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첫 사랑이 있듯이
입대를 며칠 앞두고 동아리 회식이 있었다.
회식이라고 해 봐야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그저 분식집에서 각자 얼마씩 거둬 한 끼를 때웠다.
2학년 학기 초 수업에 들어가 수업을 듣고 있었지만 의욕이 없었다. 입영통지서가 나왔고, 맨 뒷자리에 앉은 나는 교수님의 이야기가 고요한 자장가였고, 심연의 바닷속을 수영하고 있었다. 휴학계를 낸 뒤였지만 그래도 만나던 동기들을 갑자기 못 만난다 생각하니 그냥 습관처럼 수업에 들어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며칠 뒤면 머리도 깎고, 낯선 남자들과 같은 옷을 입고 땅바닥을 구를 일에 특별한 감정이 든 것은 아니지만 선배들도 모두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회식이 마쳐지고 1년 후배와 같이 걸었다. 내 눈에는 가장 예뻤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와는 한 번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초저녁이었고,
집에 데려다주는 길인데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떨림도 없이 내 마음을 말했다.
그것이 사귀자는 의미였는지도 모를 고백이었는데,
나는 어느새 후배의 그윽한 눈빛에 대답을 듣고 말았다.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바로 윗선배의 동생이었기에 그저 복잡해지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사랑이라는 마음은 그런 생각과 상관없이 내뱉었다.
내가 그녀를 대하는 마음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일종의 고백이 돼버렸다.
첫 고백이었고,
첫사랑이었고,
이후에 결과를 생각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고백 후 후배의 얼굴을 보니 더 예뻐 보였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그래서 묻고 싶었어. 너는 어떠니?
내 맘을 받아 줄 수 있어?
시작되었다. 자꾸만 생각이 났다.
떠날 시간은 다가오고 고백 이전의 시간의 흐름과 이후의 시간의 흐름이 달라졌다.
가속도를 붙였는지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
영등포역에서 입영열차가 출발했다. 회색빛 입영통지서에 몇 시까지 입영하라는 명령을 지우고 싶었다.
몇 시에 출발한다는 것을 후배들은 알고 있었기에 모두들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 그녀도 있었다.
모두들 기쁘게 잘 다녀오라 말했다. 어쩌면 남자 후배들도 똑같이 이 과정을 거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울고불고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기차 안에서 읽어보라고 편지를 주었다. 핑크빛 편지 봉투 안에 몇 장으로 느껴지는 편지가 있었다. 조금 두려웠다. 어쩌면 거절의 변명을 길게 길게 썼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