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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Jun 22. 2023

호주의 놀이터, 그리고 출산율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나라, 호주 퀸즐랜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임신을 했을 때, 버스/지하철/길거리에 이렇게 임산부가 많았는지 몰랐다. 이상하게 임산부의 배만 눈에 띄게 확대되어 보이고, 혹여나 임산부 배지를 달고 있는 가방을 보면 마치 그 부분만 핀조명을 받은 듯 또렷하게 보인다.


내가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그 또래의 아이들이 보인다. 유모차를 타고 다닐 적에는 유모차만 보이고,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이 유독 자주 보인다. 아무래도 나의 관심사가, 나의 뇌구조가 그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퀸즐랜드를 여행하다 보니 '여기는 아이를 키우기에 괜찮은 도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 친화적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탕갈루마 리조트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Kids menu'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호주 물가치고는 적당한 가격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스테이크나 커틀렛과 같은 메인 메뉴가 적당한 채소, 감자튀김과 함께 제공된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 기준으로 적정하고, 미취학 작은 아이 기준으로는 양이 많다. 그래서 남은 음식은 포장해 가거나 배고픈 어른의 몫으로 돌아간다. 탕갈루마 리조트뿐 아니라, 골드코스트나 브리즈번 식당에서도 'Kids menu'는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현재 신도시에 산다. 보통 신도시는 20~30대 신혼부부들이 터를 잡고 아이를 낳으면서 정착한다. 그래서 신도시의 초등학교는 교실이 부족하여 증축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신도시에서는 식당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메뉴가 필수적이다. 어른들을 위한 아귀찜/매운탕 집에도 돈가스가 추가 메뉴로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많은 공간은 'Kids menu'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왜 퀸즐랜드의 식당들은 대부분 'Kids menu'를 구비해 놓았을까? 우연적으로 우리가 가는 곳이 주로 아이들과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퀸즐랜드는 아이를 키우기 적합한 곳일까?


탕갈루마 리조트에서 온종일 휴식을 취한 후, 골드코스트에 와서 해변을 산책하다가 굉장히 큰 놀이터를 발견했다. 면적으로 치면 우리나라 놀이터의 2~3배는 될 것이고, 놀이터 구조도 굉장히 색 다르다. 새로운 놀이터에 와서 그런지 아이들은 신이 난다. 놀이터가 넓어 밀집도가 높지 않아 순서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롭다. 우리나라 놀이터의 그네가 보통 2개라면, 여기는 기본 4개다. 게다가 기본 그네 외에 회전 그네, 긴 동아줄 끝에 달린 그물에 올라타는 공중 그네까지 다양한 놀이시설이 아이들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놀이터 전용 화장실이 있고 벤치나 앉아서 피크닉 할 수 있는 테이블도 많다. 쓰레기통도 널찍하니 잘 구비되어 있다. 골드코스트는 서퍼들을 위한 바다로 유명한 것으로 아는데 왜 이런 놀이터가 잘 구비되어 있을까?


탕갈루마 리조트에서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이 보였다. 저녁이 되면 Resort Center에서 요일별 행사를 하는데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참석자들도 대부분 가족단위다. 탕갈루마가 가족단위의 관광객을 위한 곳이라 가정하여 배제하고 생각하더라고, 퀸즐랜드에서 숙소를 정할 때 기준인원 4인의 방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호텔은 기준인원 2인 객실이 주로 배정되어 있고, 어쩌다 추가 2인이 가능한 객실이 있더라도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 하지만 퀸즐랜드에서 숙소를 구할 때는 4인 기준으로 된 객실을 어렵지 않게, 비싸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가끔 호텔 복도를 거닐다 보면 우리 아이들보다 큰 청소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도 많이 보였다. 그 정도로 공간은 충분하다. 게다가 방에는 대부분 옆방과 연결하는 문이 있어 4인 이상의 대가족이 묶더라도 어렵지 않게 공간을 연결할 수 있다. 이곳은 어쩌면 호텔 대부분이 4인 기준으로 설계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호텔이 영아기의 아이랑만 투숙이 가능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골드코스트뿐 아니라, 브리즈번에 와서도 우리는 구글맵에서 'Playground'를 검색하여 탐방을 다녔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항상 놀이터가 있었고, 이는 번잡한 브리즈번 시내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곽에 상관없이 존재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이곳에서 사는 현지인 흉내를 내보았다. 근처 'Subway'에서 샌드위치를 사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점심 피크닉을 주로 놀이터에서 보냈다. 놀이터도 동일한 구성이 하나도 없고 신기한 것투성이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빈 놀이터는 많지 않고 항상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문득 궁금해졌다. 4인 가족 구성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식당에는 아이들 메뉴가 존재하고, 놀이터에 항상 아이들이 놀고있는 이곳의 출산율은 얼마일까?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 그에 반해 호주의 출산율은 1.5~6명. 우리나라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전 세계적 경제강국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호주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음에 심각성을 표하는 기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두 배의 출산율을 자랑하는 호주도 심각하다는데 우리나라는 어찌해야 할지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2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내가 호주에서 느꼈던 것들은 현재의 정책이 아니라 문화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좋은 환경과 시민 문화가 이곳저곳 녹아들어 관광객인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물론 호주도 더 높은 출산율을 위해 많은 정책들을 펴고 있을 테고, 실거주민이 아닌 관광객으로서 나는 그들의 정책에 대한 부분은 느끼는데 한계가 있다. 또 과거의 정책이 실효성을 발휘해 현재의 문화로 녹아들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10년 동안 눈이 부시게 나아지고는 있고 희망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현실이 버거운 워킹맘으로서 부러웠다. 아이를 키운 다는 것은 마을 전체가 함께해야 한다는 그 의미를 여기서 깨닫는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그들의 문화가 부럽다. 이 참에 이민이나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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