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브리즈번에서 두 곳의 숙소에 머물렀다. 한 곳은 Central station(중앙역) 근처이고 다른 한 곳은 야시장으로 유명한 Eat steet 근처 해밀턴이다. Central statation(중앙역)에서 묶는 동안 기차를 타고 론 파인 보호구역에 다녀왔고, 해밀턴에 묶는 동안에는 Queen's street에 오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했다. Queen's street는 브리즈번의 번화가로, Central station(중앙역)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지리적 정보가 조금 더 빨리 습득됐다면 Central station(중앙역)에 묶을 때 Queen's street를 다녀왔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뭐 여행을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니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다. 이것도 뭐 경험이지.
에피소드 2. 창 밖을 보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
아이가 호텔 창밖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행복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진심으로 즐거워 보인다. 그런 딸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문득 일상에서는 이런 순간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에게 잔소리하느라, 해야 할 일을 끝내기 위해 야근하느라, 그 와중에 친구들과 수다 떨며 내 스트레스를 푸느라 진정한 행복한 순간을 흘려보냈던 것이 아니었을까? 순간 여행이 주는 여유가 내 삶의 진정한 행복과 의미를 일깨워 준다. 아이가 행복하고 그 모습을 보는 내 얼굴에서 아주 분명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 순간을 잊지 말자.
딸아, 엄마는 일상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네 덕분에 행복해. 엄마에게 와주어 고맙다.
에피소드 3. 2주간 여행의 짐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2주간의 여행짐은 언제나 정리가 안된다. 아이들 수영복, 구명조끼, 스노클링 물안경, 즉석밥과 김가루, 옷, 텀블러, 세안도구가 호텔방에 정신이 없어 너부러져있다. 틈틈이 정리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너저분하기 마련이다. 엄마가 힘들어하는걸 눈치챘는지 갑자기 깔끔하게 책상을 정리해 둔 딸아이. 그 아이의 작은 수고가 작은 위로가 되어 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넌 우리 가족에 기여할 줄 아는 정말 멋진 아이야.
에피소드 4. 험난했던 탕갈루마 리조트 가는 길
해외에 나오면 구글맵이 그렇게 유용할 수가 없다. 버스 노선 안내와 내리는 역 알림 기능도 있고 걸어서 길 찾기에 최적화되어있다. 하지만 그 걸어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 한 지의 여부는 알 수가 없다.
탕갈루마로 가는 날, 아이들의 걸음걸이를 고려하여 12시 30분 즈음 배를 예약하고 10시에 호텔에서 나왔다. Central station에서 탕갈루마 여객선 터미널까지 가는 길은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도보 25분의 거리다. 25분이 좀 길기는 하지만 워낙 걸어 다니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대형캐리어 하나와 소형캐리어 두 개를 손에 들고 힘차게 출발했다. 순조롭게 버스를 갈아타고 버스에서 내려 구글맵을 켰다. 큰 대로를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를 이용하려면 조금 돌아가야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무단횡단이 불법이 아닌 나라가 종종 있기에 해외에 나오면 용감하게 무단횡단을 해보곤 한다. 하지만 워낙 큰 대로이기도 하고 덤프트럭들이 많이 돌아다녀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로 건너기 위해 조금 돌아갔다.
길을 따라가면 분명 여객터미널이 나와야 하는데, 웬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들과 주차되어 있는 덤프트럭만 보인다. 도대체 이런 분위기에 여객 터미널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게다가 인도는 죄다 잔디밭이다. 캐리어를 도통 끌고 갈 수가 없다. 결국 차도로 내려와 그르렁 소리를 내며 내달리던 대형 캐리어의 바퀴가 부서졌다. 이건 부정의 신호인가, 마음이 다급해진다. 여기가 아니면 어쩌지? 이렇게 헤매다가 배가 떠나면 어쩌지? 전화를 해봐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아이들과 남편을 뒤로 한채, 소형 캐리어 두 대를 끌고 냅다 달린다. 저 멀리 배가 보인다. 다행히도 구글맵이 가리키던 그곳에 목적지가 있었다. 휴우, 탑승시간 20분을 남겨두고 무사히 배에 올랐다. 구글맵을 의심하게 된 것은 송구하옵지만,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택시를 탈 것이다.
에피소드 5. 해외에서 다치다.
시드니 시내 공원의 분수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던 아이가 아프다며 내게로 왔다. 엄지발가락 바깥쪽의 살이 어디에 베였는지 벌어져 피가 난다. 해외에서 병원에 가본 기억은 드물다. 아픔의 정도나 어디가 아픈지를 영어로 설명하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불꽃놀이 행사를 위해 곳곳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어 남편이 딸아이의 발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가더니 손에 밴드를 가지고 돌아왔다. 처음에 당황하여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였는데 어딜 가도 살 수는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노는 것이 행복했던 아이는 밴드를 붙이고 또 뛰어놀았다. 상처가 덧날까 걱정하는 엄마 마음을 알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