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운 목표, 스키를 배우자

오스트리아 첫 여행을 시작하다, im Bad Gastein

by 윤마마

예정된 대로 오스트리아에 도착하여 거주 등록을 하고 최종 비자를 위한 서류 및 지문 등록을 마쳤다. 일주일 후면 거주 허가에 대한 VISA가 나오고 그날부터 나는 출근을 하게 된다. 12월 말이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유럽과 미국은 긴 휴가를 가진다. 난 이 휴가가 선택사항이 될 줄 알았는데, 회사가 전부 문을 닫기 때문에 규정상 모든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할 수 없다. 집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건 본인 선택이지만, 나는 아직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VPN이 준비되지 않았다. 인사 담당자의 친절에 의해 나는 이미 휴가 승인이 완료된 후였고 2주간의 긴 휴가를 갖게 되었다. 출근을 위해 기차표 한 달권을 끊었는데 아쉽게도 2주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는 2주간의 휴가를 위해 철저한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회사 직속 상사에게 미리 먼저 이야기를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정리해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정된 날짜에 맞게 모든 여행 준비를 끝내야 한다. 특별한 일, 이사나 결혼 준비와 같은 일이 있지 않는 한 집에서 2주간의 휴가를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나 2주 정도의 정말 보기 드문 휴가를 가게 되면 보통은 평소에 가보지 못하는 먼 해외를 생각하곤 한다. 나는 초반 생활 및 업무 셋팅 때문에 도저히 여행 계획을 세울 수가 없어, 남편에게 연말 여행을 맡겼다. 나는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북유럽에 가자고 제안했지만, 남편이 알아본 결과 극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은 하루 숙박이 100만 원을 웃돌았다. 항공권 역시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아봤지만, 모두 비슷한 비용이 들었다. 유럽의 모든 사람들이 쉬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여행지를 알아보는, 휴가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은 이미 모든 유명 여행지가 예약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 비쌀 수밖에 없다.

멀리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금전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에 우리는 오스트리아 내에서 여행할 곳을 찾았다. 겨울이니 눈이 많이 오는 알프스 산맥 쪽으로 알아보다가 Bad Gastein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간 눈구경을 하러 우리는 Bad Gastein으로 떠난다.


크리스마스 할인을 빌미로 아이들과 남편은 눈에 젖지 않을 털장화를 마련했다. 나는 이미 한참 전에 유행했던 어그부츠가 있었고, 해상 운송을 통해 오고 있었기에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일단 운동화로 버텨보기로 했다. 호텔을 예약하고 기차표를 예매하고 아주 간단한 짐만 챙겨 배낭에 메고 여행을 떠났다.


휴가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스트리아 운전 면허증 교환을 위해 필요한 신체검사를 미리 예약해 뒀다. 오전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오후에 바로 기차를 탔다. 우리가 있는 린츠를 조금 벗어나니 눈이 보였다. 낮이 짧은 겨울의 유럽이 아쉽게도, 기차를 타고 창밖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짧았다. 첫 번째 기차를 갈아탈 때 즈음 어둑어둑 해가 졌고, 두 번째 기차를 갈아탈 때 즈음 정말 컴컴한 밤이 되었다. 이곳의 기차는 환승 시간을 고려하여 주요 노선은 주요 기차역에서 어느 정도 정차하는 시간이 있다. 만약 환승을 할 때 기존 기차가 지연되면 다음 기차가 역에서 시간을 두고 기다려 준다. 기차 지연으로 인해 다음 환승 기차를 놓칠 일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다. 우리가 탄 두 번째 열차도 지연이 되었고, 다행히 다음 열차의 출발 시간도 늦어졌다. 기차를 갈아탈수록 어둠은 깊어졌고 우리가 있는 위치/고도는 점점 높아졌다. 기차 창밖으로 옹기종기 아랫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마지막인 Bad Gastein 역에 도착했을 때, 길가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종종 스키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다. 우리는 기차역에서 내려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린츠에서는 볼 수 없는 눈이 사방에 펼쳐졌고, 아무도 밟지 않는 새하얀 눈을 차지하고 싶은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어른 걸음으로 15분이면 올 거리를 30분이 지나도 도착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주위에 눈이 있다는 것에 흥분해 있었다. 역시 오길 잘했다.


눈위에 아이들 손자국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아침뿐만 아니라 독특하게 저녁까지 제공되는 곳이다.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니 저녁 식사로 어떤 메뉴를 선택할 것인지를 체크하는 종이가 주어졌다. 매일 저녁은 두 가지 종류의 음식이 마련되어 있었다. 메인 요리 앞뒤로 수프와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제공되었다. 대부분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머리 아프게 메뉴 공부할 필요 없이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게 되니 굉장히 만족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여행을 하면서 인지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오후부터 26일 성 슈테판의 날까지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저녁식사까지 포함하여 예약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휴일에 문을 연 식당을 찾아 힘들게 돌아다녀야 했을 것이다. 사실 마트도 문을 열지 않아 우리는 물을 사 먹지 못하고 결국 수돗물을 끓여 먹었다. 스키 렌털샵도 24일 일찍 문은 닫아 미리 장비를 대여하지 못했다.


