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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Mar 24. 2021

결혼에 대한 생각 (feat.8년 차애송이)

나는 28살에 결혼을 했다. 친구들 중에는 결혼한 친구도 있고 안 한 친구도 있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30대 즈음되면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을 하신다. 어린이집 엄마 모임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 세상에 결혼한 인구가 전체의 몇 퍼센트나 될까? 삶에서 결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결혼은 사회가 만든 제도다. 1차원적으로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출산이 목적이라는 뜻이다. 출산 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를 돌보아 사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경되면서 사회에 필요한 일꾼을 배출하기 위해 전문적인 교육 지원(학교)이 추가된 것이겠지. 그렇다면 4차 산업으로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결혼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결혼의 의미는 무엇일까?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에서 결혼은 온 나라 사람들에게 공표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현재 옆에 서있는 이 사람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아끼고 사랑하겠노라 하면, 결혼식에 오신 분들이 증인이 되는 것이다. 공식적이지 않은 동거는 문화적 측면에서 결혼으로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연예기사를 보면 '할리우드 대표 커플 A와 B는 오늘 딸을 출산했다. 이들은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라는 글을 종종 본다. 누가 봐도 이 둘은 결혼과 다를 바가 없는 부부인데 꼭 결혼식을 해야 부부인 것일까. 주민등록등본을 떼보면 남편과 결혼한 나는 동거인이다. 동거와 결혼을 구분 짓는 일은 쓸모가 없는듯하다. 어찌 됐건 동거나 결혼이나 같은 의미로 묶어본다면,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아직 10대에도 오르지 못한, 한자리 나이를 가지고 있는 우리 딸의 대답은, '잘 모르겠다.'

아빠 엄마가 결혼을 하여 본인이 태어났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결혼을 할 거니? 하고 싶니?' 하고 물어보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럴만하지. 호기심도 많고 마냥 장난감 하울 유튜브에 푹 빠져 예쁘고 재밌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을 나이에 결혼이 무엇이냐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 


20대, 올해 30살에 진입한 막냇동생. 동생은 올해 1인 가구로 독립하여 엄마와 따로 살고 있다. 그런 동생이 몇 년 전에 비혼을 선언했는데, 그게 여자 친구에 대해 묻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인지 나는 흙수저라 집 해갈 돈도 결혼해서 애 낳아 들일 정성도 전혀 없다는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어쨌든 남동생은 현재 비혼을 선언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내 남동생은 그렇게 자신의 말에 무게를 두고 살지 않는 편이다. 언젠가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선 비혼. 홀로 사는 라이프. 그달의 월급은 그달에 다 쓰자 소비주의. 이런 게 인생이지. 어차피 모아도 집 사기 어려운데 지금을 즐기자 FLEX~


30대,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의 대답은, (농담 반 진담 반) 혼자가 편하다. 그러나 아직 결혼을 안 한 30대 내 친구의 대답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좋은 사람 만나면 하지 않을까.' 다수의 결혼에 대한 압박과, 다수의 결혼 경험자가 주변에 널린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이 보일 것 같다. 내 친구는 외로움을 안 탄다. 오히려 썸 타는 도중 옥신각신 시간 낭비하는 것이 더 귀찮고 싫단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

같이 일하는 동료들 중 30대 갓 결혼한 남직원들은 현재 결혼생활에 만족한다고 한다. 결혼은 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을 홍보한다. 결혼 후 옥신각신 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결혼은 좋은 것이여~~


60대 사별하신 우리 엄마. 엄마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보수적인 아버지의 영향과 유교 세대의 엄마에게 이혼은 절대 안 될 말일 것이다. 실제로 엄마 주변에 이혼한 사람들을 보고 흠이라고 이야기하신다. 자식의 결혼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셨다. 이상하게 두 딸들은 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결혼해서 바로 아이도 낳고 잘 산다. (울 엄마는 손주가 벌써 다섯이다.) 엄마는 친구분들 모임에 가면 부러움의 대상이란다. 알아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제일 성공한 엄마라나. 엄마 친구분들/이모들 사이에서 우리 엄마는 성공한 삶을 산 사람으로 추대받고 계시다. 내가 한건 없지만 엄마한테 자랑스러운 딸이라니 고마울 따름이다.


