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남겨놓아야 할 것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004번째 2.5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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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속 봄은 끝났지만
마음속 봄은 아직 진행중"
시간은 매우 정직해서
때를 거르지 않습니다.
조금 늦거나 빠르기도 하지만
결국 봄을 데려오고
여름을 부른 후에
가을을 보여주고
겨울을 놓아두며 갑니다.
그 순서가 한번도 바뀐 적 없고
한번도 건너뛴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 계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순서도 없고
기간도 없어요.
일 년 내내 겨울이었던 적도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계절을 갈아치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관찰을 해봤어요.
내 마음 속 봄이 언제 사라지는 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의 요소들은 빼고
그래도 내가 해볼 수 있는 것.
그런 것들을 들여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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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고 싶어하지 않고
어떤 꿈도 꾸지 않으며
무엇에도 두근거리지 않는 것.
이 세 가지가 사라졌을 때
제 마음 속 봄은 끝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내가 다 조절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보고 싶지 않을 때가 있고
어떤 꿈도 꾸지 않을 만큼 피곤할 때도 있고
무엇에도 두근거리지 않을 만큼 무뎌질 때가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다 갖고 가기 어려우면
하나라도 꼭 남겨놓습니다.
불씨처럼 요.
사람을 남겨놓거나
꿈을 남겨놓거나....
무엇이든지 하나만이라도 남겨놓아요.
희미해도 좋으니까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남겨놓습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내가 머물고 있는 계절을 좀 더 쉽게 바꿀 수 있게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에서 더 오래 머물 수도 있고
힘든 계절은 더 빨리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담대해지죠.
더 잘 견뎌내고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계절에서
더 오래 머물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