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린 것은 치우고 덮은 것은 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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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에서부터
경찰버스로 길게 차벽을 치고
겨우 한 줄로만 통과할 수 있도록
막아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삼청동 가게로 올라가는 길은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삼청동 쪽으로 걸어올라 오는 건데
(풍문여고 앞길이나 그 뒷길)
워낙 차벽으로 막아서던 일이 여러 번이어서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그때 차벽 앞으로 쭈욱 늘어서있던 경찰 중 하나가
가방에 저 노란 리본을 달았다고
안국역에서 삼청동 가게로 못 올라가게 막아섰던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 노란 리본 때문에 못 갑니다 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은 통과시켜주고 나만 못 가게 잡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내 의지로 걸어가지 못하는 길이 생기고
내가
내 의지로
누군가를 추모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저 위에서 가게 운영하는 사람이고
올라가는 길이다 라고 강하게 항의하자
머뭇머뭇 거리다가
그 위로 보이는 사람이
한번 쓱 훑어보고는
일행이 없고 혼자인 상태라 그랬는지 길을 터주었는데
그때의 그 눈빛이 한동안 잊히지 않았습니다.
2년 전,
한 달 동안은 일을 거의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는 겨우 그 정도지만
실제로 이 일의 가운데 있었던,
아직도 차가운 바닥에 서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빛 한 줄기 쐬게 해주는 일이
무엇이 정치적이고
무엇이 과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가린 것은 치우고
덮은것은 열어서
정말로
그 사람들,
그 아이들,
마음 풀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