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을 건너는 중#4

참새책방X지금의 세상

by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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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오늘따라 낮에도 잠만 자는 둠칫이를 바라보며,

요 며칠, 지난주쯤이었나… 조금 울적했어요.

‘육아엔 정답이 없다’, ‘엄마와 아이가 맞춰가는 거다’—다들 그렇게 말하지만, 저는 50일 된 둠칫이에게 자꾸 뭔가를 요구하더라구요.

“이맘땐 이렇게 해야지.”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지.”

그런 말들을 스스로에게 되뇌면서요.

요즘 둠칫이가 손을 입에 넣으려고 하는데 잘 안 되거든요. 그래서 울기도 하고, 자다가 깨기도 해요. 그 모습을 보니 제가 손을 대신 넣어주고 싶더라구요. 실제로 몇 번 넣어봤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더라구요ㅎㅎ

그리고 수면교육.

수면의식, 수면시간… 전부 맞춰야 한다며 혼자 강박처럼 달려드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 안 돼요.

이제 고작 50일 된 아긴데 말이죠.

아직은 아이가 하는 대로 맞춰줘야 할 때인데—

저는 벌써 다 큰 줄 알고 있었나 봐요.


육아는 정말 롱런이 맞아요.

길게, 멀리, 그러면서도 눈앞만 보면서 가야 마음이 좀 편해요.

사실 저는 초반에 ‘나’에 대한 생각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는 왜 이러고 있지?’

‘잘하고 있는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이지?’

그렇게 스스로를 끝없이 캐묻다가 지쳐버렸어요.

근데 요즘엔 마음을 조금 놓아보려 해요.

이 아이를 이렇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길어봤자 1년쯤이겠지 싶었거든요.

그 생각이 들자, 이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매일 여섯 번의 수유, 하루도 빠짐없이 해내고 있는 나 자신이 참 대견하기도 해요.


아직 통잠은 멀었어요. 어제는 새벽에 두 번이나 일어나서 수유했거든요ㅎㅎ

그래도 조금씩 변하겠죠. 그리고 “우리 아기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지우기로 했어요.

그냥 “우리 아기는 이렇구나.” 그게 더 편안하더라구요.

저는 불안이 많은가봐요. 그래서 늘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아요.

확실한 게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초기 육아가 특히 힘들었어요.

아무 데이터도, 정보도 없는 세상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어요.

남편은 저를 ‘물음표 살인마’라고 부르는데, 그 말이 웃기면서도 좀 찔렸어요ㅎㅎ

그렇지만 물음표를 품고 사는 것도 나쁘진 않죠.

몇 년 전 나를 표현하라는 과제를 했을 때, 저는 커다란 물음표 하나를 그려놓고 옆에 제 이름을 써놨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딱 제 모습이에요.


이하늬 배우가 이런 말을 했대요.

“내가 마흔이 넘었는데 아직 모르는 게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 말이 참 좋았어요.

우린 죽을 때까지 다 알 수 없잖아요.

내 마음조차도 매번 새로우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세상이 궁금한 나’를 그냥 받아들이려구요.

34년을 살아온 나도 모르는 게 이렇게 많은데,

50일 된 둠칫이는 얼마나 더 많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나더라구요.

요즘은 ‘왜’라는 질문을 잠깐 멈춰보려 해요.

대신 “아,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속상하구나.” 그냥 인정해버리기로 했어요.


정해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당신에게 먼저 공감하라.’

그 말을 요즘 실천해보려구요.

남편에게 공감받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나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준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어요. 머릿속으로는 늘 생각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다르게 행동하더라구요.

공감은 참 어렵죠.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며칠 전엔 새벽 수유 후에 잠이 안 왔어요.

아기가 숨 쉬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다가, 수면명상도 해봤는데 도통 잠이 안 오더라구요.

결국 한 시간 넘게 깨어 있다가 겨우 잠들었는데… 꿈을 꿨어요.

아기를 잃어버린 꿈이었어요.

미친 듯이 찾다가 울면서 깨어났는데,

옆 아기침대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어요.

‘아, 내가 정말 많이 불안하구나.’ 그리고 스스로 다독였어요.

