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핑계 삼아 떠나는 배구 기행
연습경기하면 기존에는 시즌을 준비하는 팀이나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결과나 에피소드 등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공개 연습게임을 진행하면서부터는 팬들이 직접 변화된 선수층이나 팀의 전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달랐고, 컵대회 전 오랜만에 선수들이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소중한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연습게임답게 더 많은 배구팬들을 위해서 연습게임을 연고지가 없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컵대회도 같은 맥락에서 연고지가 없는 지역에서 많이 진행하기도 했다.) 덕분에 반은 배구를 핑계 삼아, 반은 휴가를 핑계 삼아 배구 기행을 떠나게 되었다.
연습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펼치기 전 간단하게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경기가 있다. V리그에는 V-Classic match(V클래식 매치)라 불리는 경기가 있다. 바로 실업시절부터 오랜 시간 라이벌로 리그를 호령했던 두 팀 삼성과 현대 두 팀의 경기를 V클래식 매치라 부르는데, 1~2위를 다투던(지금은 먼 이야기) 두 팀은 가깝고도 먼, 친하면서도 승부에서는 매서운 팀인데 이 V클래식 매치를 여름에 Pre V-Classic match라는 이름으로 공개연습게임을 열게 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진행된 연습경기 일정에 부랴부랴 휴가를 핑계 삼아 떠났었던 홍천에서의 그 뜨거웠던 여름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연습게임 중 홍천에서의 그 여름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공개된 연습게임 중 첫 번째였다는 점. 의도치 않게 우리가 경기를 보게 될 선수들과 같은 숙소를 써서 웃겼다는 점.(그들은 경기장에 뛰러 가고 우리는 보러 가고...) 배구도 배구였지만 춘천까지 건너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점.
7월 23일에 보도자료로 알게 되어 27~28일에 열리는 연습경기를 보기 위해 급하게 경기장 위치 확인하고 교통편 예약하고, 숙소 예약을 했어야 했는데(거리가 있다 보니 2박 3일 일정으로 잡아버렸다. 정말 졸지에 잡힌 여름휴가가 돼버렸다.) 홍천에서는 당시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가 진행되어서 어지간한 숙소들은 단체 예약이 꽉 찬 상태. 전화를 돌리고 돌리며 '연박을 할 테니 남는 방 하나만 있으면 말해주세요오오ㅠㅠㅠ' 사정을 한 끝에 단체 예약이 있지만 방 1개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겨우 예약을 했었다.(사실 모텔이나 대실을 하는 장급은 많았지만 이왕 묵는 것, 또 여자들끼리 가는 일정이다 보니 조금 안전한 숙소에서 묵고 싶었다. TMI를 덧붙이자면 가족단위로 묵을 수 있는 숙박업소를 찾아보면 제법 괜찮은 숙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숙소는 대부분 묵기 전 무료 취소가 되니 일단 숙소부터 예약을 해야 합니다. 나중에는 못 잡아요.) 고속버스를 타고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정말 옛 느낌이 물씬 나는, 로터리가 있는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터덜터덜 걸어서 도착했는데 익숙한 선수단의 버스가 정말 코앞에. 알고 보니 그 단체손님이 바로 상대팀인 현대 선수들이었다는 사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 눈이 가고, 수시로 경기장에서 보던 익숙한(?) 낯이어서인지 그들도 쳐다보는 듯했다.
같은 시간에 나와서 그들은 구단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우리는 택시를 타고 경기장으로 가서 경기를 뛰고 보는 아이러니함. 이왕이면 우리 팀이었으면 하는 살짝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의 웃긴 포인트였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연습경기 이기는 하나, 공개 게임이기도 하고 좌석이 고정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기장에서도 뭔가 날것의 느낌이 나서 재미있었다.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은 했지만 정식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바닥의 코트 테이핑도 혼재가 되어있었고, 오랜만에 2층에서 경기를 보려니(그러면 안되지만 세트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고정된 자리에서 앉아서 보는 동네 주민 분들께는 정말 죄송했다,) 의자에 적응이 안돼서 허리와 엉덩이가 어찌나 아프던지. 흔치 않게 연습복을 입은 선수들을 보는 것도 신선했고, 중계도 비디오 판독도 없이 심판 시그널만 보면서 마치 대학리그를 보는 느낌으로 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그 와중에 각 팀들의 팬들(그래, 오는 이들은 어디서 경기를 하든지 꼭 온다. 서로를 마치 '쟤들 또 왔네'의 눈빛으로 바라볼 뿐.)은 여전한 위치에서 여전한 음성으로 응원을 하기도 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선수들과의 시간에 벅차기도 했다. 보통 연습경기는 시즌 때의 3세트 우선 획득이 아닌 풀세트 경기로 스코어만 체크한다.(5세트까지 풀로 진행을 하고 그 이후에 세트스코어로 승패가 갈리기는 하지만 사실상 여기서 이기고 지는 건 큰 의미는 없는 듯한다.) 주전-비주전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선수들이 기용이 되며, 오히려 부상이나 재활 등의 이유로 늘 뛰던 주전 선수들보다는 비주전 선수들이나 어린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는 숙소에 돌아와 나름 여름휴가도 겸했기 때문에 치킨도 포장해다 먹고 한잔 하기도 하고, 다음날에는 홍천에서 춘천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닭갈비와 핫한 카페까지 찍고 전국몇대 빵집에 든다는 곳에서 빵 쇼핑까지 야무지게 하고 돌아왔다. 경기장 가기 전에는 숙소의 컴퓨터로 VNL 중계까지 봤으니 진정한 배구인이 아닐 수 없다. 정말 배구만 보러 갔다고 하면 너무 그 거리를 달려간 시간이 아까웠다. 우리는 쉴 수 없었다. 덥지만 멈출 수 없었고 야무지게 돌아다니면서 휴가를 즐기고는 저녁에 되면 다시 경기장으로 달려가 보고 싶었던 경기를 만끽하면서 2박 3일을 여유 있게 만끽했다. 우리의 휴가를 기념하는 듯(사실은 유소년 클럽대회나 해당 지역의 지역행사가 있었던 듯하다.) 마지막 날 밤에는 갑작스러운 불꽃놀이까지 펼쳐졌으니 이 얼마나 스펙터클하면서도 버라이어티 했던 일정이었는지. 늘 보던 지역 연고의 그곳이 아닌 타지에서 만나니, 또 시즌 준비를 하며 너무나도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선수들도 스태프들도 너무나 반가워했고 전우애(?)가 깊어지는 듯 애틋한 마음이 서로에게 들더라. 예기치 못한 만남은 반가움이 더 커지더라는 사실. 곧 앞둔 팀별 팬미팅과 컵대회까지 코로나 이전은 정말 행복한 여름이었다. 코로나야, 우리의 뜨거운 여름 돌려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