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는 죽는 병입니까?

네.죽을수도 있는 병이고 실제로 죽이기도 합니다.

by 페리테일

<아토피는 죽는 병입니까?>


새벽에 스레드에서 피부과 의사의 글 하나를 보고 너무 깊은 빡침이 올라와 어마어마한 속도로 몇 개의 글을 달았습니다. 20년을 넘게 피부과 의사로 아토피 환자를 봤는데 왜 안 낫는지 오해할만한 글을 숫자를 달아 써놓은 것입니다. 그 의사는 아토피 관련 화장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는데 글의 말미에 화장품 판매와 환자 이야기를 엮어놨습니다. 아토피라는 병에 대한 보통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과 별개로 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고 열이 올라 글 올리다 상대방이 저를 차단하면서 이 논쟁(?)은 끝난 것 같습니다. 임상에서 수 없이 환자를 겪고 지식도 있어서 화장품을 파는 건 이해합니다. 저도 아토피 MD제품 사용 중이니까요.

그런데 그걸 환자 본인의 관리문제로 엮으면 어떡합니까? 그러면서 자기 물건을 홍보하는데 끌어오면 더더욱 안되고요. 특히 의사는 더 그러면 안 됩니다.


아토피는 죽는 병인가요?

저는 죽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도 아토피 자살에 관한 기사가 올라와서 마음이 너무 아팠고, 젊은 아토피 환자들 커뮤 보면 '살자'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옵니다.'이거 안되면 그냥 뒤질라고'라는 글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고요. 그 친구들이 왜 그런 말을 쓰는지 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병의 중함을 따진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병은 그런 면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토피는 조금 더 잔인하고 교묘하게 사람을 괴롭힙니다. 반복적으로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이거든요. 뭐랄까 그냥 아닌 척하면서 사악해요.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지는 경증의 환자부터 일상생활을 아예 할 수 없는 초중증까지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발화되는 트리거도 너무나 다양해서 가볍게 치부되는 측면이 있죠.


아토피는 환자를 사회적으로 자살시킵니다.

제 인생에서 아토피로 사회와 단절된 시간을 모두 모아본다면 아마 3분이 1이 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10대, 20대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사회와 단절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되면, 게다가 외모가 박살 나는 순간들을 매일 아침 끊임없이 겪는다면, 몇 개월 걸려 그나마 회복시켜 놓은 피부가 하루아침에 괴물처럼 바뀌는 일을 한번, 두 번, 세 번, 시지프스 형벌처럼 계속 반복으로 겪게 되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망가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아토피는 더 교묘하게 잔인한 이유 중 하나가 그 과정들에서 본인을 끊임없이 자책하게 만듭니다.

수많은 낭설과 확인되지 않은 치료로 본인자체가 서서히 가스라이팅 되거든요.'내가 뭘 잘못 먹었나?' '관리를 잘 못했나?' '내가 긁어서 이렇게 된 건가? 참았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게 됩니다. 그 와중에 잘못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부모님이나 친족, 친구,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큽니다) 저런 생각에 더 기름을 붓게 되고요. 거기다 나쁜 의료인까지 만나면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죠.

예를 들면 아토피 환자는 게으르다는 소리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소리가 왜 나왔는지 저는 압니다. 아토피 환자들은 잠을 못 자거든요. 가려워서 못 자고 긁어서 못 자고 아파서 못 자고 내일 박살 날 피부가 걱정돼서 못 자고 아무튼 못 자요. 그러니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지. 어디 가서도 늘 피곤해있고 뭘 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건 아주 작은 예입니다.


어제의 의사는 아토피 환자가 의사말을 참 안 들어서 안 낫는다로 오해할만한 글을 잔뜩 써놨었어요.

