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위내시경 검사 결과 약한 위의 염증, 역류성 식도염이 보인단다.
원인이 뭘까?
1. 아이를 낳고 난 후, 나를 돌보는 시간이 부족하다. 정말 턱없이 부족하다. 예쁘게 나를 치장하는 것은 사치요, 끼니 챙겨 먹기도 어렵다.
2. 스트레스받으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커피였다. 커피는 나에게 밥을 먹지 않아도 꼭 먹어야 할 비타민이었고, 커피를 먹는 순간 행복감을 느끼고 해야 할 일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다고 하루에 많이 먹었던 것은 아니다. 오전, 오후 하루에 딱 두 잔.
3. 유전적 요인도 있다. 엄마가 위장이 약하시다. 그걸 내가 물려받은 것 같다. 외할아버지도 위가 좋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했다. 엄마는 어렴풋이 외할아버지가 위암이셨던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으셨다.
4.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겠지. 모든 원인에는 스트레스가 있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 특히 스트레스의 최고봉은 회사생활이 아닐까. 일, 인간관계,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등. 회사는 스트레스의 근원지다. 주변에 사업하시는 분이나 자영업 하시는 분을 보아도, 회사가 최고봉이다.
회사생활에 육아 스트레스까지. 나름 높은 스트레스군에 속하지 않을까.
처음 위염 진단을 받고 2년 뒤, 다시 검사를 하니 위축성 위염 진단이 내려졌다. 위염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위벽이 얇아진 거란다. 문제는 위염을 진단받은 초기 약 처방 없이 그냥 버티고 버텼던 것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주변에 건강검진에서 위염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냥 '그려려니' 하면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일이다.
그. 런. 데.
우리나라는 위암 발병률 1위를 기록하는 나라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것이 혹시 위암으로 발전되었던 것이 아닐까? 전문가들은 짜고 맵고 자극적인 식생활이 문제라 했지만 나는 (한국사람 치고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약을 먹고 위염을 치료하기로 했다. 귀찮고 귀찮지만 나의 삶을 위해 나로서는 뭔가 대단한 결단을 내렸던 것 같다. 휴가를 내고 약 처방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 그리고 약사로부터 들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
'약 드실 동안만이라도, 금주/금연하시고 커피를 드시면 안 됩니다.'
내 유일한 낙인데... 커피를 못 먹는다고? 나는 위염을 치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