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리치고 뉴욕으로 35
공기업을 그냥 그만둔다고? 그 나이에?
라고 전화나 연락이 오면 그다음 문장 또는 대화는 아래와 같다.
미쳤어? - 갈 곳도 정하지 않고 그만둬?
회사에서 사고 쳤구먼 - 사고 친 것을 무마하려고 나왔겠지 - 소문이 그래.
어디 좋은 데 가기로 했어? - 좋은 데 간다며 - 소문이 그래
공무원하고 달라서 공기업 직원이 인력 시장에서 제일 무의미한 거 알지? - 미쳤
그래서 뭐해? - 오늘 뭐해
나의 답은 늘 하나였다.
소문은 사실이 아니니까 신경 안 써. 다만.. 지금 뉴욕이야. 그냥 있어. 특별히 여기서도 계획이 없고, 오늘도 없고.
다만, 행복해 지고 싶어 이제. 내 모습대로 살고 싶고.
…..
오늘은 몸살기 좀 있는 대, 뉴욕 시내에 나왔다. 너무 더웠다. 걷지 말고 앉아서 관광은.. 그냥 기차를 타기로 했다.
오늘 할 일, 오늘의 뉴욕 관광은 늘 당일 아침에 정한다.
그냥 일단 시내에 나가보기로 한다. 또는 기본적으로 봐야 할 곳들이 있는 도시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 박물관을 갈까 미술관을 갈까 그런 식이다. 근데 오늘은 정말 의미 없이 허드슨 강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그것도 뉴욕 시내 한가운데서 결정했다.
그냥.. 인디언들이 살았다는 그곳. 풍부한 자원과 비옥한 땅이라는 뉴욕, 정말 물이 흘러 흘러 복들을 모아 모아 뉴욕으로 재복이 모이는 건가? 월스트릿이 또 뉴욕 끝자락에 있으니까.. 허드슨강의 재복이 쌓이겠지. 그냥 의미 없이 가봤어요 정말,,
우리 경춘선 지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양평에 백숙 먹으러 가는 느낌이라고나 할 까. 아니면 민물과 바다와 만나는 곳이니까 장어집 가는 느낌일까. 덜컹거리는 창 밖에 드넓은 허드슨 강을 바라봤다. 어떤 느낌이 드냐면 혼자 가는 기차여행은 지겨울 뿐이었다.
사실 혼자 가는 여행은 사색 그런 거 없다. 우연히 만난 인연, 불꽃같은 만남.. 그런 거 없다. 수줍은 나에게는 말이다.
좋았던 것은 그랜드 센트럴 역 문 앞에서 본 거리의 악사들이다. 뉴욕에서는 여기저기 재즈가 넘쳐 난다.
그들의 음악이 생각나서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하염없이 창 밖을 보고 내 머리엔 재즈 운율만 남았다.
그동안 지난날들의 번 아웃된 상황과 때 리친 앞날의 걱정도 올라왔었다. 지금은 머리가 텅 비어진 채 음악만 남았다.
바로 돌아와 기차에서 내렸다. 아까 그 거리의 악사들은 음악을 멈췄다. 길 건너편에 다른 팀이 공연 중이었다.
난 그쪽으로 가서, 그 공연팀에 앞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샴페인을 시켰다. 뉴욕에는 낮술 하는 바가 많다. 식사 대신 3시 즘에 해피아워 타임에 가면 좀 싸다.
브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풍으로 하는 재즈였다. 앉아서 음악도 듣고 샴페인도 한 잔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 낮이지만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갔다.
허드슨강 여행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