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진짜로 위로해주라

가린 것은 치우고 덮은 것은 열어서

by 페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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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에서부터

경찰버스로 길게 차벽을 치고

겨우 한 줄로만 통과할 수 있도록

막아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삼청동 가게로 올라가는 길은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삼청동 쪽으로 걸어올라 오는 건데

(풍문여고 앞길이나 그 뒷길)

워낙 차벽으로 막아서던 일이 여러 번이어서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그때 차벽 앞으로 쭈욱 늘어서있던 경찰 중 하나가

가방에 저 노란 리본을 달았다고

안국역에서 삼청동 가게로 못 올라가게 막아섰던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 노란 리본 때문에 못 갑니다 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은 통과시켜주고 나만 못 가게 잡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내 의지로 걸어가지 못하는 길이 생기고

내가

내 의지로

누군가를 추모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저 위에서 가게 운영하는 사람이고

올라가는 길이다 라고 강하게 항의하자

머뭇머뭇 거리다가

그 위로 보이는 사람이

한번 쓱 훑어보고는

일행이 없고 혼자인 상태라 그랬는지 길을 터주었는데

그때의 그 눈빛이 한동안 잊히지 않았습니다.




2년 전,

한 달 동안은 일을 거의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는 겨우 그 정도지만

실제로 이 일의 가운데 있었던,

아직도 차가운 바닥에 서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빛 한 줄기 쐬게 해주는 일이

무엇이 정치적이고

무엇이 과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린 것은 치우고

덮은것은 열어서

정말로

그 사람들,

그 아이들,

마음 풀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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