아토피 환자는 의사말을 안 듣는다? 네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제가 아토피 앓은 지 4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2000년에 스테로이드 끊었습니다. 경구, 주사 모두요. 제 마음대로 끊었냐고요? 아니요. 의사가 끊으라고 했어요. 이제 더 이상 쓰면 안 된다고요. 왜냐하면 그때 제 상태가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박살 났었거든요. 그때는 옛날이라 테이퍼링(부작용 최소화하기 위해 약을 서서히 줄이는 거)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의사가 끊으라고 해서 끊었고, 리바운드가 어마어마하게 와서 스트레이트로 2년 동안 밖에 못 나갔습니다. 올해 26년이죠? 그 뒤로는 공부가 되어서 최소한의 조절로 살아왔습니다. 그 후 10년 지나니 백내장이 왔어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요. 어마어마하죠? 겁나 오래 끊었는데. 그리고 다른 눈도 마저 백내장 오고, 수술한 한쪽눈은 렌즈가 떨어져서 망막수술까지 했습니다. 처음 발병한 초등학생 때부터 스테로이드 연고를 써왔고, 대학 가서 본격적으로 병원 다니면서 경구제, 주사제 썼거든요. 제 나이가 있으니 엄청난 세월이죠. 저는 의사말을 꼬박꼬박 겁나 잘 들었습니다. 가장 심하게, 강하게 스테로이드 쓴 시절도 다 의사 선생님 처방하에, 쓴 거예요. 저는 그 의사 만나러 갈 때마다 항상 음료수 사들고 가고 90도로 인사했습니다.

5년간 제가 뭔 약을 쓰는지도 모르고 그냥 몸이 좋아졌으니 이건가 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러고요.

저는 그 의사를 의료사고로 고소해야 하나요? 아니 의료사고 축에나 끼는건가요? 그 의사는 악마인가요? 아니요. 그 시절은 그런 시절이었어요. 그저 시대의 운이 없었던 사람인 겁니다. 그렇다면 스테로이드 반대론자냐? 아니요. 본인상황에 따라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에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괜히 저처럼 잘못 끊으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꼬여요 씻을수 없는 흉터를 만들기도 합니다.

아토피 환자들이 왜 의료에 불신을 갖는지, 한의사를 한 무당이라고 부르고 양의는 더 끔찍하게 부르는지 현업에 계신 의사가 모른다면 게으른 겁니다.


적어도 이 병으로 겪을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누가 아토피에 대해, 치료에 대해 물어보면 답을 못해요. 정말 정말 돌려서 알아보시라, 좋은 선생님 만나서 얘기 들어보시라 그럽니다. 이 병은 그래요. 오죽하면 병이름이 알 수 없다, 몰라 몰라, 비정상적이고 알 수 없는, 이런 어원에서 나왔겠습니까? 제가 지금 사용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는 약도 저는 함부로 권하지 못해요. 이 약은 비쌉니다. 운 좋게 산정특례(중증으로 인정되면 건강보험으로 치료비 커버되는 제도) 되어서 그렇지 비싸고 접근성도 좋지 않은 치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스테로이드 - 전신면역억제제 뺑뺑이 치료의 패러다임이 끝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노피가 이 단일약 하나로 일년에 20조를 법니다.저는 미래의 아토피 치료는 이런 선택적 억제제로 수렴할 거라 생각해요.


온라인에서 25년을 먹고살아서 나름 온라인의 특성을 잘 안다 생각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서 웬만하면 논쟁으로 끌고 가지 않는데, 새벽의 그 글은 도저히 답글을 안달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빼려 했지만 사람인지라 제 글에서 흥분도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고 아마 상대방은 기분이 나빠졌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이제 원글을 볼 수도 없고 그 아래 달아놓은 제 글들도 다 볼 수 없는 게 좀 아쉽습니다 다. 사람들이 그 글을 보고 그 사람 조리돌림하라는 게 아니라 그 글에서부터 아토피라는 병에 인식개선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잘못발화되면 또 글로 뚜드려 패는 사람들이 있으니 차라리 잘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토피 이야기는 제가 다시 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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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 하나 추가하자면 40여년만에 잘 자는 것도 있지만 제가 며칠전부터 반팔을 입고 잡니다.

그게 뭐야? 그러시겠지만 저는 잘 때 상처내는 것 때문에 여름에도 긴팔, 긴바지 입고 자거든요.흉터는 이제 신경도 안쓰고요, 그냥 보호차원에서, 피부보호막이 없으니 최대한 보호될수 있게 하는거예요.그런데 이제 반팔입고 잡니다. ㅜ_ㅜ 너무 편하고 너무 시원해요.흑흑흑 40년만에!!!!!!! 이 이야기도 나중에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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