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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스트세븐 Oct 14. 2020

어느 날 갑자기
영어 닉네임이 생겼다

안녕, 나는 헤일리라고 해

페스트세븐에는 특별한 사내 호칭 문화가 없다. 무조건 '-님' 호칭을 쓴다던가 마케팅 대행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프로'로 직급을 통일하는 것 말고 가장 일반적인 직급 호칭 체계를 사용한다. 그래서 나도 예외 없이 OO대리님으로 불리던 어느 날, 갑자기 '헤일리'라는 팀 내 영어 닉네임이 생겼다.



금손 레지나가 그려준 헤일리. 실물보다 나아서 맘에 쏙 든다!

나는 왜 Hailey(헤일리)가 되었을까?

내 영어 닉네임의 역사는 영어 회화 학원에서 열정을 불태우던 휴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금 독특한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던 그 학원은 서로 통성명을 할 때 나이, 이름, 학교를 말하는 대신 오로지 닉네임만 소개하면 되는 곳이었다. 그동안 사회에서 경험한 그 어느 조직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소개 방식이었다. 그러니 당장 나를 표현해 줄 영어 이름이 필요했다. 너무 흔하지도 내 이미지와 동떨어지지도 그렇다고 미국 할머니 이름처럼 느껴지지도 않을만한 그런 적당한 이름이!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어떤 영문인지 몰라도) 그 당시 즐겨보던 모던 패밀리라는 미드 속 '헤일리 던피'(던피 부부의 큰 딸)가 떠올랐고 그렇게 나의 영어 이름은 헤일리가 되었다. 



레지나가 그려준 조이. 헤어스타일과 속눈썹이 킬링 포인트!

Zoe (조이)

조이는 정확히 몇 살 인지도 모르는 어린 시절 AFKN 티브이 채널에서 상영하던 세서미 스트리트 속 '조이'를 본 후로 그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 좋아하던 뭔가는 기억에서 간혹 잊히기도 하는데 조이라는 이름은 예외였나 보다. 그 이후로도 미드 프렌즈에서 등장하는 조이와 레드벨벳의 조이까지 여러 조이를 보면서 그 이름에 더 호감을 느꼈고 지금도 그 이름을 좋아하고 있다고. 아이돌 조이, 프렌즈 속 조이도 참 매력 있지만 내가 볼 땐 페스트세븐의 조이가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다.



레지나가 구려준 비비안. 피부톤과 블러셔 색감 표현이 아주 기가 막힌다!

Vivian (비비안)

영어 이름을 물었을 때 사용하던 영어 닉네임이 없다고 하던 비비안에게 우리는 잘 어울릴 것 같은 수십 개의 이름을 추천해줬다. 스무 개가 넘는 후보 중 비비안이라는 이름을 단번에 고르더니 이름에서 풍겨지는 느낌이 부잣집 딸 이름인 것 같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이너웨어 브랜드 이름으로도 참 고급스러운 느낌인데 닉네임으로 써도 거부감 없이 착 붙는 그 이름 비비안!



레지나가 그린 레지나. 헤어스타일과 자주 입는 옷 스타일 완벽 재현!

Lejina (레지나)

천주교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그녀의 영어 닉네임은 천주교 세례명인 레지나라고 한다. 주말에 종교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 천주교가 맞냐고 되물었더니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곳에 성당이 있지만 못(?) 가고 있다는 것이 레지나의 설명이다. 종교가 없다고 생각한 건 우리 모두의 착각이었다. 아무튼 어려서부터 계속 사용해온 세례명으로 닉네임 확정.



레지나가 그려준 브린. 피부톤과 헤어스타일을 찰떡같이 재현했다!

Bryn (브린)

브린 역시 사용하던 영어 이름이 없던 터라 새로운 닉네임이 필요했다. 쿨한 이미지의 이름을 갖고 싶다며 열심히 검색하더니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인 브린이 마음에 든다며 단번에 정했다. 개인적으로 브린이라는 이름의 어감은 도시적이고 쿨한 느낌보다 편안하고 시원한 산들바람이 연상되지만 자기 마음에 쏙 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레지나가 그려준 보노. 평소에 자주 쓰는 보라색 아이템과 상큼함이 돋보인다!

Bono (보노)

보노? 어떤 캐릭터가 떠올랐다면 정답이다. 우리 팀 막내 보노를 보고 있으면 말투나 목소리에서 왠지 모르게 보노보노라는 캐릭터가 떠오른다. 여태껏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는지 이전 회사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이 '보노보노'였다고 고백했다. 캐릭터명을 그대로 따오는 것보다 영어 닉네임의 느낌을 한 스푼 더한 보노라는 닉네임으로 자, 우리와 함께 다시 시작해보는 거야!



영어 닉네임 호칭이 팀 문화가 된 이후로 생긴
 작은 변화 1
-개인적으로 과장, 내리, 주임처럼 직급이 있는 사람을 부를 때에는 괜찮은데 사원을 '~씨'라고 부르는 게 참 불편하다. 왜 '헤일리 대리님' 은 편하고 '헤일리 씨'는 불편한 건지 모르겠으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말을 놓는 것만큼이나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 바로 '~씨'라는 호칭이다.
그런데 조이, 레지나 이렇게 닉네임을 부르니 말을 처음 건넬 때부터 거부감 없이 편안하다. 조금 딱딱한 업무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바뀐 호칭 만으로도 조금은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아, 물론 이건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

작은 변화 2
-호칭 체계를 바꿨다고 무조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거나 수직적이던 조직 문화가 갑자기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례가 있을지는 몰라도 한순간에 짠! 하고 변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마 페스트세븐이라는 회사의 사내 분위기와 마케팅팀의 팀 문화가 이미 수평적인 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호칭의 변화가 주는 즐거움(약간의 오글거림과 귀여움이 뒤섞여있는)과 동료들과 업무 대화를 나눌 때 편안함이 주는 시너지 효과(경력, 나이와 상관없이 제안과 피드백은 많이! 자유롭게!)가 분명히 존재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종종 페스트세븐 마케팅팀의 이야기나 크고 작은 에피소드도 나눠보려고 한다. 뭐 누구 하나쯤 관심 있는 사람이 있겠지! 그래도 한 명은 재미있다고 생각해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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