70대,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첫 손주로 태어난 날 정말 예뻐하신 우리 할머니. 초등학교 6학년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내가 고3일 때 할머니는 매일 저녁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오시곤 했다. 할머니는 아들 많은 집에 유일한 막냇딸로 태어나셨지만, 아들이 중요한 구한말 시대에서 천대받고 자라셨다고 한다. 학교를 못 다닌 설움과 남편의 그늘 아래에서 지낸 설움이 있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대학 다니던 그 시기에 할머니는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어렸을 때 못 배운 설움을 느지막이 풀고 계셨던 거다.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는 항상 영어 공부를 하고 계셨고, 나는 할머니 영어책 아래 영어 발음을 한글로 옮겨 적는 일을 했다. 내가 대학 때 쓰던 전자사전도 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열심히 하셨던 할머니는 종종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중에 취직해서 돈 벌면 멋지게 살아라~ 이제는 남편 도움이 아닌 너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시기지 않니? 남자들보다 더 멋지게 살아라~ 결혼도 하지 말고 혼자 멋있게 살아~'

어쩌면 그러한 삶은 할머니의 바람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런지 난 남편의 그늘에서 살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닮았나 보다. 그리고 난 할머니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나. 적어도 결혼 안 하고 여자 혼자 살 수 있는 그런 환경 말이다. 어쨌든 우리 할머니는 비혼을 선택하라 하셨다. 그 당시에는 비혼이란 단어조차 없을 때였지만.


앞에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 주변의 견해이지만, 사람마다 결혼의 생각은 다를 것 같다. 내가 내린 결혼에 대한 결론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결혼을 한다면,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수가 결혼에 대해 내린 정의는 한번 하면 평생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기 전 먼저 나의 가치관을 알아야 하고 그 가치관이 배우자의 가치관과 결이 다르면 안 될 것이다. 대화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어려움과 힘든 일 속에서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으며, 취미나 좋아하는 것이 배우자와 같아서 그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일어설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어야 하고 배우자도 그러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단순하지만 경험해본 사람은 그 참뜻을 알 것이다. 8년 차 애송이가 내린 행복한 결혼에 대한 조건이다. 


어쩌면 연애기간을 반복하면서 나를 찾고 나에 맞는 배우자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정답은 내 마음속 안에 있다. 그리고 그건 절대 평균화되지 않는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듯, 나에게 맞는 배우자상도 다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상대에 대한 잣대를 가지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보자. 어른들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실컷 연애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만나보고 결혼하라는 그 말. 연애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나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면 정답 근처에 가지 않을까? 


나는 요즘 우리들의 결혼생활에 만족감을 느낀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남편의 육아휴직이 아닌가 싶다. 물론 몇 년 전에는 이혼하고 싶을 만큼 힘들기도 했다. 그때 난 내가 우리 집의 양성평등에 가장 큰 가치관을 두고 살고 있으며, 남편과의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린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지 않다. 영화 취향도, 여가시간을 즐기는 아이템도, 술 취향도, 개그코드도 어느 것 하나 맞는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이 없다. 유일한 것이 가족여행이랄까. 여행 코드도 그렇게 비슷하지 않아 싸우기도 많이 했었다. 지금은 싸울 바에는 여행 가서도 따로 다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이 없을 때 이야기다. 지금은 여행 코드는 아이들 취향이다. 나의 즐거움을 조금 놓아놓고 아이들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만족감을 느끼는 걸까? 아이들이 더 커서 각자의 여행이 가능해지면 그때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어쨌든 나는 앞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 시간을 행복으로 가득하게 하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되도록 열심히 하고 싶고, 최대한 대화를 나누며 남편의 입장에서 고민해보고 싶고, 나의 결혼생활을 보람되게 보내고 싶다. 결혼을 추천하고 싶지도 반대하고 싶지도 않다. 확실한 건 쉬운 것은 절대 아니고 행복감도 혼자 있을 때보다는 더 높다. 노홍철이 라디오 방송 끝에 항상 하던 말이 있다. 모두들 그렇게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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