“괜찮아. 불안해도 괜찮아.” 이제 겨우 50일 된 아기인데, 내가 괜히 너무 많은 걸 걱정했구나 싶었어요.

요즘 둠칫이 심장소리를 자주 들어요.

빨리 뛰다가도, 천천히 뛰다가도 그 리듬이 너무 귀여워요.

이 작은 몸 안에 얼마나 작은 심장이 있을까 싶어요.

많이 힘들고 답답한 시간들이지만,

우리, 뭐든 잘 해낼 거예요.

왜냐면,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왔으니까요.

그리고 현정씨 남편, 정말 스윗하네요. “한없이 예쁘다”는 말이라니!

남편은 그냥 “신기하다”밖에 안 하던데,

지금도 옆에서 자는 아기가 방귀를 뀌었는지 냄새가 나지만,

이 냄새조차 귀엽네요.

아직 제 팔뚝만 한 아이가 사람 다 된 것처럼 굴 때마다 웃음이 나요.


현정씨를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사실은… 저도 누군가에게 폭 안겨서

엉엉 울고 싶어요. 그럼 조금 시원해질까요?




슬기씨! 정말 무더운 여름이 왔네요. 그곳도 많이 더운가요?

슬기씨 편지를 읽으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히죽히죽 웃다가도, 마음이 찡해져서 눈물이 고이곤 해요.

그러게요. 저도 부정적인 감정에만 물음표를 붙였어요.

‘왜 우울할까?’, ‘왜 짜증이 날까?’

정말이지 긍정적인 감정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왜 행복할까?’, ‘무엇 때문에 즐거울까?’라는 질문은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네요.

이 작은 아이가 저에게 주는 기쁨과 행복이 분명 있을 텐데,

그 순간은 당연히 지나가고 힘들고 우울한 순간만 멈춰서 생각하니

더 힘들게 느껴졌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그런가 저도 꿈을 참 많이 꿨어요.

슬기씨도 그런 꿈을 꾸다니 너무 반갑(?)더라고요!

저도 아이 낳자마자 아이를 잃어버리는 꿈,

아이에게 젖을 물리지 못해서 안절부절하는 꿈을 꿨어요. 그것도 자주요.

특히 젖을 물리지 못하는 꿈을 많이 꿨는데,

그때마다 ‘내가 수유에 대한 부담감, 압박감, 책임감에 짓눌려 있나 보다’ 싶었어요.

역시 엄마가 된다는 건 참 어려운 길이에요!

슬기씨랑 저랑 성향이 비슷한가 봐요!

저도 시간에 대한 강박이 많아서 남편에게 한소리 들었거든요(ㅋㅋ).

그런데 점점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클수록 눈을 또랑또랑 뜨며 놀고 싶은 얼굴을 하고,

눈을 껌뻑껌뻑 하며 졸린 얼굴을 지으며 표현을 더 하더라고요.

어쨌거나 이 아이가 점점 또렷하게 ‘주체’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며

자연스레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우연히 유튜브에서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게 되었는데요,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엄마와 아이가 한 몸이었다가 분리되는 첫 번째 단계가 탯줄을 자르는 순간이고,

두 번째가 ‘이유’라고 해요.

젖먹이 아이가 젖을 떼는 시기, 즉 이유식을 할 때고

세 번째가 ‘걷기’래요.

걸음마를 하며 아이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고요.

이놈의 호르몬이 뭔지,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육아에서 중요한 건 ‘독립’인데

저의 강박이 때로는 통제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것이 아이의 독립을 방해하겠지요.

아이는 독립심을 키우고, 엄마는 내려놓음을 배우는 것이 육아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앞으로도 수십 번 고민하겠지요.

‘내가 하는 행동이, 말이 아이에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어느 때보다 더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나로서 살아감과 동시에 엄마로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민하다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예뻐요.


아! 나가고 싶습니다.

친구들이랑 놀고도 싶고, 술도 실컷 마시고 싶고, 영화도 보고,

카페에 가서 놀고도 싶어요!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다시 김현정이 불쑥 나와버리네요.


슬기씨의 하늘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부디 우리 오늘은 좋은 꿈을 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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