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란 없다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볼리비아

야근을 한다.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다.


회의가 있어서 배달원이 도착했는데도, 아래에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배달원에게 빌딩 문 앞에 음식을 두고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해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인이 있는 장소를 사진 찍어서 보내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배달을 취소하고 가겠단다.


안돼! 내가 얼마나 지금 배고픈데. 슬슬 성가신 감정이 몰려왔다. 한국에서는 쿠팡이든 배민이든 흔히 있는 ‘부재 시 배달’ 방식이다. 나는 무심코 ‘여기 사람들은 다양한 서비스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가?’라고 섣불리 판단하고 있었다 - 나는 특히 이곳 택시 기사들이 거스름돈이 없다며 으름장을 놓을 때마다,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곤 한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한국의 편리하고 체계적인 서비스 문화와 이곳의 현실을 비교하게 된다.


급히 회의를 마치고 내려가서 배달원을 만났다. '여기다가 놓으시면 된다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


"그렇지만 문 앞에다가 두면 동물들이 가져가서 음식이 없어지는 배달 사고가 날 수 있어요."


아하! 볼리비아에는 들개가 많지. 그리고 실제로 들개들이 음식을 풀어헤쳐서 먹곤 한다.


볼리비아의 다른 환경을 생각하지 못하고, 섣불리 배달원과 서비스의 질을 판단한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세계 어디서든 통용되는 상식이란 없다.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그에 걸맞는 생활 양식이 있을 뿐이다.


쉽게 판단하지 말자. 나의 무지를 깨닫자. 이 작은 사건으로 또 한번 더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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