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칭찬은 인생을 가로질러 끝까지 함께 갑니다어떤 칭찬은 인생을 가로질러 끝까지 함께 갑니다
어떤 칭찬은 인생을 가로질러 끝까지 함께 갑니다
< 어떤 칭찬은 인생을 가로질러 끝까지 함께 갑니다 >
저는 텐션이 낮은 아이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제가 주도해서 노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제 텐션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몸이 아프기 시작한 후입니다.
사실 저를 개인적으로 아는 분 중에
이 얘기를 안 믿는 분도 계실 거예요.
‘막 사람들 모아놓고 공연도 하던 네가?’
‘웃통 벗어젖히고 머리 뱅뱅 돌리던 네가?’
네 그런 모습의 저도 있지만
(그리고 그때는 약을 강하게 쓰고 있어서
가능한 시절 ㅜ_ㅜ)
저는 전반적으로 낮은 텐션의,
사람이 많은 곳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저의 텐션의 키는
몸 상태가 좋으냐 나쁘냐로 결정되었으니까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슬금슬금 안 좋아지던 건강은
해를 거듭할수록 나빠졌습니다.
텐션 낮은 아이라 적은 이유가 그것인데
중학교를 올라가고
유령처럼 지내는 아이로 발전되기 딱 직전이었어요.
그때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글씨 쓰는 것을 보고
“헌재 너 글씨 진짜 잘 쓰는구나”라고 말씀하시고
엄청 칭찬을 하시는 거예요.
그 후에 학급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것에 글씨는
제가 쓰게 해 주셨습니다.
뒷 칠판을 꾸미는 것도 제가 했고요.
남자들만 다니는 학교라 하고 싶어 하는 애도 없었고
저는 뭘 쓰거나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
당연히 싫지 않았습니다.
제가 쓰는 글씨가 뭐 대단한 건가 생각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때마다 칭찬을 해주시고
‘너는 글도 잘 쓰니 나중에 이런 일 하면 되겠다’
얘기해주셨습니다.
그때까지 어느 선생님도
제게 그런 칭찬을 해주신 분은 없었습니다.
그 해 받은 칭찬은 제가 학교 다니면서 받았던
모든 칭찬보다 컸을 거예요.
선생님의 칭찬은
저 아래로 가라앉을 뻔한 아이를
끌어올려주었습니다.
거의 20여 년 지나고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우연히 선생님이 제 책을 보셨고
이름을 보니 예전 제자 아닌가 싶었나 봐요.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의 수가 셀 수 없을 텐데
그래도 기억해주시고 연락을 주셔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선생님이 지금 계신 중학교에서 독서캠프를 하는데
한번 와서 애들하고 얘기도 하고
놀아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선생님은 지금도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며칠 뒤에 선생님과 커피를 마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연남동 단골 식당과 카페에서
식사도 하고 커피도 사드렸습니다.
“너는 어떻게 이런데도 잘 아니 진짜 맛있다 야”
선생님의 칭찬화법은
몇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 셨습니다.
아직 코로나가 오기 전,
연남동의 카페에서
어쩌면 가라앉았을 15살의 아이가 살아남아서
선생님과 커피를 마십니다.
어떤 칭찬은
인생을 가로질러 끝까지 함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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