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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Aug 04. 2022

인연을 만드는 법 - 나 홀로 뉴욕

다 때리치고 뉴욕으로 39

인연은 누구 하나가 적극적이어야 한다.  누구 하나는 들이대야 한다. 10번 찍는 도끼질을 해야 한다.


이게 말로 하기에는 힘든 경계선인데 잘못하면 사이코가 되고, 집요하면 스토커가 된다. 그건 범죄다. 싫다고 말했다면 싫은 줄 알지만, 한번 튕겨본 건데 바로 대답이 "싫다면 사라지겠습니다. 쌩"하고 사라지면 또 매력이 없다. 어렵다.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백번을 만나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길을 지나가 봐라. 옷깃을 스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옷깃을 스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누군가는 들이대야 한다.


나는 뉴욕에서 개인적인 대화를 해본 것은 아침에 식사하러 동네 카페에 갔을 때다. 할머니하고 대화를 했다. 할머니는 사우어도우어에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를 얹은 빵과 커피를 드셨다. 나는 뭘 어떻게 시키는지 몰라 간단히 커피와 머핀을 먹었다. 할머니는 나보고 영어를 잘한다고 했다. 그런가? 나는 그냥 말이 안 통하고 그러니 그동안 뉴욕에서 실어증 환자처럼 지내고 있었다.


혼자 뉴욕 여행을 올 경우 다양한 경로로 사람을 만날 수는 있다.


1. 뉴욕 여행 관련 온라인 카페에 가면 "동행자 구합니다."가 있다. - 난 나이 들어서 이런 게 겁이 난다. 누군지 몰라서 그렇다. 그리고 난 여행을 아침에 당일 결정했다. 여기는 사전에 미리미리 해야 하는 것 같다.
2. 1일 박물관, 미술관 여행코스 등을 등록해서 함께 다니면 된다. 또는 시간이 되면 보스턴 여행, 워싱턴 여행,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 등이 있다. - 마이리얼트립이나 athometrip(앳홈트립) 등을 찾아보면 된다.
3. 현지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개인적인 요가를 했지만, 서핑이나 파티, 걷기 이런 것들이 있다. - 에어비엔비만 봐도 굉장히 많이 나와 있다. 외국인과 같이 다니는 게 장점이자 영어로 하는 게 단점이다.
4. 바에 가서 앉아 있으면 된다. 혼자 오는 사람이 많다.


생각해 보니까 바에 가면 나 혼자만 싱글이 아니었다. 늘 내 옆에는 여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Italy에서는 백인의 젊은 여자분이 화이트 와인과 스파게티를 먹고 있었다. 먹다 남겼다. 난 머릿속에서 말을 걸 내용도 없었다. 문장도 안되고 그랬다. 고작 머릿속에는 여자한테 말을 걸 내용이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났다.

스파게티 먹다 남겼는 데, 나 한 입만 먹어보면 안 돼? 맛있어 보이네


재즈클럽에도 그랬다. 블루버드 재즈바에는 옆에 늘씬한 여자였다. 퀘사딜라 하고 샐러드를 시켰는 데 혼자서 다 먹었다. 보기만 해도 배불렀다. 음악을 들으며 말을 걸 내용들이 까먹었다. 고작 생각한 것은 하나..

배 안 불러? 퀘사딜라 한 조각만


링컨센터의 재즈바, 디지즈 재즈클럽 Dizzy's Club에도 그랬다. 지난번 말한 것처럼 아르헨티나 총각도 있었지만 내 옆에 작고 귀여운 자메이카스러운 여자도 혼자 왔었다. 신나는 자메이카 재즈에 그 여자는 일어서서 춤 출정도로 흥이 많았다. 그런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나는 일찍 들어가야 해서 말 걸 생각조차 안 했다. 그 여자는 내게 관심도 없었지만 나 혼자 생각했다.

미안해요. 저는 이만 들어가 봐야 해서요. 안녕


뮤지컬을 보러 타임스 스퀘어에 갔는 데, 근처에 에디슨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거기서도 아가씨가 혼자 전자책을 보며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너무 집중해서 보느라 말 걸 생각도 없었지만 말 걸 타이밍도 없었다.

"책 뭐 보세요?"



여러분은 혹시 뉴욕이나 다른 곳에 여행을 가셔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보시라. 아무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한다. 게다가 뉴욕은 즐기러 왔기 때문이다. 한번 말을 건네고 친절과 배려를 베풀면 충만한 여행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난 그냥 혼자만 있다가 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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