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 번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간밤에 귀여운 녀석이 다녀갔네!>
-우리는 세 번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주차장에 내려가니 귀여운 녀석이 ‘나 다녀간다’ 하고
도장을 찍어놓았습니다.
길냥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랑이와 같이 사는 우리는, (게다가 오랑이는 길에서 만났으니)
길냥이들을 보면 애틋하고, 뭐 그렇습니다.
저 발 도장을 보니 우리가 처음 만났던,
어쩌면 우리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발 도장을 찍었던
2011년의 고양이 ‘쵸파’와 2016년 제주에서 만났던 ‘보석이’가 떠올랐습니다.
쵸파를 만난 것은 한여름이었습니다.
2011년 우리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하다 만났어요.
그때도 우리는 매일 산책했네요. 어느 날 저 녀석이 졸졸 따라오더니
산책 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는 거예요.
간식을 준 것도 아닌데(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그렇게 계속 따라오는 게 너무 신기해서 기록해두었습니다.
그 후로 동네 산책하러 나가면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녀석을 만났고 녀석은 만날 때마다 우리를 따라다녔어요.
너무 자주 만나니 이름이라도 지어주자 하고 고민하다
키링에 달려 있던 ‘쵸파’가 보여 녀석의 이름을 ‘토니토니쵸파’라고 지어주었습니다.
쵸파를 만나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지만
산책의 끝이면 항상 녀석이 자기를 데려가 달라는 듯 아파트 현관이 보이는 곳에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곤 했어요.
너무 자주 그러니 한번은 정말 데려가야 하나 꽤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워낙 중증 아토피인 데다
단 한 번도 반려동물과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몸이 더 안 좋았으니까요.
여름이 지나고 가을까지 꾸준히 쵸파를 보았습니다.
겨울이 되자 쵸파를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그해 겨울 저희는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사가 며칠 남지 않았을 무렵, 주차를 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냐옹’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쵸파였어요.
처음에는 몰라봤지만,
우리를 보고 달려오는 것을 보니 분명 쵸파였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지금 오랑이랑 같이 살아서 알게 된 것이지만 쵸파는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살이 찐 줄 알았는데 겨울이라 물도 못 마시고 밥도 잘 못 먹어서
얼굴이 붓고 몸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고양이인 줄 몰라봤을 정도니까요.
물이랑 밥을 좀 챙겨주고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습니다.
“안녕 쵸파. 잘 지내
저 사진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쵸파와 헤어졌습니다.
길냥이에겐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고
평균수명이 3년이라는 얘기도 나중에 알게 되었죠.
2016년 제주. 처음 제주에 가본 이후 우리는 매년 두 번 이상 제주 여행을 갔습니다.
그날은 사려니숲길에 갔는데
입구에서 시커멓고 작은 무언가가 우리를 따라오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작은 새끼 고양이 하나가 우리를 빤히 보고 있었습니다.
코 옆에 점이 있는 고양이였습니다.
숲속에 들어온 햇살이 눈망울에 반사돼서
반짝이는 게 보석 같더라고요
“눈이 보석 같아. 반짝반짝.”
그 조그만 녀석이 뒤뚱뒤뚱 우리를 따라오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원래 계획은 바로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녀석이 계속 따라오는데 뭐 줄 것도 없는 데다
숲속 깊이까지 들어가면 녀석이 위험할 것 같아서 일단 느릿느릿 주변을 걸었습니다.
우리의 오전 스케줄은 그날 만난 녀석과 함께 걷는 것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리는 이 아이와 헤어지기 전,
‘보석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오래오래 반짝반짝 살라고.
우리가 오랑이를 처음 만났던 밤,
보라요정 님과 전 쵸파와 반짝반짝 보석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데려오지 못한 쵸파가,
제주의 그 거대한 숲에서 만났던 보석이가
지금 우리가 오랑이와 함께 살 수 있도록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생각해보면 모든 게 연결된 것 같습니다.
7년의 시간을 거슬러, 2년의 시간을 거슬러 우리는
2018년에 오랑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안녕,
2011년의 쵸파씨,
2016년의 반짝반짝 보석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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