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스트세븐 Nov 03. 2020

마케터의 셀링 포인트 공부 01

넷플릭스를 구독하면 기분이 조크든요

요즘 종종 마케터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다. 1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물건이나 서비스가 잘 팔릴 수 있도록 다양한 판촉활동을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파는 제품과 서비스가 어떠한 것인지 속속들이 파악하기 위해 직접 사용하면서 경험해보아야 하고,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은 것처럼 말끔하게 포장해서 소비자 앞에 보여줘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요소들 말고 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할까? 물론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봤을 때 특정 대상의 매력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매력을 나와 내가 속한 조직 구성원이 아닌 외부인에게 소구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부터라도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의 매력 포인트 3가지를 찾는 연습을 시작해보려 한다. 그 첫 타자는 올해 내가 구매한 서비스 중 가장 만족스러운 넷플릭스다.



이미 넷플릭스를 알고 있거나 구독하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만큼 넷플릭스는 요즘 열에 아홉은 이용한다는 OTT 서비스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미국의 기업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세 가지 월 구독 멤버십을 제공하는데 그 종류에 따라 스트리밍 화질, 동시 접속 가능한 기기 수, 서비스 가격이 다르다. 넷플릭스를 선두로 왓챠, 티빙, 웨이브, 카카오TV까지 점점 늘어나는 선택지와 장기화 중인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올해는 국내 OTT 시장의 콘텐츠가 그야말로 풍년이다.

남들도 다 나와 같은 요소에서 매력을 느낄 수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매력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한 넷플릭스 구독의 매력포인트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1)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시리즈물부터 영화, 다큐멘터리, 미니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소재도 줄거리고 등장인물도 신선하고 흥미롭다. 독점 콘텐츠가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다니!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니! 나에게 몇 번이나 감동을 안겨주며 순식간에 모든 에피소드를 보게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딱 3개만 추천해야 한다면 아래 세 가지 작품을 꼽는다.


▶기묘한 이야기

넷플릭스가 국내에 자리 잡도록 도와준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가 아닐까. 솔직히 소재, 등장인물, 줄거리 중 어느 것 하나 공감대가 있을만한 요소가 없다. 다른 차원이나 미지의 생명체도 순수함과 방황을 넘나드는 미국의 사춘기 청소년도 나의 경험이나 관심사와 닮은 구석이 없음에도 이야기 전개에 흡입력이 있고 어느새 등장인물에 감정이입까지 완료한 나를 발견하는 정말 기묘한 시리즈다. 코로나 19로 제작이 미뤄져 2021년 공개 예정이라는 시즌 4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분노하게 한 실제 사건과 그 해결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는 영상에 분노한 동물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이 온라인으로 해당 영상의 출처를 찾으며 범인을 추적해다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 몰입감과 긴장감이 저절로 올라간다. 실제 사건을 마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것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만의 매력인 듯하다.


▶킹덤

좀비물, 공포물을 선호하지 않는 내가 좀비 시리즈를 그것도 한국의 좀비 드라마를 보게 될 줄 몰랐다. 이래서 무엇이든 절대적인 건 없으니 쉽게 단언해서는 안되다보다. 처음에는 킹덤 시즌2가 공개된 후 주변 사람들의 유혹과 대세 여론에 휩쓸리듯 시즌1을 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걸?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찰진 연기(시즌1 초반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지지만 어느새 모든 배우가 캐릭터에 동화되는 게 느껴진다) 거기다 뒷목이 서늘해질 만큼 소름 돋는 코리안 좀비라니! 그렇게 시즌 1부터 2까지 5월에 있던 3일간의 연휴 동안 정주행을 마치고 내년 공개 예정인 시즌 3을 기다리고 있다.



2) 글로벌 콘텐츠를 30일간 무료로 이용하는 똑똑한 전략

'한 달 정도만 무료로 써볼래? 당장 구독을 시작하라는 게 아니야, 어떤 건지 한 번 경험해보고 별로다 싶으면 바로 해지하면 끝나!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맛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해볼래?' 이렇게 달콤한 유혹의 말을 끊임없이 건네는(매체 광고와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수 없이 푸시하는) 느낌이다. 나는 30일 무료 이용 기간 동안 출퇴근길에는 에피소드의 길이가 짧은 시리즈물이나 다큐멘터리를. 퇴근 후에는 그날에 기분 따라 보고 싶은 혹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주말에는 틈틈이 찜 해두었던 시리즈를 맘껏 연달아 보며 다양한 콘텐츠를 골고루 맛봤다. 그러다 보니 30일이 한없이 짧게 느껴져 정기구독을 신청하게 되는 마법이 펼쳐졌다. 아마 다른 구독자들 중 상당수도 이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3) 어떤 디바이스에서 이용해도 불편함 없는 사용 환경( UI)

나는 넷플릭스를 이용할 때 노트북, 태블릿 PC, 핸드폰 이 세 가지 디바이스를 모두 사용한다. 그런데 그 어떤 기기로 접속해도 내가 원하는 메뉴나 기능을 찾아 헤매거나 끝내 찾지 못하는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기기별로 다른 화면 크기에 맞춘 아이콘의 위치는 일관성 있으면서도 찾기 쉽다. 그리고 항목 구성은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우선시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작은 기기일수록 핵심 항목 위주로 간추려 구성되어있다. 기능별 아이콘의(찜하기, 알림 설정, 다운로드 같은) 디자인이 직관적이고 심플해 설명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떤 기능인지 알 수 있는 건 기본이다. 아이콘이라면 당연히 직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모름지기 무엇이든 쉽고 간단해야 손이 자주 가는 법이다.



내가 이미 좋아하는 서비스인데도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적고 나니 더 마음이 간다. 넷플릭스를 향한 애정이 커진다. 앞으로도 소비 생활에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매력을 찾으며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사용하고 들여다봐야겠다. 내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 녹슬어 버리지 않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모기기피제 홍보영상 촬영 외근 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