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책 제조법, 내 돈 내산 내 책
어린 나이에 나는 책을 2권 발매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스물한 살, 군대 가기 전 무언가라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 삶의 가치가 없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
올드팝, 샹송, 칸초네 나는 닥치는 대로 음악을 들었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재즈, 팝, 락, 디스코, 가스펠, 시티 팝, 뉴에이지 등 들리는 대로 듣다 보면 깊은 감동의 결과물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슬픔의 미학, 뻔한 권선징악의 스토리 또한 나름 재미있는 구조 덩어리이기에 가리지 않고 잡식했다.
그렇게 얻은 내 영감의 산물은 다이어리에 차곡차곡 쌓였고 언젠가는 책으로 발매하리라 생각했다.
당시 100권을 찍었다. 팔 물건도 아니고 더 할 수도 없었다. 인쇄소 최소단위가 100권이란다. 그리하여 감행하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물론 싱겁게 나눠주고, 누군가는 쉽게 버릴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책 들이었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온전히 내 작품이었다.
그 작품 속에는 내 부끄러운 첫사랑 이야기도 있었고, 나의 부끄러운 어린 시절도 있었다.
지금 나를 아는 누군가에게 책 2권을 출판했다고 하면 대단하다고 할 것이지만 나는 부끄러운 과거의 경험일 뿐이었다.
교정-그런 건 없었다. 첫 책에서는 책이라기보다는 내 수기를 복사한 책이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 시대였다. 지금이야 마이크로소프트니 한글이니 그런 프로그램 아니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인디자인)을 사용했겠지만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상고를 다니는 친구들은 가방처럼 생긴 타자기를 들고 다녔다. 나도 타자를 잘 쳤다면 아마도 타자로 인쇄된 글을 발매했을 것이다.
인쇄소에 내 원고를 들고 갔더니 인쇄소 아저씨는 좀 불편한 안색으로 마스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마스터 인쇄는 원고를 특수한 종이(마스터 페이퍼)로 옮긴 후 그것으로 복사를 하는 것이다. 1도로 할 거냐 2도로 할 거냐 하는 말씀에 싼 것으로 해주세요 부탁드렸다. 사실 1도가 뭔지 2도가 뭔지 몰랐다. 그렇게 그다음 날 100권을 들고 마냥 뿌듯했다. 내 돈 내산 내 책이라니...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구분 없이 나를 조금이라도 알면 나눠줬다. 어떤 사람은 불쌍했는지 돈을 가져와 자기가 수중에 돈이 없다며 나한테 큰 오천 원을 꺼냈다. 이야기했지만 분명 판매 목적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첫 책은 품절이 되었다. 물론 본가에 몇 권 남겼지만 땔감용이지 독서용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군대 가기 전 그렇게 첫 책을 인쇄했고, 군 제대 후 다시 한번 감행했다. 군대 있었을 때 온갖 책이란 책은 독서 목록을 기입하며 읽었다. 상병, 병장 때는 이틀에 1권꼴로 책을 읽었다. 2년 동안 300권 정도의 다독을 했다. 무식하게 읽으니 재미있든, 재미없든 기한 내에 읽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그런 반면 재미있는 책은 반나절도 안되어 읽어 내려갔다. 그만큼 그때 나는 다독의 황금시대가 있었다.
돈도 안 되는, 감동도 없는 그런 책을 내가 왜 냈을까? 습관이 된 것처럼 그렇게 두 번째 책이 발매되었다. 군대에서 배운 한글 프로그램으로 타이핑해서 처음 만들었던 그 인쇄소에 다시 한번 마스터 인쇄를 했다. 사진도 들어갔고, 약간의 유치한 장식도 들어갔었다. 책 제목도 조화롭지 않았지만 '하모니(조화)'였다. 필리핀에서 언어/훈련을 받을 동안 느꼈던 감정을 모아 책을 냈다. 그 책을 통해 후원금을 받기도 했고, 책에 있던 이메일로 응원의 메시지도 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메신저의 역할을 했다.
살면서 메모를 한다.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기도 하고 철 지난 다이어리에 남기기도 한다. 꽤 된다. 시간이 지나 또 감행할 수 있다. 그때에는 인쇄소가 아닌 출판사에 부탁을 할 것이다. 그때에는 머리글도, 프로필도, 추천사도, 예쁘게 제본된, ISBN 어쩌고 하며 바코드도 찍힐 것이다. 죽기 전에 감행한다.
그게 29년 전 일이다. 지금 나는 그런 용기가 없다. 글도 용기가 없다. 또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눈치를 본다. 내가 지금 봐도 두 권의 책은 유치했다.(일종의 그때의 낙서 같았다) 그랬기 때문에 원작자? 인 나도 그 책이 없다. 부끄러워서 남들이 볼까 숨겼다. 어느 순간에는 버리게 되었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퇴근하고 들어온 나에게 " 아내가 이 건 뭐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 책이었다. 낮에 한참 웃었다며.. 나도 웃었다^^ 웃지 말걸 그랬나.. 시 내용 중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는지 그것으로 날 놀렸다.
그때는 그랬다. 혹시나 제 젊은 날 나눈 그 책을 가진 분은 잊어주세요. 시골 구들을 따뜻하게 태울 용도로만 사용해 주세요. 책이 아닙니다. 아주 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