정 시마다 대규모 시위와 정치적 불안이 반복돼 왔다. 정부 역시 이번 결정이 즉각적인 시민 반발과 사회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정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정권 초반이라는 시점을 택했다. 단기적인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재정 적자와 외환 위기를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정치적 안정성보다는 경제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정상화를 우선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정부 스스로도 이번 조치를 “고통스럽지만 되돌릴 수 없는 개혁”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조금 폐지 발표 직후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수도 라파즈를 비롯해 엘알토, 코차밤바, 산타크루스 등 주요 도시에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집회를 조직했고, 광산 노동자, 운수 노동자, 농민 단체들이 시위에 합류했다.
특히 볼리비아 최대 노동단체인 중앙노동총연맹(COB)은 전면 파업과 도로 봉쇄를 포함한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시위는 단기간에 전국적 양상으로 확산됐고, 주요 간선도로와 물류 노선이 차단되면서 일상 경제 활동에도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했다.
라파즈 정부 청사 인근과 주요 광장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했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진압 장비를 사용해 시위 해산에 나섰다. 이에 맞서 일부 시위대는 폭죽, 돌, 임시 방어 구조물을 활용해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다수가 부상을 입었고, 도로 봉쇄와 충돌로 인해 대중교통 운행 중단, 상업 활동 위축, 물류 지연이 이어졌다. 정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 주요 지역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며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연료 보조금 폐지를 되돌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일부 사회보조 확대 등 보완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조합과 시위 주최 측은 보조금 폐지 자체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여러 경제 사회 개혁들이 대중 시위로 무산된 곳이 볼리비아이기에. 이번 개혁이 무난히 연착륙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