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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May 14. 2016

[페리의 보고] "곡 성"

의심하고 그래서 현혹되고




페 리 의

보 고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원치 않는 분들은

창을 닫아주세요.





1. 현혹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이 간 사람들은 영화의 장르 때문에 놀랄 것이다.

추격자, 황해의 나홍진 감독, 예고편에서 보여준 의문의 살인사건. 화면의 분위기..

아마도 분명히 감독의 전작(그중에서 추격자)을 생각할 텐데

영화는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죽은 고라니를 생으로 뜯어먹는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어떠한 장르'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을 첫 번째로 현혹시킨다.

오컬트 영화인가 하는 순간

꽤 괜찮은 유머들이 나오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까지 나온다.

나홍진 감독이 인터뷰에서 코미디라고 얘기한 것은 반쯤은 진심인 것 같다.

스릴러에 호러에 오컬트에 유머까지.

나홍진은 장르의 쾌감을 아는 감독이다.

아마도 이 첫 번째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여기서부터 빠져들면

이 영화에 한없이 빠져들게 분명하다.



2. 의심


장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일단 곡성이라는 축축하고 차가운 공간에 갇히고 나면

그때부터 영화는 계속해서 의문을 늘어놓는다. 환각에 빠지게 하는 독버섯 얘기,

처음에는 무시하던 외지인에 대한 소문,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서

종구(곽도원)는 악몽을 꾸고

급기야 자신의 딸까지, 미쳐서 살인을 저지른 마을 사람들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자

직접 외지인을 찾아 나선다.

이미 그때 종구는 이 모든 일이 외지인 때문에 생긴 거라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해결하려 외지인을 찾아간 것이리라.

하지만  종구는 일광의 대사처럼 미끼를 문 것이다.외지인이 사람들을 현혹시켜 미끼를 물면 그 사람들은 스스로 의심을 키우고 불안을 재우고 해결하기 위해 무당 일광(황정민)을 부른다.거대한 굿판이 사람들을 한번 더 의심하게 만들고 관객들은 마지막 즈음, 일광과 무명, 외지인의 정체에 대해

가장 큰 의심을 하게 되는 순간을 맞는다.



3. 무기력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매우 큰 무기력감을 느꼈다.

예고편과 제작노트 영상중

감독이 영화에서 자신이 느끼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정말로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그런 것이었다.인간으로서의 무기력함.

오컬트 영화가 유행하던 시대의 분위기가 그랬다고 하는데정말 지금 내가 두 발을 딛고 서있는 사회의 분위기가 그와 비슷하다고 느낀다.영화에서 마치 단신처럼 처리되는 독버섯 이야기,맞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저런 일이 벌어져도 아마 그냥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났다 정도로 끝날 것이고

혹 그 무대가 곡성 같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공간이라면 그냥 단신으로 묻혀버릴 것 같다.아니 같은 게 아니라 그럴 것이다.

사람들은 정말 의심해야 하는 것은 의심하지 않고다른 것에 현혹되어서

잘못된 이야기를 전할 것이고

그 이야기를 또 확인도 안 하고 퍼뜨리고

그 이야기들이 사람을 죽이고 사건을 일으키는 그런 사회.피해자들의 이야기는 묻히고 인터넷이나 신문에는 온통 자극적이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그런 이야기들로만 가득한 시대.






+

-내게 결정적 장면-


무명과 일광이 처음 만나고

일광이 피를 쏟는 장면.



무명이 종구에게

지금 가면 다 죽어.

가지말어 라고 얘기하는 장면.



마지막 동굴에서 외지인이 이삼과 마주하고 이삼에게 자신이 무엇이냐고 물을때

이삼이 악마다 악마 라고 얘기하자

외지인이 점점 악마의 형상으로 바뀌면서

웃음과 함께 이삼을 향해 카메라셔터를 누르는 장면.



+

-한줄평-

영화속 일광의 대사를 빌려

"나홍진 감독은 미끼를 던져 분 것이고 관객들은 그 미끼를 물어분 것이여"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티저 포스터가 대단하다고 느낄것 같다.

미끼를 문 종구(사람들)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뒤에서 현혹된 사람들을 지켜보려는 무명.




미끼를 물고 현혹된 사람들이

결국 만나게 될 처참한 결과



+

그냥 떡밥만 던지고 낚시만 한 영화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생각해보면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들이고 빈자리라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자신만의 것으로 채우기 딱 좋은 편집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의 한국영화중 이렇게 크고 이상한 에너지를 뿜은 영화가 있었나 생각해보니 딱 떠오르는게 없어요.


+

나홍진감독님과 이동진씨의 곡성 GV를 찾아보면 아마도 아!!할만한 내용들이 많을거예요.


+

영화보신분들 댓글로 서로 의견 나눠도 재미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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