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지금 여행해도 되나요?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볼리비아

요즘 한국인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볼리비아, 지금 여행해도 괜찮나요?”


최근 한국 매스컴에 볼리비아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외교부가 코차밤바 지역에 대해 ‘출국 권고’를 발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세계는 지금',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 같은 유명 채널에서도 볼리비아의 정치·경제 위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볼리비아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이 나라가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처럼 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라는 평가도 들린다.


일단 여행 여부에 대한 질문부터 답하자면, “지금은 여행해도 된다.” 볼리비아는 위기와 축제가 공존하는 나라다. 어제는 볼리비아 건국 200주년이었고, 오늘은 그에 이은 공휴일이다. 도시 곳곳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현재 볼리비아는 달러 인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외환 부족으로 인해 정부가 행정 명령으로 주당 100달러까지만 인출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곧, 공식 환율보다 암시장 환율이 높다는 뜻이다. 즉, 현금을 직접 가져와 환전하면 저렴한 물가를 체감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여행 시 조심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바로 ‘도로 점거 시위'다. 볼리비아는 시위 문화가 매우 발달한 나라로, 시위가 발생하면 차량이나 돌을 이용해 도로를 봉쇄한다. 특히 라파스는 분지 지형이라 도로 수가 많지 않다. 도로 전체를 막아서 차량 이동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엘알토 공항에서 라파스로 내려오는 길이 막히면 시내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어떤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2019년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4연임을 시도하던 당시 시위가 특히 격렬했다고 한다. 그때는 시위대에게 돈을 주고서야 도로 봉쇄를 뚫을 수 있었고, 새벽 2시에 공항에서 출발했는데 라파즈 시내 밑에 위치한 주거지역 칼라코토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6시였다고 한다. 평소라면 4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의 극단적인 봉쇄는 없다. 보통 하루 이틀 정도 시위가 진행되고, 전국이 마비되는 상황은 아니다.


다음으로 주의할 점은 ‘유혈 사태’의 가능성이다. 실제로 앞서 말한 2019년 시위 때는 일부 지역에서 나무판자로 문을 막고 불을 꺼놓고 지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화염병이 날아들고 건물에 불이 나는 등 폭력 사태가 격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1년 가까이 볼리비아에 살면서 아직 그런 일은 직접 겪어본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상상되지 않는 이야기다.


어쨌든 현재 볼리비아는 비교적 평화로운 상태다. 사상자가 나왔던 코차밤바 시위도 최근 들어 진정된 모양새다.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볼리비아는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다. 극심한 경제 위기로 사회주의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신자유주의 성향의 후보들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헌법상 출마가 불가능해졌고, 그 여파로 사회주의당 혹은 에보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련 소식도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물론 풍전등화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볼리비아는 결선 투표제와 의무 투표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매우 흥미로운 정치 구조를 가진 나라다. 1차 투표는 8월 중순, 2차는 11월에 예정돼 있다. 그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화염병이 등장하는 유혈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래서 나 역시 조만간 생필품을 쟁여두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혹시 본인이 걱정이 많고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면, 여행을 11월 이후로 미루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마침 그 시기는 우기이기도 해서, 우유니 사막의 거울 반사도 볼 수 있는 시즌이다.


하지만 나처럼 걱정이 조금 덜한 사람이라면, 지금 여행 와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유혈 사태가 당장 일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도로 봉쇄가 발생한다면, 비행기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우회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볼리비아에 오면 마녀시장과 우유니 사막만 가지 말고 아래의 옵션들도 고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라파즈 인근: 태양의섬, 티와나쿠, 악마의 어금니, 촐리타 레슬링, 데스로드, 정글, 코로이코/산타크루즈: 사마이팟타, 정글/타리하: 와인 투어, 천문대 투어/수크레: 유럽을 닮은 평화로운 사법도시/코차밤바: 예수상, 맛있는 음식, 공룡 화석/포토시: 우유니 사막, 광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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