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007번째 2.5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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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 속에는 폐허가 있어요.
황량하고
엉망진창인 그런 곳.
모든 게 망가져 있고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는 그런 곳.
가끔은 그 폐허의 황량함에 반하고
이런저런 쓰레기 더미 속에 나를 섞어
숨기에도 좋으니
답답하고 짜증 날 때
훌쩍 찾아들어가 오래 머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다른 사람의 통행에 불편을 주게 되니
너무 오래 머물면 안됩니다.
그냥 들른 김에
잡초도 뜯어내고
망가진 것들도 고쳐주고
버려야 할 것들을 골라내서 아예 치워버리고
그냥 한번 휘휘 둘러보고 그렇게 나오는 겁니다.
너무 넓어지면
길을 잃고
너무 깊어지면
숨을 쉴 수 없어요.
마침 글을 쓰다 보니
한번 정리해주고 치워줘야 할 때가 됐네요.
혹 그동안
통행에 불편을 드렸다면 대단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