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 범죄전시관(731部队罪证陈列馆)에 가려고 하얼빈에 갑니다.
여행이란 일상을 벗어나 낯섦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이 아닐까 한다. 해외여행이 더 여행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평상시 익숙하지 않은 풍경, 언어, 음식 등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으니까.
평소 새로운 것을 하거나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에 대한 약한 불안을 느끼는 나는 낯선 느낌이 부담스러워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모든 상황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나에게 때로는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의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 부지런히 아이와 여행을 다녔다. 거의 매주 주말에는 나들이를 갔고, 방학 동안에는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다녔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엄마 역할을 잘하고 싶어 힘을 내었더니 나 역시도 견문이 넓어지고 여행을 조금씩 즐기게 됐다.
아이의 입시와 코로나 등의 이유로 한동안 해외여행을 가고 싶지 않았는데, 올해 갑자기 해외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여태까지 여행지는 아이를 위해서 정했었는데 이제는 아이를 다 키우고 처음으로 나를 위해 여행지를 선정했다.
엄마로 살면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같은 나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이제 아이가 다 크고 나를 위해서 살 기회가 오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731부대에 대한 방송을 본 이후로 731부대 범죄 전시관에 가고 싶었다.
하얼빈에는 731부대 범죄 전시관뿐 아니라 안중근의사기념관과 유묵비도 있어서 역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적합한 여행지였다. 2시간이 안 되는 비행시간과 한국보다 시원한 날씨, 저렴한 물가, 러시아 문화도 조금 경험할 수 있다는 점까지 매력적이었다.
하얼빈으로 여름휴가지를 정했다. 혼자 가면 좀 더 길게 가서 하얼빈뿐 아니라 안중근 의사가 마지막을 보낸 여순감옥까지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처음에 하얼빈 여행에 대해서 별로 관심 없던 남편이 결국 함께 가기로 했다. 남편이 가능한 일정인 4박 5일이어서 이번에는 여순을 빼고 하얼빈만 다녀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