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 인터뷰에서 친구가 바라본 자신
지난 5년 동안 김연구자와 함께 지내며 수많은 민감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그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언성이 높아진 적도, 감정이 격해진 적도 없다. 언제나 온화함. 평정심. 그리고 겸손함. 마치 마더테레사를 연상케 했다.
언니는 어떻게 항상 그렇게 온화할 수 있어? 사실 우리가 국제대회 나갔을 때도 언니가 팀의 구성에 기여했어. 근데 나중에 언니가 바빠져서 팀에서 빠졌잖아. 그때 무대 위에는 우리만 올랐는데, 너무 아쉬웠을 것 같은데 그런 내색을 전혀 안 하더라고. 나라면 “이거 내가 조직한 거야”라고 자랑하고 다녔을 텐데. 근데 언니는 그런 티를 전혀 안 내잖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아유,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진짜 내가 한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야.
그런 겸손함이 대단해. 그리고 내가 인도 갔을 때도 마찰이 있었잖아. 중간에서 진짜 난처했을 텐데, 힘든 기색을 한 번 보이지 않고.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해줬어.
아니야, 내가 오히려 중재를 잘 못해서 미안했지.
어떻게 그렇게 화를 안 낼 수가 있어?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야. 원래 성정이 그래. 고등학교 때도 그랬거든. 그때 반에 있던 한 남자애가 내가 화를 낼 줄 아는지 궁금했나 봐. 내 휴대폰을 뺏어서 내 앞에서 손톱으로 막 긁는 거야. 근데 나는 그냥 “그거 내놔” 하고 말았어. 그때도 그랬던 걸 보면, 아마 타고난 성격인 것 같아. 부모님도 내 앞에서 싸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 영향도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았나 싶어.
어쨌든 나는 화를 ‘내는 법’을 잘 몰라. 그렇다고 전혀 화가 없는 건 아니야. 속으로는 욕도 하지. 근데 그걸 바로 터뜨리지는 않아. 누가 나를 화나게 하면,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까?’ 이런 생각을 하긴 해.
나는 종교는 없지만 불교와 생각이 가까워. 법정 스님의 글을 좋아해. 스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거든. "인생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가끔 멈출 때도 있고, 쉴 때도 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시간이 지나야 꽃이 핀다." 그 말이 참 좋더라. 그래서 나는 빨리 가려고 하지 않아.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인생은 결국 인내심이 필요한 여정이야. 그런 것들을 오랜 시간 내면화한 것 같아.
내가 화를 낸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내가 진짜 힘이 생겼을 때, 정책이나 법을 바꿀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 알아? 거기 주인공이 "내 꿈은 15년짜리야." 이렇게 말하잖아. 그 말이 참 와닿았어. 내가 관심 가지는 주제들, 내가 해결하고 싶은 약자 문제나 불평등 같은 건 단기간에 바뀌는 게 아니잖아. 결국엔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나는 지금, 무림의 산속에서 내공을 쌓는 마음으로 살아. 언젠가 내가 정책이나 법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땐 진짜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는 참고 인내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나는 성경 공부를 했었거든. 기독교에 오래 참음이라는 개념이 있어. 지금 당장의 희비를 따지지 않고, 오랜 시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면 반드시 이루어지는 일들이 있다고. 그리고 언니와 광화문에 있는 '음악의 숲'에서 했던 대화도 기억나. 그때 내가 분한 일을 겪으면서, '우리가 반드시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 언니와 이런 대화들을 나누니까 이전에 나의 심장을 뛰게 했던 주제들이 생각난다.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아. 사실 나도 타지에서 육아를 하다 보면 힘들 때도 많지. 그런데 너 덕분에 나라는 인간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 내가 이렇게 살아왔었지' 이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어서 너무 고마워. 너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워.
나도 언니와 양질의 대화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해. 오늘의 대화가 나의 오늘과 내일을 바꿀 것 같아. 그래서 이 순간이 너무 고맙네.
그러면 종종 통화하자, 이렇게.
언니의 인생 스토리를 주욱 들었잖아. 이 연장선에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참 기대된다.
맞아. 나도 우리의 인생이 너무 기대돼. 앞으로 계속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런 얘기하면서 늙어가자.
그에게 분노는 폭발이 아니라 방향이다. 당장의 격렬함보다 꾸준한 인내를 택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하루의 감정이 아니라 세월의 축적에서 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조용히 자신의 내공을 쌓는다. 언젠가, 그 오랜 인내가 진짜 변화를 불러올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