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다시 돌아온 볼리비아
나의 주요 업무는
1) 볼리비아 기업 문화를 성평등하게 바꾸는 것
2) 볼리비아의 금융 생태계를 성평등하게 바꾸는 것
그래서 나는 기업 관계자나 은행 종사자와 이야기할 때가 많고, 우리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논의를 한다.
그레타 툰베리가 어느날은 COP 행사장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Bla bla bla" 국제기구든 세계정상이든 말만 늘어놓는다고.
나도 이 일을 하다보면 유려한 말을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될 때가 많다. 실제로 inspiration을 줘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우리의 일 가운데 하나니까. 그래서 그것으로 실력을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말 너머에, 정책 너머에 누가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내가 이 업계에 왔던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말을 유려하게 하는 외교적인 사람이 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바꾸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
다시 돌아가서
1) 볼리비아 기업 문화를 성평등하게 바꾸는 것
-기업에서 실제로 성차별적 발언을 듣는 사람, 승진 기회를 놓친 사람, 성폭력/성희롱을 당하고도 인사 불이익을 당하거나 책임을 전가 당하는 사람, 출산 이후에 업무를 이어나가기 어려워진 사람.
-기업들이 만드는 기술 제품과 서비스로 휴대폰을 쓸 수 있게 된 사람, 휴대폰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사람, 휴대폰으로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게 된 사람.
-기업이 하는 지역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구한 사람, 교육을 받는 사람, 그의 남편이 조금이라도 바뀌어서 가정 폭력이 줄어드는 것.
2) 볼리비아의 금융 생태계를 성평등하게 바꾸는 것
-금융 지식이 없어서 저축이나 투자를 하지 못하고 소비만 하던 사람, 그래서 매일 빚 독촉에 시달리는 사람, 생계가 어려워 어느날은 굶어야 하는 사람, 은행 계좌를 처음 만들어본 사람,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면서 여윳돈이 생긴 사람, 남편의 유흥비에 자신의 소득을 주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 종잣돈을 내서 사업을 시작해보고 주체적 생활을 시작한 사람.
종종 이입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아무리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들어도, 어느샌가 여성들의 삶이 프로그램의 한 결과물로 인식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엄마를 떠올린다. 금융 지식이 없는 우리 엄마가 어떻게 하면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엄마가 직장에서 좀더 주체성을 지니면 어떤 식으로 회사 생활이 바뀔까?
볼리비아의 우리 엄마들의 삶에 영향을 미쳐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일해보자.
(물론 엄마는 이글을 본다면 "한국 와서 엄마나 돕지! 무슨 볼리비아의 엄마들을 돕냐!"라고 반응할 것이다. 22살 때 처음 정기 기부를 시작한다고 말했을 때도, 차라리 그 돈을 당신을 달라고 한 달 내내 혼내셨던 분이니까... 엄마와 나의 속성이 다른 것은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