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마마 Jul 30. 2022

너랑 있을게 이렇게,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

당신의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질문 : 당신은 힘든 일이 생기면, 그것을 누구와 공유하십니까?


친구 1 : 남자 친구에게 이야기해요. 가장 나의 상황을 잘 알고 있어 말하는데 부담이 없어요.

친구 2 : 그냥 그때그때 만나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요.

친구 3 :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냥 혼자만 알고 있어요.


내가 친구들이 많다면 더 많은 조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 나는 인간관계가 상당히 좁은 편인 사람이라 내가 얻을 수 있는 대답은 제한적이다. 공교롭게도 '부모님께 이야기해요.'라는 대답은 듣지 못했고 앞으로 듣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내 아이에게 그런 부모가 되길 바라는 것은 역시 나만의 바람인 것일까.


가끔은 내가 힘들 때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행복을 얻는 사람이다. 그래서 힘들 때도 대화를 통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마음이 힘들고 불편하면 대화할 사람을 찾아 괜히 카톡을 뒤져보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친구들을 만났을 때 난 나의 힘듦에 대해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웃고 떠들지만 혼자 있을 때 그 힘듦이 다시 찾아온다. 대화에 대한 갈증이 끊임없이 생겼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더 편할까 해서 채팅 어플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사람은 참 외롭다. 주변에 친구가 있어도, 가족들이 있어도 나는 왜 외로움 속에서 힘들어할까. 정말 외롭다는 느낌을 오롯이 받았다. 어쩌면 그렇게 힘듦을 말로 표현하는 게 서툴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문제에 대한 대화의 시작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답답함이 있다.


그럼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하냐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본다. 슬픈 노래를 듣다가 그 감정에 파묻혀 울기도 하고, 느낌이 오는 씽곡들을 찾아 계속 반복하여 그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 빠져들기도 하고, 영화를 보면서 그 주인공의 힘듦과 고통에 감정이입을 하기도 하고, 그 결말이 해피엔딩이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다. 

'그래 나도 저 주인공처럼 다시 행복해진 날이 오겠지.'

결론적으로 보면 시간이 흐르면 외로움과 힘듦도 무뎌지고 잊혀지고 다시 살아가게 된다. 모든 일은 어쩌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우연히 노래 한곡을 듣고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내가 힘들 때 내 옆에 있어주겠다는 그 말, 괜찮다며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는 그 위로, 나를 위해 기꺼이 힘이 되어 주겠다는 그 말들이 무조건적 위로가 되었다. 물론 노래하는 이가 말하듯 감정을 호소하는 가창력도 한몫을 했겠지만, 나도 스스로 몰랐던 내가 듣고 싶었던 위로가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해 주었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터뜨렸으리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방식이 이랬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나는 내가 힘들 때 나의 힘듦은 함께해줄 수 있고, 상대가 힘들 때 그 힘듦을 공유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랑 방식이 좋다. 내가 넘어졌을 때, 나를 일으켜주는 것보다 같이 넘어져주는 상대를 원한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이야기해 보자면 'F'의 성향이다. 개인의 성향이 'F'와 'T'에 따라 힘든 시기를 대처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한다. 사랑에 대해 내가 추구하는 방식은 'F'에 가깝다. 


잠시 MBTI에 대해 설명하자면, Thinking의 'T' 성향은 결과를 중시하며 옳고 그름으로 판단을 하고, Feeling의 'F'는 감정을 중시하여 좋고 나쁨으로 구분을 한다고 한다.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으로 생각해도 비슷할 것 같다. 'T'의 성향을 가진 분들은, 상대와 힘듦을 공유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혼자 해결하고 이후에 결론만 통보하는 방향을 추구한다고 한다. 난 상대가 이렇다고 하면 오히려 선을 긋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F' 성향인 나는 그저 위로 받음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내가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해결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힘을 주어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내 편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어차피 문제는 당사자만 해결할 수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있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그런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면 세상 살아하는 데 두려울게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난 상대가 힘들 때, 그 힘듦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아량을 지녔는가? 사람은 힘들 때 본심이나 진심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을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며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사람도 있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이 표현들이 잘못됐기는 하지만 '나 지금 극도로 힘들어'라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사람인지라 힘들면 짜증이 나면 그 짜증은 꼭 내가 편한 사람에게 표출된다. 아이러니하게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편하다는 이유로 막대해질 때가 있다. 혹은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들에게 가서 터질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기 때문에, '나 지금 너무 힘들어'라는 대화보다는 이런 극한의 부정적 표현을 표출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상대가 이런 표출을 할 때 나는 그 행동에 대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지금 많이 힘들구나.' 하면서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아직 덕이 부족한 것 같다.


요즘 큰 아이가 굉장히 짜증을 많이 낸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아이가 짜증을 낼 때면 나도 참다가도 결국 화를 내면서 끝이 난다. 강자의 호통 한 번으로 끝내는 강압적인 결말이다. 이렇게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부정적 표출에 대해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가 없는데, 부부 사이는 더 어렵지 않을까. 이 또한 내가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내가 사랑받기를 너무나 간절히 원하지만, 내가 먼저 사랑하는 법을 연습해야 할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야겠다.


보태기 : 

나와 비슷한 성향에, 지금의 삶이 지치고 힘들고 외롭다고 느껴지신다면. 선우정아 님의 도망가자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유튜브 영상에 보시면, 바라던 바다 채널에서 했던 라이브를 추천드립니다. 파도소리로 시작하는 그 영상 조회수에 제지분이 상당히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