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 않게 이번 상반기는 나를 많이 소개하는 곳이 많았다. 그럴 때 마다 타인에게 명함처럼 들고 다니는 내 브런치 글 ' 내가 사회적 기업을 하려는 이유'를 보여주고는 했다. 돌아오는 말은 매번 같았다. '멋있으세요','신기해요'. 무안한 나머지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며 '맞아요, 제가 생각해도 제가 멋있어요' 하지만 사실 엄청 부끄럽다.
몇몇 나에 대해 더 궁금한 분들은 가끔씩 질문을 하시고는 하는데, '왜 사회적 기업을 그렇게 하고 싶어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요즘은 그냥 '태생이 원래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면서 답을 얼버무린다. 동시에 내가 드는 생각은 '그러게, 왜 나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지?' 라며 내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왜 그럴까
'사회적 기업은 외부불경제를 내재화합니다'. 이번 학기 서울대학교에서 교류수학하며 '사회적 기업의 창업'이라는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그에 덧붙여 교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은 ' 그렇기에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이 둘을 추구하는데 사회적 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라고 하셨다.
외부불경제는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부정적 외부효과' 이다. 이것은 한 사람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참으로 비이성적인 단체이다. 내 문제인 경우도 있겠지만, 내가 본 대부분 사회적 기업은 '내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 '남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이들이 더 많다. 더군다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기에 하나만 하기도 힘든거 두 개를 다 잘해야 하는 기업이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려고 할까?
루트임팩트 정경선 대표님의 세바시 강연 중 이런 말이 있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재벌 3세가 아니라 그저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내성적인 정경선으로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답부터 말하자면 본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생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지난 번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나 역시도 세상 그 누구도 그들 스스로가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그 세상을 위해서는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내 몸을 다 갈아넣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또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냐고.
<사일런스>라는 영화가 있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영화 초반부에 선교사들이 유황온천의 뜨거운 물로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다. 이 고문은 선교사들이 배교를 거부하고 자행한 것이다. 하나의 개인으로서 저 장면을 본다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배교의 증명이 너무나도 간단하기 때문인데 바로 예수의 상을 발로 밟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 간단한 것을 못하고 목숨과 바꾼 것이 그들에게는 '믿음'이었다. 순간 깨달았다. 사람이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믿음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세상에 어느 누구나 그들 스스로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믿는다. 혹자는 더 물어본다. 왜 그러한 세상이 와야 하냐고.
영화 <원더>는 안면기형장애를 가진 어기에 대한 얘기이다. 두 장면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1. 극 중 '어기'를 괴롭힌 '줄리안'이라는 아이가 교장실에 불려가게 되자 그의 부모는 '그들의 비위를 맞춰 살아가면서?'라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2. 어기는 영화 마지막 '헨리 위드 비처' 상을 받는데 수상 자격은 다음과 같다.
힘을 강한데 쓰지 않고 바르게 쓰며 그 힘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며 직접 본을 보인 훌륭한 사람
상을 받으러 가면서 어기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평생에 한 번은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내 친구들도 내 선생님들도 늘 곁에 있어주는 누나도 늘 웃음을 주는 아빠도 그리고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엄마는 특히나 더 박수받아 마땅하다.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개개인에게 달려있다. 난 단지 틀리다고 다른 사람들과 벽을 쌓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한 개개인이 서로가 박수를 쳐줄 수 있고 시선을 바꿀 줄 아는 세상이 더 바람직하다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박수를
내가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다며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얘기하면 다들 나를 교회에서 떠난 선교사마냥 쳐다보고는 한다. 사실 이 시선이 부담스러워 사회적 기업을 한다고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글로 써내보자면 사실 그렇게 다른 존재가 아니다.
사실 돈도 잘 안 벌리는 사회적 기업 하냐고 하면서, 착한 척 한다며 비꼬는 사람들도 있다. 정경선 대표님도 그걸 꼬집으셨다. 체인지 메이커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그런 무관심과 냉대라고. 부디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
아직 창업하지 않은 나보다 정말 사회적 기업을 이끌어가는 분들에게 박수 한 번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가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대단하다며 나를 선교사 취급하는 것 보다 부디 나와 같은 입장에서 한 번쯤은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P.S 자신이 믿는 세상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내 친구 L에게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