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하나를 선물 받았습니다

파주 여행 1(그릇을 사러 파주에 갑니다)

by 친절한 상담쌤

결혼 27주년을 맞아 남편이 물었습니다.

" 이번 기념일 뭘 가지고 싶어".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어요.

"그릇 세트를 받고 싶어".


27년 전,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소박하게 결혼한 우리는 한 번도 그릇을 세트로 구매해보지 못했거든요. 처음에는 저렴한 그릇들을 구입해서 사용했고, 그다음에는 언니에게, 사은품으로, 선물로 얻은 그릇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식탁을 꾸릴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항상 맘에 드는 그릇들로 채운 나만의 그릇장을 꿈꾸곤 했습니다.


10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차근차근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무언가를 버리는 일에 서투른 저이기에 쓰임을 다한 물건을 버리고 다시 구입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지요. 그렇게 5년 정도가 지나니 이제 조금씩 내가 가진 물건들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나니 정말 물건을 구입하는데 신중하게 되더군요. 기증을 하거나 남에게 주기 애매한 물건들은 버리게 되는데 쓰임새가 아직 남아있는 물건을 버릴 때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사는데 남편이 "이제 우리 그릇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여기 그릇들이 꽤 저렴하네"라고 했어요. 그 말이 제 안에 있던 오랜 바람을 꺼내주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말처럼 저렴한 그릇들을 사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제 관절이 예전 같지 않아서 다음에는 가벼운 그릇으로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건강을 위해서 매일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손목이나 어깨에 파스를 붙여야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릴 적 기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외출을 하시면, 엄마가 아까워서 개봉하지 못한 각종 그릇세트들로 멋지게 식탁을 꾸며서 동생과 빵과 과자들을 세팅해 놓고 파티를 하곤 했어요. 그만큼 저는 그릇과 테이블 세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결혼을 하면 이쁜 그릇들이 가득한 그릇장을 갖고 싶었지요. 이런저런 이유들로 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에 구입하는 그릇세트는 가격을 고려하기보다는 제 맘에 꼭 드는 것이었으면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코렐 그릇을 찾아보다가, 실물을 직접 보고 결정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침 남편이 준 상품권도 있었고, 효율을 중시하는 제 성격답게 여행도 겸하자는 생각에 1박 2일 파주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파주 롯데 아웃렛에 코렐 매장이 있을 거라 기대하고 갔지만, 아쉽게도 매장은 사라진 뒤였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건지 숙소 근처를 산책하다 우연히 ‘모드니 파주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에서 드디어 제 마음에 쏙 드는 식기를 만났습니다. 27년 차 주부의 경험으로 필요한 구성을 빠르게 결정했고, 남편과 함께 하나하나 살펴보며 우리만의 그릇세트를 완성했습니다. 가게에서는 정성껏 박스 포장까지 해주셨습니다.

내가 선택한 코렐 시리즈


지금, 저는 그 그릇에 밥을 먹습니다. 식기에 음식을 담을 때도, 식기를 설거지할 때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꼭 원하는 만큼 소유하는 것은 큰 행복을 줍니다. 이 그릇들, 아껴서 오래도록 쓰고 싶습니다. 나중에 퇴직하고 실버타운에 들어가게 되면, 그때도 이 그릇들을 함께 가져가고 싶습니다.


이번 결혼기념일, 저는 그릇 세트가 아니라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고 있던 꿈 하나를 선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