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스트세븐 Mar 31. 2021

곰곰한 글쓰기 04

마감의 미학

마감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표준 국어사전 속 '마감'의 뜻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풀이된다.

1) 하던 일을 마물러서 끝냄. 또는 그런 때.

2) 정해진 기한의 끝.



생활 속 수많은 마감 중 직장 생활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의 마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전 속 두 가지 의미 모두 활발하게 쓰이는데 첫 번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이런 상황들이 포함되어 있을 거다.

예시 1) 'ㅇㅇ님 기획안 다 끝나가요?' '네, 지금 작성 마감 단계입니다'

예시 2) '이제 슬슬 마감하시죠' '업무 마감 보고 드립니다'


두 번째 뜻으로 사용되는 마감은 아래의 상황에서 자주 등장한다.

예시 1) '브런치 발행은 오늘이 마감입니다'

예시 2) '내일까지 콘텐츠 일정표 마감할 수 있어요?'

예시 3) '가이드 작성은 마감 시간에 맞춰서 전달해주세요'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완료 기한이 다가올 때 지금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약속한 기한의 끝을 확인하거나 조율하기 위해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래야 하고 있던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음 업무를 준비해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직장 생활에서의 마감은 끝과 동시에 시작인 셈이다.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오늘의 일이 끝나면 내일의 일이 시작될 테니까.



마감은 직장을 벗어니 개인 생활이라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몰라도 '마감'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이점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직접 정하거나 타의에 의해 정해진 수많은 마감이 있다. 나의 일상 속 수많은 마감 중 대표적인 사례를 떠올려보니 주로 이런 것들이더라.

예시 1) '재활용품 수거가 몇 시 까지지?'

예시 2) '이 두부는 내일까지 먹어야겠다'

예시 3) '이번 주말까지는 겨울옷 전부 세탁소에 맡기자!'

예시 4) '이 기차표 내일 아침까지 결제해야 한대'


주로 음식의 마감일인 유통기한, 쓰레기 배출 시간 같은 것은 기한이 이미 정해져 있어 마감을 확인하고 그 날짜에 맞춰서 일을 끝내야 한다.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이미 정해놓은 마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기한의 끝을 정해두고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쾌적한 생활환경을 위한 청소와 빨래,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 등이다. 개인의 일상 속 다양하고 사소한 일들도 마음속으로 마감을 정해놓지 않으면 때를 놓치거나 미루기 십상이다. 그래서 위의 예시 상황처럼 사적인 영역에서도 단지 마감이라고 직접 부르지 않을 뿐, 매 순간 마감을 하기도 정하기도 한다. 마감이라 부르지 않는 마감과 직장 생활에서의 마감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번 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에 발행할 브런치 작성을 끝냈다면 인스타그램에 올릴 콘텐츠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모아둔 빨래를 끝냈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청소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마감은 하던 일을 마무리 지은 뒤 다음 일을 시작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어쩌면 이게 마감의 미학일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터 H의 주관적인 리뷰]오아시스마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