동네 순찰하다 들른 식당.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듯 곳곳에는 유명인 방문 사진이 걸려있었다.


Bad Gastein에 도착한 다음 날,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는 작은 마을을 돌아보았다. Bad Gastein의 Bad는 Bath라는 뜻으로, 물이 좋은 동네란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대왕이 요양했다는 초정 약수 같은 곳이겠지. 물도 좋은데 높은 고지대에 있어 눈도 많은 곳이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마을을 이곳저곳 기웃되며 호텔과 호텔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본다. 여행지라 그런지 호텔이 정말 많다. 청명한 날씨의 파란 하늘과 새하얀 눈이 이루는 장관, 그리고 절벽에 붙어있는 것 같은 호텔들이 내 기분을 한껏 달아오르게 한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키는 절벽 호텔, 그리고 폭포

관광만을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당일 날, 스키를 배우기로 했다. 물론 우리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스키를 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장비를 예약하고 스키 레슨을 예약하고 아침 일찍 서둘렀지만, 결국 30분 정도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돼버렸다. 게다가 나는 옷까지 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방문한 스키 렌털샵은 옷을 대여해주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청바지를 입고 스키를 타게 생겼다. 오랜만에 신은 스키 부츠는 너무 불편했다. 아주 아주 먼 옛날, 대학생 때 한번 스키를 배운 적이 있고 그 이후로는 주욱 보드를 탔었는데, 개인적으로 보드가 너무 위험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는 스키를 나을 것 같다.


우리를 가르쳐준 스키 선생님은 덴마크에서 온 세바스찬이다. 스키 시즌이면 이곳에 와서 스키 강습을 한다고 했다. 덴마크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와서 이곳에서 스키를 즐긴다고 한다. 우리는 스키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스키를 신고 뛰어보고 움직여보고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을 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넘어져서 잘 일어서지도 못하고 컨베어 벨트를 타고 올라가기 위한 작은 언덕을 오르기도 어려워했지만, 곧 적응하고 익숙해졌다. 오전 내내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법, 멈추는 법, 방향을 전환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곤돌라를 타고 중간까지 올라가 점심을 함께 했다. 넓은 스키 슬로프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스키를 즐긴다. 파란 하늘과 하얀 눈, 그리고 쏟아지는 햇살은 절경을 이룬다. 스키 리조트에서 파는 음식은 예상했듯이 그럭저럭 별 볼 일 없지만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이 그 맛을 상승시킨다. 이곳에 와서 나는 2년 동안 스키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름다운 풍경이 동기부여가 되었나 보다. 하루에 4시간 스키를 타고나니 몸도 마음도 지친다. 스키 부츠를 신고 걷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결국 종아리에 물집이 생겼다. 다행히 아이들은 스키가 재밌단다. 재밌으면 됐다. 다음에 또 배우면 실력은 금방 늘 것이다.


점심을 먹었던 Stubnerkogel의 middle station


다음날은 세바스찬이 추천해 준 SportGastein에 올라갔다. 버스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올라 Goldbergbahn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곤돌라를 탈 수 있다. 강원도 백암사를 가기 위해 절벽 사이를 오르는 버스와 같이 이곳의 산도 가파르기 그지없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 해발 2700m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크로이츠 코겔, kreuzkogel이다. 360도로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다. 이 높은 산맥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신나게 내려간다. 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 한국에서 스키를 못 배워온 게 한이 된다. 2년 안에 이곳에서 멋지게 스키를 타리라.


Kreuzkogel 정상 파노라마

아이들은 절벽 위에서 무서우면서도 눈을 가지고 노는 그 순간이 재밌나 보다. 뭐가 좋은지 까르르까르르, 옷이 눈에 젖거나 말거나 춥지도 않은지 계속 눈밭을 뒹군다. 하루 종일 눈과 놀다가 집에 돌아가는 그 시간이 아쉽다. 다음에는 곤돌라가 아닌 스키를 타고 내려와야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 물론 겨울 한정이지만.


호텔 식당에사 바라본 놀이터. 우리가 머문동안 이 놀이터의 눈은 초토화가 되었다.


보태기1 : 이번 시즌 날씨가 따뜻하여 눈이 부족한 관계로 가스타인 동네 봉우리 중 하나인 Graukogel은 폐쇄되었다. 지구는 확실히 녹고 있다.


보태기2 : 동료들에게 2주 휴가동안 뭐 했냐고 물어보니 99% 집에서 쉬었단다. 이 기간은 비싸고 춥고 크리스마스이고 그냥 가족들을 만나는 우리네 추석, 설 명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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