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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스트세븐 Oct 08. 2020

모기기피제 홍보영상 촬영
외근 일지

멀리 가는 건 싫지만 가끔씩 외근은 하고 싶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아닌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던 어느 봄날에 다녀온 외근임을 알려드립니다


사무실 출발

사무실에서 급히 오전 업무를 마무리하다 보니 촬영장으로 출발하라는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겨 부랴부랴 나섰는데 어느새 아이스박스를 들고 삼송역으로 전력 질주 중인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이번 열차를 놓치면 배차 간격이 무려 16분이었다. 버스랑 지하철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대중교통 어플로 도착 예정시간 확인하는 게 디폴트인 사람인지라 흐르는 땀도 닦지 않고 전력 질주했다. 정말 오랜만에 온 힘을 다해 뛰어 오금행 지하철을 탔다.

무슨 영문인지 사람들이 자꾸 흘깃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흐르는 땀방울에 산발이 된 차림새 때문인가 싶어 신경 쓰지 않았지만 시선이 꽂히는 곳은 내가 아닌 아이스박스! 무균 모기를 담아서 데려올 소중한 아이템인데 아마 이런 시국에 정신 못 차리고 어디 놀러 나가는 젊은이쯤으로 생각하셨나 보다.




스튜디오 도착

회사에서 판매 중인 모기기피제 홍보영상 촬영을 위해 지하철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독산동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영상 촬영 스태프분들과 모기 200마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절반쯤을 아이스박스에 옮겨 담은 뒤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페스트세븐 사무실로 보낸 뒤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촬영 시작

우연인지 인연인지 2년 전 페스트세븐 브랜드 홍보영상을 찍은 연기자분과 다시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이 곳에서 근무하기 전의 일이라 생판 처음 보는 사이었지만 내가 먼저 페스트세븐을 기억하시냐, 홍보영상을 찍어주셨더라 물었더니 "바퀴약 파는 회사 맞죠?" 하며 반갑게 답해주셨다.

방역제품, 방역약품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참 낯설다. 하지만 '바퀴약'이라는 단어는 익숙하고 편안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바퀴약 파는 회사가 맞다.


대사 중심으로 이뤄진 장면들은 촬영 대본에 맞춰 다양한 콘셉트와 각도로 물 흐르듯 진행되었고,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해도 순조로웠던 진행과정에 모기가 등장하자마자 바로 급제동이 걸렸다.

흡사 전쟁터처럼 변해버린 스튜디오에는 아크릴 통에 손을 넣고 뺄 때마다 틈새로 빠져나오는 모기, 무균실에서 갑자기 바뀐 환경에 기운이 다 빠진 모기, 모기콘트롤기피지에 취해 죽는 모기까지 각양각색의 모기들이 우리를 괴롭게 했다. 




모기기피제 홍보영상 촬영으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세 가지(매우 주관적)

1) 무균 모기는 아주 얌전하고 소극적이다.

바뀐 환경에 기운이 좀 빠졌을 수도 있지만 손을 넣어도 처음부터 달려들지 않고 얼마쯤 시간이 지나야 모여들기 시작한다.

2) 고로 모기도 사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예부터 산모기는 남다르다, 산모기에 물리면 벌에 쏘인 듯이 부어오르고 아프다 따위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야생 환경에 적응하면서 모기도 더 독해진 것 같다. 무균실에서 살던 모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금방 기운을 잃는 것처럼.

3) 페스트세븐 모기콘트롤기피제는 효과가 좋다. 

개인적인 사심이나 애사심, 웃음기까지 다 빼고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말하는 것이다. 모기콘트롤기피제를 뿌린 손을 모기를 풀어놓은 아크릴 통에 넣었더니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에 촬영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랄 정도였으니.



연기자, 피디, 촬영 스텝, 마케팅 담당자인 나까지 정말 너 나 할 것 없이 모기를 붙잡고 정말 어르고 달래 실험 영상 촬영을 무사히 이어나갔고 모기와 함께하는 촬영 분량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모두 박수를 쳤다. 낯선 환경에서 고생한 무균 모기에게 보내는 박수인지 수고한 우리가 너무 대견한 나머지 저절로 나온 박수인지 모르겠지만

p.s 여름 모기보다 무섭고 독한 #가을모기를 특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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