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을 건너는 중 #3

참새책방X지금의 세상

by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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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엄마들이 전하는 외로움과 고독, 위로

책방지기 엄마들은 지금 '엄마의 시간을 건너는 중'


06.04. 전투준비를 하고 있는 화요일 저녁.


현정씨,

현정씨네는 지금 뭐 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저는 오늘도 둠칫이 덕분에 눈물 한바탕 하고 겨우 잠들게 한 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어요. 8시에 수유 시간이니,

40분 정도 남았네요. 오늘도 24시간 대기모드입니다.


100일의 기적은… 전설이었나 봐요.

여전히 도리도리하며 눈을 질끈 감는 아기를 보며,

“기적은 아직 아니구나” 하고 웃어요.

기적을 기다리기보다 오늘을 버텨보자, 그렇게 다짐합니다.


현정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6년간의 막을 내린다.’

너무 슬프게 들렸어요.

하지만 인생의 막은 완전히 내려가진 않잖아요.

언젠가 다시 오르고, 걷히고, 또 다른 무대가 열리겠죠.

저도 그랬어요.


아기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어요.

그때 회사는 폐업을 앞두고 있었고, 저는 퇴사 통보를 받았죠.

몸도 마음도 힘들던 시기라 하루하루가 버티기였어요.

“공허함”이라는 단어가 전신을 지배하던 시절.

몸속의 생명은 자라는데,

나는 점점 텅 비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남편 권유로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놀이터처럼 꾸역꾸역 이어온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책방은 제게 ‘일터’라기보다 ‘숨 쉴 곳’이에요.

그래서 현정씨가 일터를 잃으며 느꼈던 상실감이 너무 공감됐어요.

나도 그랬으니까요.

‘소속감’이 곧 나의 정체성이라고 믿었거든요.

그게 사라지자, 이슬기라는 존재가 흔들렸어요.

지금은 알아요.


소속이 나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걸요.

남편은 가끔 저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해요.

수유텀, 수유량, 잠자는 시간까지

모두 컨트롤하려는 저를 보고 그랬죠.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베이비타임 어플’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예요.

그러다 보니 둠칫이의 하루가 곧 나의 일이 되어버렸고,

그걸 ‘잘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따라왔어요.

지금도 완전히 내려놓진 못했어요.

그래도 조금씩은 놓아보려 해요.

잠을 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푹 자는 것’이 중요하다.

그 말이 위로가 되더라구요.


방금도 글을 쓰다가 울음을 듣고 수유하러 다녀왔어요.

분유 60ml를 먹자마자 울어서 20ml를 더 줬더니,

너무 잘 먹어서 놀랐어요.

그런데 또 불안했어요.

‘너무 많이 먹은 건 아닐까?’

엄마의 마음은 늘 그렇게 복잡하네요.

첫 혼자 외출은 책방 북토크였어요.

남편이 “내가 볼게. 다녀와.” 해서 나갔지만,

너무 불안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두 번째 외출은 한의원에 가는 길이었어요.

임신 때 자주 다니던 길이라,

혼잣말로 “둠칫아, 엄마 왔어” 하다가 눈물이 났어요.

집에는 아기와 아빠가 있고,

나는 혼자 차를 몰고 병원에 간다는 게

왠지 모르게 이상했어요.

그때 비로소 풍경이 보였어요.

푸른 산, 반짝이는 강, 그리고 봄바람.

엑셀을 살짝 밟으면서 웃음이 났어요.

불과 몇 주 전, 배 속 아기에게 말을 걸며 걷던 그 길 위에서

이제는 ‘나’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이제 조금씩 제 일정을 찾아가보려 해요.

다음 주에는 다시 드럼 수업을 나가고,

둠칫이가 50일이 지나면 책방에도 함께 나가보려구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현정씨는 출산 전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때의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60일의 기적”이라니, 참 멋진 말이에요.

사실 매일매일이 기적인 것 같아요.

오늘은 둠칫이가 44일째 되는 날이에요.

울음을 달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너도 45일차 아기가 되려고 이렇게 힘든 거구나.”

그래서 오늘도 나와 아기가 함께

눈물과의 전투를 준비합니다.

오늘 밤도, 전투 시작이에요.




2024.06.09


슬기씨, 요즘 슬기씨 마음은 어떤가요?

저는 요 며칠 좀 울적했어요. 딱히 큰 이유는 없는데, 매일 아이를 보는 똑같은 하루가 제 자신을 지워버리는 것 같아요.

맞아요. 누군가는 이 순간이 귀하다고 하겠지요.

제가 갑자기 임신 사실을 알고 당황하고 힘들어했을 때, 많이 들었던 말이 있어요.


“요즘에 애 가지기도 힘들다는데, 복이야.”

이 말을 들으면 제 고민이 참 못된 것 같더라고요. 복덩이를 가지고 힘들어하다니!

문득문득 ‘어떻게, 무엇으로 복귀해야 하나.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를 짓눌러요.

최근엔 그런 날이 조금 더 많았네요.

지인들은 “당연히 잘 복귀할 거야, 걱정 마.”라며 위로를 해줘요.


임신 때도 지금도 늘 응원받고 위로받고 있지만,

사실 힘은 되지만 진짜 위로가 되지는 않아요.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공감’이더라고요.

“그래, 맞아. 그땐 그런 마음이지.”

이런 말 한마디가요. 그래서 그런가, 조금 외로운가 봅니다.

출산 전에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했어요.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도 “그러게, 채우야.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어요.

워낙 어려운 질문이긴 하지만, 저를 표현할 단어나 문장을 떠올리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자꾸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아니,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슬기씨는요? 슬기씨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딸기는 66일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통잠’이란 깨지 않고 쭉 자는 게 아니라, 새벽 수유를 하지 않고 자는 걸 말하더라고요.

갑자기 밤잠이 확 늘어 수유하지 않고 달래서 재우니 자더라고요!

새벽 수유에서 탈출한 것만으로도 어디인지!


조금은 여유가 생겨 남편과 육퇴 후 치킨을 시켜 먹었어요.

아이 생각이 크지 않았던 우리,

남편에게 “그래도 아이를 낳아보니 어때?” 하고 물었더니 놀라운 답을 하더라고요.

“그런 말이 딱이야. 한없이 예쁘다.”

남편이 ‘한없이 예쁘다’ 같은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요.

사실 아직 저는 체력도 떨어지고 지치고, 가끔은 울적한 하루들이라

한없이 예쁘단 생각을 못했어요.


아마 아이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같이 보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혹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들요.

새벽 수유는 끝났지만,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끝이 보이질 않네요.

어제는 한쪽 가슴만 직수를 거부해 심란해졌습니다.


편지를 쓰다 스르륵 잠들었다가 새벽에 다시 써요.

이제 곧 딸기가 깨면 다시 물려봐야 할 텐데, 또 자지러지게 울까 봐 겁이 납니다.

정말 수월하다가 어렵다가 하는 게 육아인가 봐요.

어제는 정말 힘든 하루였어요.


아이를 달래다가 문득 심장 소리가 궁금해 아이의 가슴에 귀를 대보았답니다.

늘 병원에서 듣던 심장 소리를 직접 들으니 꽤 뭉클하더라고요.

“이 심장 소리로 네가 내 뱃속에서 잘 있나 확인했어.”

힘들지만, 힘을 낼 수밖에 없는 소리였어요.


슬기씨도 한 번 들어보셔요.

그럼 슬기씨 마음도 잘 챙기시길 바라며,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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