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에서 프러포즈

미안해 여보.

by 육작가

나는 대전에 놀러 가는 것을 워낙 좋아해 부모님이 계시는 여자 친구의 본가에 종종 갔다.

2018년 겨울, 그때 역시 아내의 본가인 대전에 놀러 갔다. 아버님, 어머님, 처남 그리고 여자 친구와 함께 식사하러 나갔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 후 차에서 내려 맑은 공기 마시며 대청호를 구경했다. 곧이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메뉴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처남이 운을 띄웠다.


형님, 언제 결혼하실 겁니까?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나는 내 옆에 앉은 여자 친구에게 물었다.

"언제 하고 싶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

"글쎄?"여자 친구는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도 웃으시면서 넘어갔다. 그때 그 자리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해가 지나 2019년 초, 다시 춥디 추운 서울에서 만났다. 아내의 회사 근처로 가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날도 춥고 하니 따끈한 것을 먹으면 속이 좀 따뜻해질까 싶어 우리 둘은 국밥집에 들렀다.


KakaoTalk_20201017_174135512.jpg 우리가 사랑한 국밥


지난 우리의 결혼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운을 띄웠다.


"우리 결혼할까?"

"응, 그런데 왜 국밥집에서 그 말을 하는 거야?"


이때까지 문제가 뭔지 몰랐다. 나는 단순히 결혼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 여기는 국밥집. 나도 나지만 참 대단했다.

보통 프러포즈라고 하면, 근사하게 차려도 부족한데 국밥집이라니. 아주 제대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 장소가 좀 그러네 미안해. 이따가 다시 이야기할까?

"푸하하하하, 괜찮아. 그래, 하자. 그런데 오빠 여기 국밥집, 하하하하하"


가게 안을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버렸다.

국밥집에서 뜻밖의 프러포즈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종종 아내와 국밥집에 들르면 참 몸도 마음도 훈훈하다며 이 이야기를 한다.






처남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었다. 아니 엄청나게 큰 공이었다. 이보다 더 큰 공이 있을까!


결혼할 때 다들 옆에서 부채질을 해줘야 결혼에 성공한다고 하는데, 그게 나와 아내의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안 했으면 정말 결혼을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후에 아내에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시기에 안 했으면 자기도 결혼 생각을 접었을 거라고 한다.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매일 든다.


매일 아내에게 자기 전에 하는 말로 마무리를 해본다.



오늘도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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