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일기(1개월~2개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여 2002년도에서 2003년도까지 쓴 태교 일기장과 작별하기 위해 그 기록을 온라인으로 옮깁니다. 개인적인 기록의 보관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되어가는 순간들에 대한 기록을 아이가 성인이 된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면서 느낀 감정들과 생각들을 나누려 합니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아이가 온 첫번째 달
Day 28
엄마가 임신이 된 것을 키트를 통해 확인한 날이야. 설레는 마음이 크지만 배가 조금 아파서 병원에 갔단다. 아직 초음파로 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엄마는 맘이 편안하지 않구나. 어서어서 자라서 엄마에게 너의 모습을 보여주렴.
아이가 온 두번째 달
Day 35
초음파로 너의 모습을 봤단다. 아직 사람의 모양이 아니지만 너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서 엄마는 너무너무 기뻤단다. 특히 힘차게 뛰는 너의 심장소리를 듣게 되어 좋았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렴.
Day54
너의 첫 초음파 사진을 찍었단다. 엄마랑 아빠는 개구리 같다고 너를 놀렸어. 하지만 너는 심장을 움직이며 우리에게 인사를 했단다.
태몽은 아빠가 꾸었단다. 아주 커다란 토끼가 집근처로 와서 아빠가 귀를 잡고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대. 그 토끼가 아빠에게 앞다리를 내밀었는데 어찌나 큰지 아빠의 허리위에 닿았단다.
참 신기하게도 23년전의 기록인데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어린 나이인데 아이에게 말한다고 "~단다"라는 어른스러운 말투를 사용했구나 하며 살며시 웃음이 나온다.
이 태교일기는 실제로 아이가 재미있게 읽었다. 살짝 사춘기가 시작되려고 했던 초등학교 고학년때 보여주었더니 너무 재미있게 읽고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사춘기에 널뛰는 감정을 조절을 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아이와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는 학부모들께도 권한다. 혹시 태교일기나 육아일기가 있다면 아이와 함께 읽고 아이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시라고... 좋은 대화의 소재가 될 거라고... 아이들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렸을 때 이야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