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아이들은 조금 의견이 다르거나 오해를 하면 싸우기 쉽다. 정말 사소한 일인데도 폭발하기 쉽다.
감정으로도 싸우고, 심하게는 주먹으로 상대를 때려 신체적 상해를 입힌다.
이런 일들이 왜 생겨날까? 학창 시절의 경험을 비춰 생각을 해보면 딱히 큰 이유는 없었던 거 같았다. 궁금하여 조금 더 정확한 이유를 찾고자 워낙 경험이 없던 나는 알 길이 없었다.
체육수업 중 갑자기 아이 둘이 으르렁 싸운다. 주먹이 날아기기 직전이다. 서로에게 욕을 하며 성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걸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급해지기 시작한다.
주먹다짐까지는 아니었지만, 조금만 늦게 다가갔다면 서로 주먹이 오갔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둘이 잠시 떨어져 5분간 안정을 취한 다음 선생님하고 얘기하자.
엄하게 다그쳤다.
문득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났다. 가장 먼저 서로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으니 안전하게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두 아이가 서로 "저 녀석이 먼저 때렸다."며 목청을 높인다. 나는 그렇게 화난 아이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조금만 이따가 얘기할 거니까, 숨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차분히 마음 좀 가라앉히자"며 말했다.
그렇게 5분이 흐르고, 한 명씩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결과는 서로 오해로 인한 싸움이다. 친구가 공을 던져주다가 잘못 던져 상대편의 친구가 맞았다. 맞은 아이는 공을 던진 아이가 일부로 그랬다며 화가 난 것이다.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니 아이들의 마음도 좀 가라앉고 오해도 풀었다.
"둘은 이따가 밥 먹고 1시에 선생님 연구실로 와. 어딘지 알지?"라고 말하며 상황을 마무리했다.
시간에 맞춰 둘이 쭈뼛쭈뼛 들어온다.(내 연구실이 그렇게 무섭더냐)
나는 연구실에 아이들이 오면 초콜릿 하나씩 줬다. 먹으면 마음의 벽도 조금은 낮춰지는 효과가 있었다.
"밥 먹었니? 둘이 아직도 좀 기분 안 좋니?"라고 물었다.
둘은 이제 괜찮다며 멋쩍게 웃었다. 서로를 보며 붉어지는 얼굴을 보며 너무 대견스러웠다.
오해를 풀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 위하여 다시 한번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들어주고 나니 정말 큰일도 아니었고, 사소한 오해로 일어난 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아이들을 다독이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도 커피 한잔으로 몸을 좀 녹였다.
참 다행이었다. 싸워도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그런 모습, 둘이 화해하는 모습에 너무 뿌듯했다.
바람이 너무나 차갑다. 콧등이 시리고, 콧물도 훌쩍훌쩍. 정말 추워지는 거 보니까 학기가 끝나간다.
한 아이가 지나가며 내게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선생님. 저번에 그 일 있잖아요.. 공 던지기요.
그때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뭐가? 어떤 일이었지?" 싸우고 다투는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다 보니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지난번에 공 던지기 하다가 싸운 거요."
"아아, 그거 그거! 맞다. 지금은 괜찮니? 서로 어떻게 지내고 있어?"
"그럭저럭.. 친한 친구였음에도 진짜 너무 화가 나서 때리고 싶었거든요. 선생님 덕분에 잘 참을 수 있었어요."
"그럴 수 있어. 선생님도 친한 친구가 말 안 이쁘게 하면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많아."
"어른들도 그래요?"
"암만, 그렇고 말고. 참는 거야. 그리고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기쁘네. 둘이 문제없이 잘 지내면 그거보다 좋은 게 어디 있어. 다행이다. 즐거운 방학 보내는 거 잊지 말고!"
배시시 웃으며 떠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쌀쌀한 겨울인데 전혀 쌀쌀하게 느껴지지 않고, 마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나를 비추듯 따뜻했다. 이렇게 한 학년이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다. 아이가 화가 난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고 사고는 순간에 일어난다. 사고가 나기 전에 충분히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면 사고로 이어지진 않고 마무리가 된다. 종종 아닌 일 들도 있고 속상할 따름이다.
사회생활이 처음인 아이들에게는 학교는 너무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다. 적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많은 규칙과 자신이 알고 있던 기존의 가정의 생활방식, 수많은 생각들이 서로 부딪혀 스파크가 안 일어날 수가 없는 것은 저명한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어디 터놓고 말할 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냥 단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는 건데, 그렇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누구한테 조언을 구해야 하는지조차 어렵다고 한다. 마땅히 조언을 구할 데도 없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