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되지 않은 삶의 지혜

회사 공용 노트북으로 사내 이메일 포털에 접속하는 법을 몰라 기술팀에 문의하러 갔다. 기술 담당 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제는 즐겨찾기예요.”


직원들이 평소 개인 컴퓨터에서는 사내 포털 주소를 즐겨찾기에 추가해 두다 보니, 정작 주소 자체를 외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소를 직접 검색창에 치지 않고 즐겨찾기 버튼만 눌러 버릇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 덕분에 타인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 사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 담당 선생님은 몇 번이고 반복해 말했다.

“자, 이제 외부 컴퓨터에서도 이메일에 접속할 수 있게 외우세요. 주소는 ㅇㅇㅇㅇ.ㅇㅇ.kr입니다. 자, 외울 수 있게 따라 말해봐요. ㅇㅇㅇㅇ.ㅇㅇ.kr.”


모든 것이 자동화된 기술 세계 속에서, 나는 이렇게 약간의 수고를 요구하는 지혜가 좋다.


탄자니아에서 일할 때였다. 우리 기구의 한 팀장급 직원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탄자니아 현지인이었고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이었지만, 어딘가 노숙한 면이 있었다. 함께 일하면서 늘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출장지에서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곧 비가 오려나 봐요.”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요즘 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법을 몰라요. 인터넷만 켜면 일기예보가 나오니까.”


그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 하늘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거기에 뭉게구름이 모여 있으면 곧 이쪽에서 비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구름이 점점 두터워지고, 결국 먹구름이 되어 비를 내린다는 것이다.


나는 가끔 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그 탄자니아 팀장님을 떠올린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사람들은 점점 더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갈지도 모른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일은 쉬워지지만, 그 답에 도달하기까지의 연산 과정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AI 블랙박스'라고 부른다.

나는 그 사이에 생략된 연산 과정을 추론하고, 논리적 체계를 익히고, 직접 사고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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